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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봉>[무간도 II 혼돈의 시대] 홍콩이여 부활하라... 무간도 2 : 혼돈의 시대
jabongdo 2003-11-20 오후 10:33:10 1118   [7]

<무간도 Ⅱ ; 혼돈의 시대> - 헐리웃을 따라가기에만 급급했던 홍콩 액션 영화들이 드디어 각성을 했다. 오래만에 느낄 수 있는 진정한 홍콩의 맛.

무간도는 마치 홍콩 액션의 부활을 외치는 것 같다. 최근 홍콩 액션의 경향을 살펴보면 헐리웃을 쫓아가기에만 급한 나머지 점점 자기 색을 잊어버리고 있다. 장국영과 유덕화의 눈에서 우수를 느끼고, 성룡과 주성치에서 아기자기한 코믹을 맛보며, 성냥을 꼬나물던 주윤발의 멋을 보여주었던 홍콩의 스타일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이런 홍콩 영화의 현재에 무간도가 던져주는 의미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영웅본색이나 지존무상과 같은 액션을 보며 영화를 느끼기 시작했던, 현재 영화의 주 관객인 20~30대들에게 실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제목만 놓고 생각했을 때, 무간도 2는 분명 무간도 1의 뒷 이야기라고 생각을 할 것이다. 분명 필자 또한 그렇게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런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무간도 2의 흐름은 오히려 무간도 1 이전의 내용을 다루고 있다. 그래서 무간도에서 친숙했던 유덕화와 양조위의 얼굴을 보기는 힘들다. 다만 이들의 청년 시절을 연기하는 홍콩의 새로운 물결들을 만나볼 수 있다. 청년 유덕화 진관희와 청년 양조위 여문락이 영화를 이끌어 가는 주요 인물이 된다.

무간이란 무간 지옥을 뜻하는 불교용어를 지칭한다. 불교에서 나누는 18층 지옥 중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지옥을 의미한다고 한다. 고통 외에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고, 그 고통은 영원히 지속됨을 의미하기도 한다. 제목부터 서양의 헐리웃보다는 동양적인 색채를 보여주기 위한 하나의 시도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무간도 2에서는 제목과 비추어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정말 영화 속에서는 고통만을 보여주는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는 이렇게 시작을 한다. 청년 유건명(진관희)가 삼합회의 보스 곤을 살해하면서 시작한다. 이런 시작을 기점으로 영화에서 눈을 조금이라도 뗀다면 아마도 많은 혼란 속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 만큼 치밀하고 복잡하게 인물 구성이 되어있음은 물론이고 사건의 전개 또한 매우 엉켜져있다. 또한 한가지 눈여겨볼 점은 액션 모두가 화려하거나 현란함만을 추구하지 않은 체, 절제된 분위기 속에서 흘러간다. 이는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 역시 극도의 긴장감을 지속시키는 효과를 지닌다. 이런 점 역시 어느 정도는 동양적인 색채라 생각한다. 헐리웃 액션을 보면 화려하고 현란한 비주얼을 보여주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위주로 하고, 액션을 표방한 것들은 모두 단순한 내러티브적인 구성을 지니고 있다. 쉽게 헐리웃 액션은 솟아오르는 감정을 폭발시키는 것이라면, 무간도, 즉 홍콩의 액션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체, 마음 속으로 삭이면서 오는 감정의 극대화를 표현하려 한다. 

영화 속 인물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 역시 재미를 더해준다. 무간도 2의 등장인물은 크게 삼합회라는 조직과 경찰 조직 인물간의 대립구조로 나뉘어진다. 이런 대립구조에 각각의 조직은 서로 다른 조직으로 스파이를 보내면서 정말 복잡하고, 엉킨 인물 관계를 형성시킨다. 삼합회의 보스 예영호(오진우)와 삼합회를 쫓는 핵심 경찰 황국장(황추생)이 대표적인 대립구조를 가진다면, 그 예하에 있는 인물들의 대립구조는 엉키고 꼬여있다. 예영호의 오른팔 격인 인물은 경찰이 7년 동안 심어놓은 스파이며(결국 자신의 신분이 드러나 죽게 된다), 예영호의 이복 동생인 진영인(여문락) 역시 황국장에 의해 스파이로 삼합회에 투입이 된다(영화가 끝나갈 무렵 예영호의 결정적인 부정행위의 증거를 확보해 준다.). 또한 삼합회에서는 경찰 내부로 스파이를 침투시킨다. 조직과 경찰 모두와 내통하는 한침의 계획에 따라 유건명(진관희)은 착실하게 경찰 내에서 성장을 거듭한다. 그리고 또한 경찰의 일거수 일투족을 조직으로 미리미리 유출을 하여 교묘하게 빠져나가는데 공헌을 한다. 이런 복잡한 인물 구조는 영화를 보는 내내 긴장감과 재미를 극대화시키는 하나의 요소로 작용한다. 그리고 스파이들의 정체가 드러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 역시 영화의 재미로 다가왔다.

영화의 또 하나의 재미는 쫓고 쫓기는 사건 구도에 있다. 삼합회의 조직 와해와 보스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황국장을 비롯한 경찰. 치밀하고 미리 심어둔 스파이를 통해 확실한 기회를 잡았다는 확신으로 덮치지만 항상 실패다. 경찰 내부에 조직 스파이가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한 결과이지만, 경찰 내부의 조직 스파이의 역할이 두드러지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그런 모습들에 놀라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사실 유건명이 경찰에 심어둔 조직 스파이라는 것을 눈치채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다만 주의 깊게 본다면 조직 스파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뿐이다(사실 조금 약하게 이 부분을 짚어주어 아쉬운 면이기도 하다). 하여튼 이러한 특징으로 경찰의 쫓음은 항상 무위로 끝나게 된다. 너무나도 침착한 예영호의 모습, 경찰이 들이 닥쳤을 때, 입가에 드리우는 냉소적인 웃음에 몸이 부르르 떨릴 정도였다. 비록 진영인의 역할로 궁지에 몰리지만, 침착함만은 버리지 않은 조직의 보스로서 면모를 충분히 보여준다.

이와 같은 큰 사건의 이야기를 제외하고도 영화는 갖가지 볼만한 이야기를 많이 담고 있다. 유건명과 메리(한침의 아내, 유가령)와의 사랑 그리고 실패. 유건명에 의한 메리의 죽음 역시 재미를 주기에 충분하다. 삼합회의 최초 보스 곤의 심복인 한침의 행방 역시 상당한 재미의 요소로 작용한다.

무간도 2 혼돈의 시대. 분명 진정한 홍콩 액션 영화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치밀한 내러티브와 복잡한 인물 대립구조, 또한 화려하거나 보여주기가 아닌 절제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액션. 수많은 볼거리들이 산재해 있는 영화이다. 무간도 3가 어떤 모습으로 필자의 기대를 충족시켜줄지가 벌써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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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간도 2 : 혼돈의 시대(2003, Infernal Affairs 2 / 無間道 2)
제작사 : Media Asia Films Ltd. / 배급사 : 브에나비스타 인터내셔널 코리아
수입사 : 태창 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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