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트니스>, <죽은 시인의 사회>, <트루먼 쇼> 등을 감독한 피터 위어와 <LA 컨피덴셜>에 이어 <글래디에이터>로 주가를 높인 러셀 크로우가 만난 <마스터 앤드 커맨더>는 나폴레옹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해양 블럭버스터다.
프랑스 함대 아케론을 격침하라는 명령을 받고 항해를 떠난 서프라이즈호의 함장이자 영국 최고의 해양 전투 전문가인 잭 오브리는 유령처럼 안개속에서 나타난 아케론으로부터 기습적 공격을 받고 치명적인 피해를 입는다. 무참히 패한 서프라이즈호는 반격의 준비를 하며 항해를 계속하는데...
영화는 초반 갑작스레 나타난 아케론호와 서프라이즈호간의 사실적인 전투신으로 빠른 전개를 보이며 관객의 시선을 붙잡는다. 속도와 화력의 상대적 열세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서프라이즈 선원들의 숨가쁜 움직임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그러나 참패한 서프라이즈호의 수리부터 반격까지의 긴 시간동안 서프라이즈호에 승선한 인물의 면면을 보여주면서 영화는 처음의 속도감을 잃고 바다를 표류한다. 물론 중간에 장교와 선원간의 반목,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마주치게 되는 아케론호와의 숨바꼭질 등은 드라마틱한 긴장감을 유발한다. 그렇지만 오브리 함장의 완벽함(?)을 보여주려는 전개 과정은 긴장의 끈을 느슨하게 만든다.
잭 오브리를 연기한 러셀 크로우는 덕장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강력한 카리스마와 인간적인 따뜻함, 공과 사를 구별하는 완벽한 리더로서의 모습은 어쩔수 없이 전작 <글래디에이터> 에서 수많은 병사들을 호령하던 막시무스를 연상케 한다. 서프라이즈호의 의사이자 생물학자, 잭 오브리의 친구인 스티븐 마투린 역을 연기한 폴 베타니는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이는데 개인적으로는 마투린의 역할이 보조적이기보다는 좀 더 강한 대립축으로서의 역이었으면 어땠을까 한다.
끊임없이 몰아치는 긴장감이 다소 부족해 보이지만 욕설과 폭력이 난무하고 엽기 코미디와 선정적인 장면으로 점철된 극장가에서 지친 관객에게는 볼만한 작품이지 싶다.
하나 더 갈라파고스 섬의 희귀생물들을 보는 것은 이 영화가 주는 보너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