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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청와대로 향한 까닭은.. 실미도
nugu7942 2003-12-26 오전 12:47:21 946   [3]
그들이 청와대로 향한 까닭은..
- 님을 위한 진혼곡 <실미도>


최근, 87년 KAL기 폭파 사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한국 근현대사에서 미결로 남은 여러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 가운데, 71년 외인부대원들이 서울을 진입해 ''무장공비 침투''로 언론에 보도된 실미도 난동사건 또한 그 실체가 밝혀지면서 국민들에겐 충격을 줬다.

우리의 근현대사를 통틀어 군사정권만큼 개인에게 아픈 기억은 없을 것이다. 광주 민주화 항쟁을 비롯 이유없이 희생해 간 목숨들이 너무도 많다. 지금도 어딘가에선 행해질지도 모를 권력 기관에 의한 소수자의 희생들. 영화 <실미도>(제작 한맥영화, 감독 강우석)는 왜곡된 역사속에 숨겨진 소수자들의 삶을 조명한 작품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남파 공작원 김신조와 그 일당을 체포한 후 가졌던 김일성 주석궁 폭파를 목적으로 세운 684부대는 권력자의 복수심이 가져온 희생자들이다. 사형수를 비롯하여 사회에서 마이너로 취급받던 그들이 북파 공작을 위해 실미도로 오면서 이들의 삶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영화로는 처음이지만, 북파 공작원을 소재로 한 영상물 가운데 드라마가 있다. 최수종과 유동근이 열연한 tv 드라마 <야망의 전설>에 실미도가 나왔고, 이 드라마는 방영 당시 많은 충격과 화제를 낳았다. 그 때 이후로 이 섬은 북파 공작을 양성소로 알려져 있다.

<실미도>는 한 편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으로 실미도 부대원에게 바쳐지는 진혼곡처럼 시작한다. 관객은 긴박하고 침울한 상태에서 시작해 가슴 시려오는 아픔으로 감정선을 마무리한다.

월북한 아버지로 인해 연좌제로 묶여 폭력 조직에서 칼에 의지해 뒤틀린 인생을 살았던 인찬(설경구 분)은 살인미수죄로 붙잡히고, 어느 날 감옥에서 재현(안성기 분)을 만나 특수부대 입대라는 의외의 제안을 받는다.

"너 자신만의 인생을 다시 시작하게 해준다면 이 칼, 나라를 위해 다시 잡을 수 있나?"

그에게는 죽음보다 그 길이 유일한 선택. 그는 겨울철 냉기가 흐르는 방에서 남편이 돌아오길 기다리는 어머니를 보며 성장했고 냉전체제 속에 아버지에 대한 복수심이 하류 인생으로 이끌었고 그를 684 부대의 선봉에 서게 한다. 그와 함께 실미도 부대원이 된 상필(정재영 분), 원희(임원희 분), 찬석(강성진 분) 등도 마이너들이다.

"너희들은 684부대다. 너희들의 목적은 김일성의 목을 따오는 것이다."

영문도 모르고 강제 차출된 31명의 교육생들은 최재현 준위의 말을 시작으로 냉혹한 조중사(허준호) 아래 혹독한 지옥 훈련을 시작한다. 이름도 소속도 없이 이들은 정체성을 상실한 채 살인 병기로 양성된다. 영화는 섞일 것 같지 않은 마이너들이 완전한 특수부대 전사로 만들어지는 과정과 그들도 인간이었음을 역설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마침내 출정의 날이 다가오고 그들은 목적대로 세 척의 보트에 오른다. 하지만 남북 화해무드가 열리면서 출정은 취소되고 부대 해체의 운명을 맞이하면서 영화는 기간병과 교육생간의 갈등으로 커진다. 마치 권력을 쥔자와 피지배자의 대결처럼 이들은 생사를 내건 숨막히는 살육을 시작하고..

영화의 무거운 분위기를 해소시키는 두 캐릭터가 있다. <기막힌 사내들> <다찌마와 리>를 통해 코믹과 진지한 내면 연기를 선보인 임원희는 위트와 슬픈 최후로 강인한 인상을 준다. 그리고 <주유소습격사건>에서 딴따라로 출연했던 강성진은 훈련 도중 부상을 당하며 교육생들을 뒷바라지하며 그들의 귀환을 간절히 바라는 의리의 사나이로 출연한다.

특히, 강신일은 최근 <천년호>에 이어 제 2조장 역을 맡아 영화에서는 강인한 인상으로 경상도 사나이의 모습을 선보이며 앞으로 국내 영화에서 기주봉, 이문식, 성지루 등과 함께 주연보다 나은 조연의 계보를 이어갈 연기자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이 영화에서 감독은 숨막히는 전투장면 등 스펙타클에 치중한 듯 보인다. ''그 보다 오히려 등장하는 개개인의 비극적 삶과 그들 내면의 갈등에 초점을 맞췄더라면, 관객들이 이들의 모습을 통해 깊은 아픔을 느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잠시 스쳐 지나가는 클로즈업으로 그들의 아픔을 느끼기엔 역부족인 듯하다.

영화 속 부대원들에게는 오직 그 길 밖에는 선택의 길이 없어 보인다.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그들은 무엇 때문에 청와대로 향했을까.

이 영화는 우리 사회에 아직도 미결로 남은 수많은 사건들의 진상이 영화나 방송 등을 통해 국민에게 다시 역사적으로 재조명되어야 한다고 권고하는 듯하다. 그들도 그걸 말하고 싶었을까. 끝으로, 실미도 684대원을 비롯한 이유없이 희생해 간 수많은 원혼들에 심심한 조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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