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새로운 기록을 쓰고 있는 실미도가 영화 친구의 관객동원 기록을 깰 수 있을지가 참 궁금한 요즈음 한국영화 3편이 설연휴를 앞두고 개봉되었습니다. 반지의 제왕과 실미도가 워낙 대단한 작품들이라 그런지 3편을 연달아 다 보고 난 느낌은 아주 맛있고 배부르게 식사를 하고 나서 가볍게 디저트를 먹는 기분과 흡사했습니다. 반지의 제왕과 실미도를 보신 분들이 설 연휴에 어떤 영화를 보시는 게 좋을까요?
영화 친구의 내용 중 일부와 결혼은 미친 짓이다와 비슷한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말죽거리 잔혹사가 잔잔한 재미와 감동을 주기에 가장 괜찮았고 반면에, 빙우는 관객의 취향에 따라 선호도가 상당히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영화라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고, 내사랑 싸가지는 엽기적인 그녀와 동갑내기 과외하기에 비해 상당히 싸가지 없고 유치하게 만들어진, 극장가서 안보는 것이 좋을 듯한 인터넷 소설이 원작인 영화였습니다.
요즈음 10대 20대보다는 3, 40대가 더 생생하게 공감할 수 있는 영화가 말죽거리 잔혹사입니다. 70년대 말의 학교 상황과 배경이 되는 음악들. 화려한 액션이나 신나는 웃음을 기대하신 분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울 수도 있는 영화입니다. 참신함은 떨어지지만 학창시절의 고민과 사랑, 우정에 대해 되새김질을 해볼 수 있는 잔잔한 재미와 감동이 살아있는 영화가 말죽거리 잔혹사입니다.
내사랑 싸가지는 김재원과 하지원이라는 두 톱스타가 불쌍할 정도로 못 만든 영화입니다. 앞부분은 싸가지 없는 김재원과 교복도 잘 어울리는 하지원을 보는 재미로 참는다고 해도, 뒤로 갈수록 최근 1, 2년 사이에 나온 영화들의 여러 장면을 짜깁기한 듯한 신파조의 내용전개가 관객들을 참 짜증나게 합니다. 인터넷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가 앞으로 제작될 다른 많은 비슷한 영화들에 대한 기대를 싹 가시게 합니다.
62억원이라는 제작비를 들여 신인여성 감독이 우리나라 최초로 찍은 산악영화 빙우. 갈등이나 반전, 적당한 웃음이 있어야 영화에 집중할 수 있는 분들은 절대 안 보시는게 좋습니다. 상당히 많은 관객들이 지루해하고 졸았습니다. 반면에 멋진 설경의 산악과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면서 세 주인공간의 사랑을 느끼게 하는 구성은 괜찮았습니다. 멜로보다 산악쪽에 더 중심을 두었으면 참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영화입니다.
반지의 제왕과 실미도를 안 보신 분들은 이 두 영화를 설 연휴에 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고, 두 영화를 다 보신 분들 중에서 한국영화를 더 감상하려는 분들은 디저트를 먹는다는 기분으로 말죽거리 잔혹사나 빙우를 보시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내사랑 싸가지는 비디오나 케이블에서 할 때 보는게 좋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실미도가 친구가 갖고 있는 흥행기록을 깰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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