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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 딱 그정도구나 안녕! 유에프오(UFO)
emptywall 2004-01-27 오전 12:37:36 1425   [6]


UFO(unidentified flying object). 말 그대로 미확인 비행물체를 말합니다. 이 단어는 <X- 파일>의 멀더가 ‘외계인’이라는 말과 더불어 유난히 좋아하는 말입니다. 저는 여기에서 ‘미확인’이라는 말에 주목해봅니다. ‘미확인’되었기에 UFO는 다양한 변용이 가능해집니다. 멀더가 말하는 것처럼 그리고 우리 모두가 그렇다고 믿는 것처럼 외계인이 타고 다니는 운송수단이 될 수도 있고, ‘그것이 알고 싶다’ 류의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는 ‘로드’(0.5cm~30m 크기의 미확인 비행생물체)가 될 수도 있죠.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어린 아이에게는 스티븐 호킹 같은 위대한 천체 물리학자를 꿈꾸게 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반면에 <안녕! 유에프오>의 김진민 감독은 UFO는 ‘사랑’과 동의어라고 말합니다. 시각장애우 [경우- 이은주]는 실연의 아픔을 잊기 위해 구파발로 이사를 합니다. 그리고 그녀는 그곳에서 UFO를 볼 수 있기를 희망하죠. 눈이 안 보이는 그녀가 어떻게 UFO를 ‘볼’수 있을까요. 그녀의 어릴 적 기억 속에 UFO는 어둠만이 가득했던 세계에 한줄기 섬광으로 다가옵니다. 눈앞이 아득해지는 오색찬란한 빛을 띠고 있는 UFO. 처음 느껴보는 자극에 놀란 어린 딸을 따스한 가슴으로 안아주는 아버지.. 아버지의 그 큰 손은 어린 경우의 등을 보듬습니다. 선천적으로 눈이 보이지 않는 경우는 아버지의 얼굴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경우]는 그때 처음 아버지의 얼굴 보게 되죠. 아니 보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랑이 UFO의 형상을 빌어 그녀의 마음 속에 투영된 탓입니다. 그녀는 어른이 되어 사랑한다고, 했다고 생각하는 남자에게 상처를 받은 채 UFO가 나타난다는 구파발로 향합니다. 다시금 UFO를 그리고 참사랑을 찾고자 하는 것이죠.


그런데 [경우]가 이사 온 구파발의 한 동네는 분위기가 무척이나 어수선합니다. 멍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치매노인이 있고, 동네 골목에서는 소란을 피워대며 부부 싸움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휴게실 역할을 하는 버스 정류장에서는 산만하게 훌라우프를 돌려대는 여자아이가 있고, 매일 같은 도복을 입은 채 유언비어를 퍼트리고 다니는 괴짜 양치기 소년도 있습니다. 그러나 부산하고 정신없는 그 곳에서도 [경우]는 꿋꿋이 적응해 나갑니다. UFO를 다시 보기 위해 이사를 왔다는 얘기를 들은 귀가 솔깃해집니다. UFO를 보면 뭔가 좋은 일이 생긴다더라 하는 막연한 기대와 상상을 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지나친 기대 때문에 웃지못할 해프닝이 벌어지지도 합니다. 그러나 어느새 사람들 사이에서는 훈훈한 정이 넘쳐납니다. 어느 비 오는 날에 그동안 싸우던 부부는 우비를 입은 채 장독대에 나와 사이좋게 하늘을 보기도 하고, 멀뚱히 동네 어귀에서 앉아 있던 치매노인을 정성스레 모시고 가는 우산을 든 아들과 여자 아이의 마음속에 이미 UFO는 자리를 잡고 있는 것입니다. 적어도 감독이 하고 싶었던 말은 이런 것이 아닐까요.


<안녕! 유에프오>는 [경우]의 참사랑 찾기를 기본 골격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 대상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듯이 [상현-이범수]이죠. 그런데 문제는 여기에서부터입니다. UFO라는 독특한 소재를 사용한 멜로임에도 매너리즘에 빠져버리는 것이 문제입니다. 뭔가 한가지씩은 모자라 보이는 남녀가 만나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며 사랑을 싹 틔워간다는 것이 멜로 영화의 전형이라면 <안녕! 유에프오>는 그 계단을 차근차근 밟아 올라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상은 보여주지 못합니다. 지원사격을 해줄 애틋함이 묻어나는 영상도, 감성을 자극하는 음악도 기대하기 힘들죠. 게다가 꾸준히 내공을 쌓아온 이범수 씨와 <오! 수정>이래로 될성 부른 떡잎으로 인정받아온 이은주 씨의 엇박자도 한 몫을 합니다. 일단 [상현]의 캐릭터가 일관성을 갖지 못하고 변형을 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가짜 방송이긴 하지만 딱 부러지는 멘트가 인상적인 [박상현의 뛰뛰빵빵]을 진행하는 [상현]이 어느 순간부터 <오! 브라더스>의 [봉구]가 되어 버립니다. 영화의 마지막 해변에서 안테나를 들고 있는 상현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할 말을 잊게 만듭니다. 클라이막스가 되어야 할 그 장면에서 어이없는 웃음을 짓게 되는 것은 무슨 곡절일까요.


그리고 시각장애인을 연기한 이은주 씨는 시종일관 눈에 초점을 풀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아시스>에서 문소리 씨의 리얼한 장애우 연기를 보아왔던 우리는 고개를 갸웃합니다. 아무리 주인공이 예쁘게 나와야 하는 멜로라지만 너무 한 것이 아닌가 하구요. 혼자 사는 시각장애인의 모습은 너무도 깔끔하고 초점만 없을 뿐 눈은 초롱초롱 합니다.(오히려 그런 눈을 만들기 위해 특수렌즈까지 사용했다는 후문입니다) 덜떨어진 [봉구-이범수](<오! 브라더스>)와 너무나 예쁜 [영주-이은주](<하늘정원>)와의 사랑....김진민 감독은 정말 단지 판타지를 만들고 싶었던 것일까요.


또 매끄럽지 못한 편집이 눈에 거슬립니다. 예컨대 전파사 주인은 왜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계약서로 보이는 서류에 도장을 찍은 것일까요. 평소에는 유쾌한 표정으로 일관하던 그가 그렇게 심기가 불편해 보이는지 거기에 대한 부연 설명이 있어야 했습니다. 그 장면은 영화 속에서 아무런 효과도 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밖에 점프컷을 사용한 것처럼 이야기 전개가 건너뛰는 느낌을 주는 장면들이 곳곳에 보입니다.


<안녕! 유에프오>는 최근 한국 멜로 영화가 거듭하고 있는 실패의 전철을 답습하고 있는 듯합니다. 최근 멜로 영화 중에서도 완성도가 높은 시나리오를 모태로 하고 있다는 이 작품이 ‘고만고만한’ 영화로 자라난 이유는 아무래도 흥행배우에 지나치게 의존해 개성을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상징성이 돋보이는 짜임새 있는 시나리오에 흥행파워를 갖춘 배우들까지 버티고 있어서인지 김진민 감독이 방심을 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하나의 원인은 전작인 <오! 브라더스>의 흥행을 등에 업은 배우의 관성 붙은 연기와 전작인 <하늘정원>의 실패로 과욕을 부린 배우의 연기가 작품 속에 섞이지 못하고 부유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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