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영화를 보기 전에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고백해야겠다. 70년대를 배경으로 했다는 점 때문에 <친구>류의 영화는 아닐까...하는 편견. 권상우 이정진 한가인 등의 청춘스타들을 캐스팅 한 점으로 미루어 보아 그냥 액션+코미디가 주류인 단순한 상업영화는 아닐까...하는 편견. 그러나 영화를 보고나서 그런 점들은 역시 편견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화는 의외로 괜찮았다. 요즘 가장 잘 나가는 권상우의 스타성을 활용하여 관객을 불러 모은 뒤 꽤나 괜찮은+재미있는 영화를 보여준다. 게다가 빠순이들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권상우를 벗겨준다. 시사회라 그런지 사람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특히 빠순이들이 많이 왔었는데, 권상우만 나오면 소리지르고 난리도 아니었다.(내 옆자리에 빠순이 둘이 앉았었는데 '귀여워' '멋있어' '나 녹아' 이런 말을 쉬지않고 했다ㅡ_-)
왜 70년대인가??
사실 영화를 보기 전에 이게 가장 굼금했다. 2004년에 굳이 70년대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나?? <친구>처럼 향수를 불러일으키려는...?이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영화를 보면서 답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70년대의 학교나 2004년의 학교나 다른게 없다. 감독은 바로 이 점에 착안하여 교육현실을 비판하고자 하는 것이다. 70년대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주입식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고 학교폭력이 난무하고 있다. 발전이 없는 것이다. 수학선생이 '수학은 논리가 아니라 패턴이다'라고 말하는 장면은 주입식 교육의 현실을 잘 나타낸다. 교육문제에 불만이 많았던 나로서는 뭔가 시원하면서도 씁쓸함을 느꼈다.
그러나 교복을 입고 달리는 '장면'은 <친구>의 그것을 떠올리게 하여 <친구>를 모방했다는 인상을 줄 수는 있다. 여담이지만 권상우가 피를 흘리며 걸어가는 장면은 <올드보이>의 그것을 꼭 닮았다.
권상우의, 권상우를 위한, 권상우에 의한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는 슈퍼스타-_-(영화를 보면 알 것이다)권상우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4번째 영화에서 권상우는 여전히 교복을 입고 나온다. 그러나 기존의 반항적인 이미지를 깨고 순진한 모습으로 나와서 팬들을 더욱 설레이게 만들었다. 후반부에 가서는 기존의 마초적인 권상우의 이미지를 보여줌으로써 여성팬들을 두번 죽였다ㅡ_-물론 중간중간 벗어주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말죽거리 잔혹사는 권상우가 맡은 '김현수'의 성장영화이다. 끝나고 나서는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꽤 있었는데, 권상우만 쳐다본 사람들이다ㅡ_-순진했던 현수가 변해가며 이소룡을 닮아가는 과정을 그리면서 가슴아픈 첫사랑을 보여주기도 한다. 영화는 철저하게 현수의 시선으로 그려진다. 감독은 현수외에는 관심이 별로 없는듯하다. 이정진이 맡은 우식이가 떠난 후에는 소식조차 알려주지 않는다. 물론 알려주지 않음으로써 여운을 남길 수도 있었지만 현수가 궁금해하는 것처럼 관객들은 궁금해하지 않는다. 이는 우식이라는 캐릭터가 너무 평면적으로(싸가지없게)그려져서 관객들이 정을 붙이지 못했기 때문인것 같다. 현수의 첫사랑도 마찬가지로 성장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만 그려진게 아쉽다.
한가인과의 로맨스에 대한 이야기를 더 하자면...진부했다ㅡ_-곽재용 감독의 <클래식>을 보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 애뜻한 감정을 느끼지는 못했다. 진부한 스토리도 문제지만 배우들의 연기력의 부재가 이 부분에서 가장 두드러졌다.
말하고 싶진 않지만...권상우의 혀땳은 발음도 조금 걸렸다...거울 앞에서 '옥THANG으로 따라와' 이렇게 말하는 것은 귀여울지 몰라도 중요한 순간에 '옥THANG으로 따라와' 이렇게 말하는건 좀...에라다ㅡ_-
뭐 어쨌거나...말죽거리 잔혹사는 우리의 교육현실을 풍자하고 그 속에서 변화해가는 청춘을 그린 성장영화다. 편견을 버리고 보면 꽤나 괜찮은 영화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참...덧붙이자면...이소룡에게 오마주를 바치는 장면(옥상에서 1:다 로 맞짱)에선 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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