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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지만 아쉬운 영화 싸이퍼
yawel 2003-11-26 오전 1:17:59 1150   [7]

 

매트릭스의 성공 때문인지 최근 꽤 괜찮은 퀄리티의 SF 영화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SF를 좋아하는 사람의 한명으로서 '이놈에

세상이 점점 더 내 취향에 맞게 변해가는구나'라는 행복한 생각이 드는 요즘.

아마 나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나는 사람은.

 

각설하고, 솔직히 말하자면 상당한 기대 가지고 영화를 보았다. 감독,

배우 할 것 없이 입맛에 맛는데다가, 처음으로 등장하는 사람(아마

주인공일 거라고 생각이 되는)의 이름이 '모건 설리반'이 아닌가! 어디서

봤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모건 설리반이란 이름에선 왠지

탐정이란 이미지와 함께 사이버펑크의 향기가 느껴졌다. 아.. 이거

진짜 뭔가 아는 사람이 만든 거구나 하는 기대감과 설레임. 영화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우울한 조명, 드라이한 공기, 불안한 시선.. etc..etc.. 세련된 연출과

카메라워크, 적절한 음향 등으로 영화는 초반 보는 이를 압도한다. 

분위기에 좀 적응하고 상황 이해되는 순간 새로운 캐릭터(루시 리우)

의 등장.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첫번째 반전으로 영화의 도입 - 전개

를 깔끔하게 마무리한다. 박수라도 쳐 주고 싶은 심정이랄까.. 여기까진

정말이지 좋았다.

 

첫번째 반전 이후 머리 속을 맴도는 생각. 흔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래 현대인의 정체성에 대해서 이야길 하는 거구나. 나사.. 부품..

내가 아니어도 날 대채할건 얼마든지 있고 내가 누군지도 중요하지

않고 진짜 나 라는건 뭘까?.. etc..etc.. 따위의 이야기들. 그래 뭐

이런 이야기도 잘만 엮어내면 담배 한 개비 물고 보기에 아주 좋지..

그리고 저 주인공.. 아마 모건 설리반이란 신분도 진짜가 아니겠군.

자.. 이젠 어떻게 될까? 주인공은 사건들 사이의 빈틈이나 단서를

찾아내어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찾게 되는 걸까? 거대한 기업들의

음모를 파해치고 약자의 위치에서 벗어나 그들을 조소하는 위치에

서는 걸까? 두근두근..

 

그런데 왠지 좀 불안해진다. 계속해서 거론되는 세반스찬이라는

이름. 여전히 사건에 휘둘리기만 하는 주인공. 찜찜한 기분으로

화면을 계속 바라보다가.. 결국 조소를 하는건 주인공이 아니라

나 자신이 되어 버렸다. 뭘 어쩌자는 것인가? 그는 처음부터 강하고

잘나신 슈퍼히어로 였다고? 미녀가 던진 한마디에 그토록 완벽한

세뇌를 풀고 짠~ 하고 변신 완료라고? 그리곤 태평스럽게 요트에

앉아 지껄이는 말이 '이젠 우릴 방해할건 아무 것도 없어. 넌 내꺼야'

라고오?? 이건 네오 보다 더 심하잖아. -_-+

 

잔뜩 분위기를 잡더니 결국엔 이런 허탈한 이야기라니. 결국 잘난놈이

잘난 거라는 뻔하디 뻔한 헐리웃식의 스토리라니. 이럴꺼면 도대체

뭐하러 초중반에 그런 공을 들인건지 도무지 이해 할 수가 없다. 복잡한

이야기를 싫어하는 관객들은 초반에 나가 떨어질게 뻔하고, 뭔가를

기대하는 관객들은 뒤에가서 어이없어 할 것이라고 보는 내가 과연 오버

하는 것일까? 원래 아주 괜찮았던 시나리오를 영화사에서 압력을 넣어

'이게 뭡니까? 이런게 관객들에게 먹힐거라고 생각하십니까? 거 있잖소

매트릭스 . 그거 처럼 함 고쳐봐요. 관객들이 좋아하는건 바로 그런 거라고.'

라는 음모가 있었던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_-;

 

그나마 한가지 위안이 되는 것은 영화의 엔딩이 다른 식으로 해석 될

수도 있다는 것. 모든 것을 꾸민건 루시 리우가 연기했던 캐릭터이고

그녀가 진정한 세바스찬 이었으며, 그 역시도 그저 톱니바퀴의 하나에

불과 했다는. 마지막에 그녀가 묘한 표정으로 싱긋 미소 짓는 장면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너무 기대를 하고 봐서 그런걸까.. 나름대로 잘 만들어진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크게 남는 영화였던것 같다. 2%가 부족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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