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기대하지 않고 봤다.
'친구'를 보면서 저게 실제 일어난 일이란 말야...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유하 감독의 자서전적 이야기라는 여기저기의 홍보성 글에 그닥 마음이 끌리지 않았다.
게다가 권상우,이정진 주연이라니...
그 두 배우가 과연 70년대의 그 시절을 잘 살릴 수 있을까.
결과적으로 말하면 이 영화는 배우의 영화가 아닌 감독의 영화이다.
그 때 그 시절을 거의 완벽하게 재연할 수 있었던건 전적으로 감독의 자서전적 영화였기 때문에 가능했으리라.
그 감독의 의도대로 배우 또한 잘 따라줬다는게 보이는 영화이고.
영화 내내 권상우의 혀짧은 발음은 거의 들리지 않았고
(어디선가 인터뷰에 혀짧은 발음이 나오는건 성격이 급하기 때문이라고 했던게 기억난다.
그러나 극중 현수는 결코 성격 급한 친구가 아니어서인지 발음의 시시비비는 걸고 넘어질래 넘어질 수 없더라)
이정진 특유의 '가오' 잡는 모습도 캐릭터에 적절히 녹아 있었다.
이쪽에 붙었다 다시 저쪽에 붙은 햄버거의 모습도 현실의 비애를 느끼게 하는 것이었고
(마지막에 '내 가오도 있잖냐'하며 종혁파에게 얘기하는 모습...오, 그래, 그게 바로 현실이야...싶더군.)
체벌하다 자신의 분에 못이겨 정신없이 학생을 패.는. 선생의 모습도 바로, 저거였어..싶었다.
다만 한가인의 캐릭터가 불분명하여 너무 두리뭉실하게 넘어간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하긴...어디에나 저런 캐릭터 하나쯤은 있지.
범생인척 하지만 그렇다고 결코 날나리도 못되는..-_-;;;
마지막 현수의 옥상씬에서 좀 뻥이 심하게 아닌가 하는 장면도 CG나 카메라 워크의 눈속임없이
100% 액션의 힘으로 보여줘서인지 그닥 심하게 거부감을 느끼진 않았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고등학교 버전인가 싶을 정도로 비슷한 전개였다는 정도.
난 70년대에 고등학교를 다니지도 않았는데 왜그리 키득거리며 웃게 되는지.
그건 아마도 10년이 지나도 2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학교의 모습 때문인건가.
여기저기서 간혹 들리던 아저씨(?)들의 킬킬대던 웃음소리가 기억난다.
어디선가 읽은 감독 인터뷰 중 이런 글이 생각난다.
다른건 몰라도 아마 40대들은 이 영화를 보고나면 동창회를 열지 않을까 라는.
너무 잘만들어져서 약간의 거부감이 생기긴 했지만
잘 만들어진 웰메이드 영화인건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아참. 나를 가장 실소하게 만들었던 장면은
뒷칠판에 적혀있던 '이사장님 묘소 벌초분단 2분단' 이었다.
그 문구와 감독의 모교라는 상문고 비리 사건과 묘하게 겹쳐지는건
나 혼자만의 쓴웃음이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