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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 20대 '소년'의 성장기 스페니쉬 아파트먼트
emptywall 2004-01-01 오전 12:59:16 910   [2]
‘스페니쉬 아파트먼트’라는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 이 단어가 여러 가지 문화가 복합적으로 한데 섞여 혼돈과도 같은 갖가지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뜻을 가진 불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러나 유독 눈에 들어오는 단어가 있었으니 바로 ‘스페니쉬’였다. 천재 건축가 ‘가우디’의 조국 스페인. 그의 걸작이 아직도 살아 숨쉬는 바르셀로나의 전경이 떠오르는 것은 일종의 직업병(?) 때문이었을까. <냉정과 열정사이>를 보면서 연인들의 성지이자 [준세이]와 [아오이]의 언약의 장소로 나오는 밀라노의 두오모성당에 더 관심을 가졌던 것과 마찬가지로 <스페니쉬 아파트먼트> 역시 바르셀로나에 있는 가우디의 건축물이 키워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영화의 중심(적어도 내가 보기에는..)에 1882년부터 만들기 시작해 100년이 넘도록 아직 시공단계에 있는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있었고, 더불어 당시 가우디가 그의 열성적인 후원자였던 에우제비오 구엘 공작을 위해 조성했던 ‘구엘 공원’이 있었다. 이 건축물들이 영화 속에서 어떤 의미로 쓰이고 있는지 한번쯤 잠작해보는 것이 이 작품을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는 부모님의 반대로 작가의 꿈을 접고 공무원이 되기 위해 유럽의 교환학생 프로그램인 ‘에라스무스’를 통해 스페인으로 유학을 떠나는 프랑스 청년 [자비에]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25살인 [자비에]는 이제 막 부모의 품을 떠난 아기 새처럼 그는 공항에 도착하자 혼란을 겪는다. 어머니가 잡아 준 숙소는 엉망이고, 학교 수업은 아직은 낯선 스페인어로 진행을 하기 때문에 이해가 쉽지 않다. 그리고 공항에서 만난 프랑스 부부의 집에 얹혀살던 그가 어렵사리 구한 숙소는 다국적 룸메이트들이 한데 섞여 말그대로 ‘지구촌’을 이루고 있다. 영국인 [웬디]와 [윌리엄], 절친한 벨기에 친구이자 레즈비언인 [이사벨], 스페인 친구 [솔레다드]와 그녀의 연인 [라스]는 덴마크 인이고, 칼같이 정확한 독일인 [토비아스] 그리고 이탈리아 친구 [알렉산드로]까지 문화충돌이 생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지만 그들은 묘한 하모니를 이루며 갖가지 에피소드를 만들어 낸다.


1년간의 짧지 않은 시간, [자비에]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문화의 용광로에서 성장해나간다. 고국에 두고 온 연인 [마르티네-오드리 토투]와의 갈등과 매력적인 유부녀 [안네소피]와의 일탈은 그에게 오히려 정신적 성숙의 계기가 되어준다. 자 여기에서 가우디 이야기를 다시 해야겠다. [자비에]가 [안네소피]를 데리고 바르셀로나 시내를 안내하며 처음 간곳이 바로 ‘사그라다 파밀리아’와 ‘구엘 공원’인데, 먼저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가우디의 상상력이 극한까지 표출된 작품으로 지붕위에 설치된 첨탑은 고독감을 느끼게 하는 동시에 하늘에 닿을 듯한 ’꿈‘을 상징한다. 가우디는 프랑스의 에펠이 ’에펠탑‘(1889)을 준공하기에 앞서 당시 유럽에서 가장 높다 할 수 있는 첨탑을 만듦으로서 그가 가진 꿈과 이상을 표출해내었다. 이런 건축물에 프랑스에서 온 이방인 [자비에]가 첨탑에 올라 바르셀로나 시내를 내려다보는 장면은 분명 타국에서 느끼는 외로움과 동시에 자신의 꿈을 다시금 반추할 수 있게 만드는 장치라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구엘 공원’의 벤치에서부터 시작된 [자비에]와 [안네소피]와의 관계는 [자비에]에게 육체적인 사랑의 한계를 깨닫게 해준다. [안네소피]와 연인인 [마르티네]와의 이별을 통해 그는 가일층 성숙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가우디의 건축물들은 [자비에]에게 성장과 깨달음의 매개체가 되고 있다.


<스페니쉬 아파트먼트>는 이제 막 자신의 꿈을 펼치고자 하는 사회 초년병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리고 미성숙한 그가 느끼는 정체성의 혼란과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불투명한 이상과 안정된 현실간의 거리감을 유쾌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크게 보면 J.D.샐린저의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같은 내용의 성장 영화지만 그 안에 다국적 젊은이들이 모여 펼쳐내는 잔재미가 풍성한 에피소드와 재치있는 입담이 양념처럼 들어가 있기에 결코 지루하거나 우울하지 않다. 여기에 간간이 들려오는 라디오 헤드의 ‘No surprises'와 문화유산(물론 가우디의 작품들)이 가득한 바르셀로나까지 볼 수 있으니 여러모로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키>

 

http://www.cyworld.com/emptywall --->제 미니 홈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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