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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통행의 불편함에 대하여 올드보이
titter 2003-12-25 오후 2:40:42 1934   [6]
내가 다닌 고등학교 교문 앞은 일방통행이었다. 양 옆으로는 빈 공간이 없이 주차가 되어있었고 그 사이의 좁은 길로 차와 사람이 지나다녔다. 행여나 일방통행을 무시한채 반대편에서 차가 나타날때면 그 길 전체가 주차장이 되어 차도 사람도 한참을 멈춰서 있었야만 했다. 서로 자신의 길을 고집했기에 길은 더욱 혼란스러워졌고 불편했었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난 그 때의 그 길을 떠올렸다. 갑자기 끼어든 차가 막아버린, 사람도 차도 모두 멈춰서서 차의 크락션 소리와 사람들의 목소리가 어지러이 엉켜있던 그 길이 떠올랐다.


이 영화 속의 사람들은 각자 자신만의 소통을 하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하는 일방통행 길 위의 사람들같다. 모두가 한 방향만을 바라보고 질서정연하게 가는 것이 아닌 서로가 서로의 길 위에 갑자기 끼어든 그런 복잡하게 엉켜있는 일방통행 길 위의 사람들 말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굉장히 불편했다.


영화의 첫 장면은 오대수의 일방적인 시선에서 시작한다. 오대수가 잡고 있는 넥타이 끈이 과연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채로 "당신 도대체 누구야?" 하고 묻는 오대수의 목소리와 오대수의 시선만으로 화면은 꽉 찬다. 그 넥타이 끝에 매달린 사람이 누구인지, 과연 그 사람은 왜 그렇게 매달려 있을 수 밖에 없었는지, 오대수는 그 사람을 구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죽음으로 내몰려는 것인지 아무것도 알 수 없는 불편함 속에서 당신 누구냐는 그 불편함을 극대화시키는 질문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그리고 영화는 취객으로 경찰서에서 난동을 부리는 오대수를 보여주기 시작한다. 술주정에도 여러가지 모습이 있건만 오대수의 술주정은 경찰들의 말도 듣지 않고 자신의 말만 계속 해대는 일방적인 술주정이었다. 그리고 15년만에 감옥에서 밖으로 나왔을때에도 오대수는 자신이 구해준 남자를 향해 자신의 이야기만 하고 그 남자가 자신의 사연을 말하려는 순간 매몰차게 일어나 버린다. 이 역시 오대수의 일방통행이다. 또한 오대수는 이우진과의 게임에서 잘못된 질문을 향해 다른 것은 생각지도 못한채, 그 질문만을 향해 나아간다. 그리고 결국 그 일방통행의 끝에서 올바른 질문의 올바른 답에 대한 끔찍한 사실을 마주하게 된다. 그 끔찍한 사실 앞에서 이우진의 개 노릇을 하게 되고 결국 자신의 혀를 자르고 만다. 이 역시 미도를 지키기위한 오대수의 애타는 몸부림이었겠지만 이우진의 참고 있는 웃음의 반응을 보지 못한 오대수의 일방적인 몸부림이었다.


이우진은 자신의 아픔을 복수하기 위해 오대수를 가두고 또 풀어준다. 이우진의 인생에는 자살한 그의 누나, 애인과 오대수 뿐이었다. 한 사람에 대한 복수만으로 살아가는 그의 인생은 너무 고독했다. 오대수라는 일방통행의 길 위에 자신의 자살을 향해 달려가는 차와 같았다. 복수를 끝내고 자살을 통해 그의 누나 곁으로 가기 위해 이우진은 인생을 살았던 것이었다. 심장이 약해 모터를 달고 살고 그 모터는 리모콘으로 끌 수 있다고 말하는 이우진도 결국 권총으로 자살을 한다. 그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지만 권총으로 그의 머리를 직선으로 뚫어 자살을 하고만 것이다. 누나가 죽음으로 인해 자신의 심장은 이미 죽었고 그나마 살아가기 위해 오대수라는 복수의 모터를 달았다는 의미는 아니었을까.


미도는 오대수와 사랑을 하고 교감을 하고 있으니 일방통행이 아니지 않는가라는 의구심이 생긴다. 물론 미도는 오대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의 복수를 도와주고 그를 사랑하는 여인으로 일방통행의 길 위에만 서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미도와 오대수가 사랑하는 연인이 된 것에는 최면술사의 최면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떤 행동에 대한 일방적으로 세뇌된 행동. 그 행동들로 인해 사랑이란 감정이 생기게 된 것이었다. 미도와 오대수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던 영화의 마지막 장면도 진정한 소통이라고는 볼 수 없었다. 오대수가 기억을 지워버리고 복수도 끝이 나고 새롭게 그 둘은 사랑을 하게 되는 것이지만 오대수는 이때 이미 혀를 자르고 난 뒤라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미도가 묻는 말에 대답을 해줄 수가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가장 행복한 순간에도 의사표현은 오로지 미도만의 몫인 것이었다.


