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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자> 권상우의 힘을 빌려서 말죽거리 잔혹사
tillus 2004-01-11 오후 4:49:53 891   [1]

이미 많은 영화들이 과거 60~80년대를 회상했다. 친구들의 우정과 의리, 갈등을 그린 <친구>, 옛 첫사랑의 기억을 더듬어가는 <클래식>, 폭력을 판타지로 승화시킨 <품행제로>, 80년대 학생들의 사춘기를 그린 <몽정기>등등 종류도 다양하다.
또한 전국 800만 명을 넘긴 <친구>가 있는 반면에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쇼쇼쇼>도 있었다. 비록 관객몰이엔 실패했지만, 영화를 관람한 사람들의 대대적인 칭찬을 받은 <남자, 태어나다>도 있었고, 그 시대를 전적으로 풍자한 영화는 아니지만 <이중간첩>과 <박하사탕>, <살인의 추억>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과거 회상 영화임에는 분명하다.
이렇게 많은 결과물들의 시행착오를 통해 걸러낼 건 걸러내고, 새로이 이소룡을 추가시킨 <말죽거리 잔혹사>는 요즘 한창 <천국의 계단>이라는 드라마를 통해 주가를 올리고 있는 흥행력이 어느 정도 보장된 권상우를 전면에 내새워 여성관객들과 당시 학창시절이었던 관객들을 포함 20대에서 40대 이상까지 폭넓은 관객층을 공략하고 있다.
그러나 앞선 영화들의 많은 결과를 총 집대성한 듯한 <말죽거리 잔혹사>는 영화만의 특유의 개성을 찾지 못해 혼란을 가중시키고, 약간씩 헤매기도 한다.


지금의 10대와 20대 초반의 관객들은 많은 설명을 들었을지라도 직접 겪어보지 못한 70년대는 여전히 생소하게만 다가올 것이다. 영화는 바로 이들에게 그 시대의 학교생활을 조금의 거짓과 왜곡 없이 매우 자세하게 보여주려 노력한다. 하지만, 여전히 <친구>처럼 그늘진 부분만 계속 건드린다. 분명 그 때의 학교생활에서도 즐겁고 행복한 사건과 일들은 많았을 텐데, 폭력과 피 그리고 눈물로만 얼룩진 어두운 단면만을 계속해서 보여준다.
 그래도 하나의 희망의 여지는 남겨놓는다. 바로 한 살 많은 여학생 은주(한가인)에 대한 현수(권상우)의 짝사랑인데, 생각보다 그다지 눈물겹지도 애처롭지도 않다. 비와 우산이라는 영화적 소재 그리고 한가인의 외모가 손예진을 언뜻 닮은 것 같아서인지 <클래식>의 인상을 좀처럼 지울 수 없었다.
생각 외였던 것은 권상우가 열연한 현수 역이었다. 역시 권상우의 다져진 몸매로 이번에도 한 몫(?) 잡으려는 제작진의 심사는 여전했지만, 우연인지 필연인지 영화상에서 고등학생 역할만 벌써 네 번째인 이번 영화에서는 이전까지의(<화산고>, <일단 뛰어>, <동갑내기 과외하기>) 터프한 역할을 버리고 여린 성격과 가냘픈 목소리를 달고 등장한다. 비교적 잘 어울렸다고 생각했고, 많은 여성관객들의 모성을 자극하며 극장을 부러움의 탄성으로 몰아넣었지만, 권상우라는 배우만을 바라보고 선택한 너무나도 의도된 연출 같아서 그리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간간히 뿜어 나오는 코믹한 연기는 단연 돋보였고, 발군(?)의 노래실력과 기타실력까지 선보이는 권상우에게 이번에도 “뻑”안갈 여성 관객이 없을 듯싶다.(물론 부럽다.)

영화는 당시의 추억꺼리들을 마구 끄집어내지는 않지만, <박하사탕>처럼 흘러가는 세월을 노래하고, 사람을 비참하게 휘두르는 국가에 대해 무언의 응징을 가한다. 공교롭게도 흘러나오는 노래 또한 같다.(시대가 비슷하긴 하지만,) <박하사탕>에서 설경구가 들었던 총이 응징의 도구였다면 <말죽거리 잔혹사>에서는 이소룡의 쌍절곤이다. 친구들과의 결별, 사랑하는 이와의 헤어짐 그리고 선도부장의 난폭한 행위에 분노가 폭발하는 현수의 마음을 상징함과 동시에 가장 잘 대변해주고 있다.
그러나 영화는 딱히 개성이 없다. <말죽거리 잔혹사>라면 따라붙을 만한 그 어떤 무엇도 영화는 지니질 못한다. <친구>의 벽을 넘지 못하는 친구들과의 진한 우정과 의리는 아예 찾아볼 수조차 없거니와 러브스토리 또한 지지부진할 뿐이다. 그렇다고 이소룡을 내세운다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어설픈 결말 또한 마이너스 효과에 부채질을 한다. 밝게 끝내려는 것은 좋았다고 하지만, 당시의 학교라는 곳을 너무 학생들의 감옥소 같이만 그려냈고, 그곳을 떠난 학생들을 그저 떨궈져 나간 지푸라기로 밖에 취급하지 않는다. 그래도 한때는 현수의 가장 친한 단짝이었던 우식(이정진)의 모습조차 보여주질 않는다.


과연 권상우 효과가 어디까지 나타날 것인가.. 어쩌면 이 영화는 운이 굉장히 따를 것 같기도 하다. 한창 이름값을 톡톡히 날리고 있는 배우와 5일간의 휴일 설 연휴라는 특수까지 잡아놓았으니 초반 눈 덩이처럼 불어나는 관객 수는 당연한 현상일지도 모르겠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된 김하늘의 <빙우>와 오늘은 적이지만 내일은 동지가 될 하지원의 <내사랑 싸가지>와의 치열한 결투가 자못 궁금해진다.

<도망자>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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