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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얼짱의 이유있는 반항 말죽거리 잔혹사
nugu7942 2004-01-12 오전 12:53:57 1202   [10]
70년대 얼짱의 이유있는 반항
- 억압과 상처로 얼룩진 학원연가 <말죽거리 잔혹사>

세상에서 학교 선생님이 가장 무서웠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그런 선생님을 향해 영화 <친구>의 동수처럼 주먹을 휘두른다면, 선생님들은 교권에 대한 도전이라고 할까.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감독 유하, 제작 싸이더스)는 부끄러운 과거를 통해 공교육의 현실을 조명하는 시대극이다.

시인이기도 한 유하 감독의 전작 <결혼은 미친 짓이다>는 결혼에 대한 도전적인 내용으로 개봉 당시 신선한 충격을 낳았다. 볼거리보다 생각하는 영화를 만드는 유 감독의 영화라 그다지 큰 기대는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뜻하지 않게 영화는 시종 내 과거를 들추듯 과거를 떠올리게 하며 스토리 안으로 푹 빠지게 했다. 억압과 굴복의 시절 70년대 군부는 장기 집권의 욕망을 버리지 못한 채 유신 헌법을 만들었고, 그 아래서 학교는 교육이라는 허울 아래 수많은 구타와 폭력이 난무했다.

영화는 이소룡 키드 현수(권상우 분)가 말죽거리의 악명 높은 정문고에 전학 오면서 시작된다. 영화 <친구>에서 동수와 준석이 이소룡의 쌍절권을 흠모했던 것처럼, 이소룡 만이 가장 멋있고 전부였던 현수에게 친구가 생겼으니 그가 바로 정문고의 얼짱 우식(이정진 분).

현수는 옆반과 내기 농구시합에서 보기 좋게 이겨 우식과 친구가 되고 주먹을 가장 잘 쓰는 우식은 영화 <사망유희>에서 이소룡이 보이는 액션 장면을 친구들에게 선보인다.

나 역시 80년대 중학교 시절, 성룡 키드였음을 자부하며 성룡이 전부였던 때가 있었다. 성룡을 흉내내면서 정확하지 않은 중국말을 되뇌이다가 수업 시간에 선생님께 혼나기도 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진추하의 노래가 듣기 좋았고 결투 장면이 많은 홍콩영화가 좋았다. 민주주의와 거리가 멀었던 그 때 그것은 우리 일상의 탈출구가 아니었을까.

도색잡지로 성에 대한 호기심을 채우고 음악다방이나 극장 가는 것을 낙으로 삼던 현수 친구들과 버스 안내양, 음악다방의 장발 DJ의 모습은 관객의 자연스런 웃음을 끌어낸다.

한편 라디오 방송에 사연을 보내기도 하는 현수는 불과 몇 년전 우리의 아날로그적 감성을 일깨워준다. 영화 전반에 걸쳐 고백하는 현수의 내래이션은 섬세한 감성과 어우러져 애틋한 그의 사랑을 지켜보게 된다.

영화 속에 다양하게 나타난 현수의 친구들과 권력 중심부에 서 있는 교련선생과 선도부장 종훈은 오늘날 정치의 축소판이라고 하면 너무 과장될까. 권력에 아첨하는 모습이나 주먹의 일인자가 하루 아침에 그 힘을 잃는 모습 등은 너무 흡사하다.

권력을 맛 본 사람들은 더 큰 것을 원하게 마련일까?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선도부장 종훈은 비열한 방법으로 우식을 내몰고, 목적도 친구도 잃어버린 현수는 이유없는 폭력과 억압을 향해 쌍절권을 들기에 이른다.

현수와 은주(한가인 분)의 만남은 그녀를 추행하려는 선배들로부터 구해주는 긴박한 상황에서 시작되었지만 은주는 오히려 우식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관객은 현수의 시선을 따라 은주와 로맨스가 이루어지길 기대하게 된다. 이러한 점이 억지로 사랑을 끼워 맞추려는 시도보다 리얼리티를 더 살리고 있다. 과연 현수의 사랑이 이루어질지….

'One Summer Night', 'Feeling' 등 올드 팝과 통기타 가수 양희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등 영화 속에 흐르는 배경음악은 한국판 <웨딩싱어> 를 연상시킨다.

사랑하면서도 표현하지 못하고 멀리서 지켜봤던 그 시절 추억이 아련히 떠오르는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 현수의 사랑을 더 애틋하게 만드는 것은 권상우의 연기다. 그는 첫사랑의 아픔을 간직하고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는 학교를 향해 포효하는 현수의 캐릭터를 잘 소화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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