또한 오대수가 15년 만에 처음으로 만난 여자인 엘레베이터 안의 여인은 벙어리였다. 자신이 당한 끔찍하고 억울한 일을 타인에게 제대로 전할 수 없는, 일방적인 자신의 표현만 할 수 있었던 여인이었던 것이다. 또 사설감옥의 운영자 역시 일방적으로 이우진의 명령만을 들었고 일방적으로 오대수에게 보복을 당한 그 일방통행의 길 위 두 차 사이에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서 있는 사람들 중 한 사람 같았다. 또 이우진의 비서였던 사람 역시 이우진의 총에 의해 죽게 되기 전 오대수에 의해 귀를 찔려 이우진의 명령을 들을 수 없는 상태였다. 의사소통의 단절이었던 것이었다.


이렇게 이 영화는 소통이 단절된 상황에서 자신의 일방적인 의사표시만이 존재하는 영화였다. 사람은 혼자가 아니고 서로 대화를 하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이 모습이 일상적이고 평범한 모습인 것이다. 소통이 단절된 상황에서의 일방적인 의사표시는 우리의 일상적인 모습과는 다른 모습이기때문에 불편하고 그 일방성으로 인해 불편하다. 또한 영화 안에서 이 불편함은 극대화된 모습으로 표현되기때문에 참을 수가 없게 된다. 참을 수 없이 불편했던 영화가 바로 올드보이였다. 근친상간이라는 소재 역시 불편했지만 그 보다 더 나를 불편하게 했던 것은 일방통행이었다. 배우들의 연기가 훌륭하고 영화의 편집이 뛰어나고 영상도 뛰어나고 음악도 좋고 시나리오 역시 탄탄한 참 괜찮은 영화임에는 틀림없지만 우리의 일상적인 시선과 일상적인 사고를 벗어난 이 영화는 충분히 불편하여 그 괜찮음 역시 불편하게 받아들여 지게 되고 최고라는 찬사를 보내기에는 망설여졌다. 그리고 이렇게 불편한 영화가 이렇게 흥행을 해도 되는 것일까의 고민을 하나 더 가져다 준, 그 흥행역시 나를 불편하게 만든 영화이기도 했다.



(총 0명 참여)
리모컨은 이우진이 오대수를 철저하게 기만하기 위한 장치죠...그걸 가동시키면 자신과 미도의 정사 녹음내용이 나오죠...불편하다고 대중성이 없는건 아닌듯 합니다...한국영화의 발전   
2004-05-20 14:10
불편한 영화입니다. 그래서 매력적인 영화죠. 불편한 영화가 흥행하는 것은 좋은 징후입니다. 주류 이데올로기를 담아 편안한 영화가 성공하는 것은 무서울수 있지만요.   
2004-02-26 18:20
대단한 통찰력이시네요~ 왜 저도 불편했는지 이제 알겠습니다. 한가지 달리 생각한점은 이우진의 리모콘의 실체는 오대수에 대한 복수의 마지막 펀치가 아닐런지.리모콘눌러 소리가 난듯.   
2004-02-23 00:43
머리로 느끼지마시고 마음으로 느끼시는건 어떠실지..   
2004-01-24 04:15
그러니 영화고..그렇게 꼬치꼬치 따지면..이세상 님에게 최고의 영화는 없습니다.전 개인적으로 영화로써 너무도 훌륭한 영화라 생각이 드네여   
2004-01-17 04:39
그리 친절한 영화를 찾으려면, 그냥 가문의 영광이나 조폭 마누라나 보는 것이 어떠하겠소...   
2004-01-09 17:12
생각하기 싫어하는 게으른 자들에게는 불편한 영화... 무엇인가를 갈구하고 자신에 대한 목마름으로 가득 찬 자들에게는 친절한 영화... 이 글을 쓴 자의 식견이 의심스럽구료...   
2004-01-09 17:11
선정님의 의견에는 정말 동감하지만... 이영화가 진정.. 우리에게 주는 메세지가 무엇인지를 생각하면 좋을듯 합니다. 정구업진언... ^^   
2003-12-27 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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