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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gu7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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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2-02 오전 11:02: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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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 사이에서 인간의 믿음은.. - 영화 <미스틱 리버>, 내가 그 차에 탔더라면
2003년 여름 국내 영화계를 공포 영화가 수 놓았다면 겨울은 미스테리물들로 뚜렷이 기억될 것이다. 잔혹하고 섬뜩한 복수를 그린 <킬빌>, <올드보이>에 이어 <미스틱 리버>(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역시 인간의 본능적인 '복수'를 그리고 있다. 복수를 마치 무슨 양념처럼 사용하는 듯 올 한 해를 마무리하는 화두는 아마도 '복수'가 아닐까 싶다.
이 영화에는 복수와 함께 인간의 '믿음'을 시험하고 있다. 영화 <미스틱 리버>는 아동 학대를 소재로 지미(숀 펜 분), 데이브(팀 로빈스 분), 숀(케빈 베이컨 분) 세 친구가 얽히면서 인간 믿음의 한계와 배신, 그리고 복수가 차례로 펼쳐지는 범죄 스릴러 영화이다.
이 영화는 미국 개봉 당시부터 연기파 세 배우가 출연해 화제가 됐다. 이들 뿐 아니라, 영화 <매트릭스> 시리즈에서 네오를 돕는 선각자 모피어스 역의 로렌스 피쉬번과 지미의 두번째 아내로 출연한 로라 리니 등 이 영화에는 연기파 배우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어린 시절, 하키 게임을 즐기던 세 친구는 어느날 낯선 이들에게 데이브가 유괴되면서 그에 대한 좌책감과 함께 우정이 흔들린다. 어둠의 소굴에서 간신히 도망쳐 온 데이브는 성인이 된 후에도 정신적 충격으로 피해의 식이 강하다. 지미와 숀에게도 기억되는 그 날의 사건은 엄청난 파국을 예고하는데….
15년 후, 지미의 딸 케이티가 살해되면서 소원했던 어린 시절 친구들이 다시 만나게 되고 관객은 형사 숀의 시선을 따라 사건을 추리해 나간다. < J.F.K >를 연출한 올리버 스톤의 작품처럼 영화는 사건 해결에 단서가 되는 소도구나 개연성을 나타내는 데 아주 자상하다.
범인을 추측 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이게 흠이랄까. 하지만 그리 지루하지도 않다. 숀과 함께 지미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고 있다. 슈퍼를 운영하고 있는 지미에겐 못마땅한 손님들이 있다. 바로, 자신의 과거와 연관된 이들에게 섬뜩함을 느끼지만, 지미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범인을 찾아가는 관객은 궁금증을 느끼면서 영화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인간의 믿음은 어떤 것일까. 친구 혹은 가족 간에 믿음이 깨져버리면 아주 작은 공동체라도 무너져버리는 것을. 마치 기독교에서 예수 그리스도가 자신의 열 제자들이 자신을 부인할 것을 아는 것처럼, 주인공 데이브 역시 그랬을까.
스릴러라고 하기엔 사건의 긴장감이 덜해 오히려 한 편의 범죄 수사 드라마를 보는 듯했다. 사건의 긴박성보다는 출연 배우의 내면연기와 드라마적 요소를 보다 강조한 이번 영화의 총 지휘를 맡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캐스팅은 성공적이어 보인다.
가장 돋보이는 건 어린시절 유괴당해 나흘간 감금당한 채 성추행을 당한 이후 그 충격으로 자폐증에 걸린 사람처럼 내면의 아픔을 드러내는 데이브 역의 팀 로빈스의 연기는 일품이다.
지미의 딸이 비록 19세이긴 하지만 유아 유괴를 다룬 영화 <랜섬>의 아버지가 보여준 침착성을 딸을 잃은 지미에게는 찾아보기 힘들다. 과거의 멍에라는 것은 인간에게는 반드시 나타나는가. 지미는 딸의 죽음이 자신의 죄값을 대신한 거라고 자책하며 침착한 숀과 달리 딸의 살해범을 직접 잡으려 혈안이 된다.
"내가 그 차에 탔더라면…"을 되뇌이는 나머지 두 친구들과 함께 관객은 일상 속에 다가올 수 있는 거부할 수 없는 운명에 대해 섬뜩함을 느끼게 된다.
'만약, 내가 그랬더라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지미처럼 데이브처럼 그럴 수밖에 없었을까 하는 의문을 멈출 수 없다. 형사 숀과 함께 아픈 과거에 대한 죄책감을 덮으려 하는 지미와 그의 아내는 죄로부터 무감각해져 버린 현대인의 모습이다.
마지막 장면에 화면 가득 미국 성조기를 펄럭이며 퍼레이드하는 장면을 뺐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대부분의 헐리웃 영화에서 보여주는 상투적인 기법은 더이상 아시아권 시장의 관객에게 더 이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인간이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섰을 때, 믿음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일깨워준다.
2003/12/01 오후 2:13 ⓒ 2003 OhmyNews / 정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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