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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갈수 있다면... 태극기 휘날리며
CrazyIce 2004-02-04 오전 10:31:07 2187   [16]

<쉬리>와 <은행나무 침대>로 어느정도 입지를 굳혔지만...
강제규 사단의 영화를 그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입소문 때문이었을까...
솔직히 기대반 불안반의 심정이었다...

아니 불안에 대한 마음이 더 컸다는게 사실이었을것이다...
<실미도>가 맘에들어 몇번이나 보았기에 더 그러했을까...
그런것보다 <태극기 휘날리며>에 대한 기대가 컸던것도 그런 이유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그 어설픈 불안감은 영화 시작후 30분이 지나면서 완전히 사라졌다...

1950년 참혹한 한국전쟁...
그 참혹한 현장을 실감나게 담아내는데 성공했다...
전쟁의 참혹함, 같은 동포이면서 서로를 죽여야하는 뼈아픈 실상...
이제 갓 중학생 남짓한 학도병들의 죽음...
그리고 북한군들의 너무나 잔인한 면모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그건 북한의 모습이 아닌 인간의 숨겨진 본성이었다....
북한군의 잔인한 행로에 우리들은 함께 분노할수 밖에 없다...

솔직히 나 역시 그랬을것이다...
그 잔인한 참사에 북한군은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동포가 아니라...
공산주의 사상에 붉게 물들여진 빨갱이로 밖에 보이지 않았을것이다...
분노에 물들어 인간임을 포기할수 밖에 없었을것이다...

이진태(장동건씨), 이진석(원빈) 두사람은 강제로 전장으로 끌려간다...
자랑스런 학도병들...
어린 학생들을 죽음으로 몰아세우고 자신들은 뒷전에 숨어버린것이 어디가 자랑이란 말인가...
단순한 조사라는 말에 의해 죽음의 전장으로 끌려가는 억울한 청년들...

"일제시대때는 나라라도 구하려고 싸웠지! 이건 같은 형제들끼리 뭐하는 짓이야!!"
누구를 위한 나라이며... 무엇을 위한 나라일까...

하지만 진태에게 그런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동생을 집으로 보내겠다는 맹목적인 신념과 북한군에 대한 절대적인 분노 ...
그 두가지 때문에 진태는 자신을 잃어간다...

모든일이 그렇지 않을까...
이미 이 일이 잘못되었다고 깨닫게 되었을때는 너무 멀리까지 와있는 자신을 볼 수 있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는 자신조차도 모른다...
그렇기에 진태의 맹목적인 신념과 너무나 쉽게 잔인하게 돌변하는 그의 모습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과 다를것이 없는 한 인간의 모습이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게 돌아가는 군대라는 집단의 오류....
강제집영, 심증만으로 이루어지는 판결, 자신의 뜻에 맞지 않기에 범하는 커다란 실수...
그리고 그런것들을 소리없이 덮으려는 안일한 발상...
과거에서 지금까지 도대체 무엇이 얼만큼 변한건지 모르겠다...

참혹한 전쟁의 영상....
너무나 뜨거운 형제애...
비겁한 윗사람들의 처세들...
하지만... 그런것보다 더 가슴아프게 다가왔던건...
두 형제에 비추어진 가슴아픈 분단의 현실이었다...

북한과 남한, 두개의 이름을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
우리들은 진태와 진석이처럼 서로를 아끼는 한 형제이며 한 나라였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를 죽여야 했고...
지금도 서로에게 총,칼을 겨누며 살아가고 있다...
극의 마지막으로 달리때 두 형제의 싸움은...
그런 상황을 너무나 잘 표현해낸다...

"여기서 뭐하는거에요... 50년이나 기다렸잖아요..."
진석의 마지막 대사는 어떤 장면보다 보는이의 가슴에 깊게 파고 든다...

반세기의 기다림...
그 말은 지금도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그 날들을 원한을 만들어간 그들에게 던지는 질책이며 위로였다...

<태극기 휘날리며>는 우리의 과거를 이야기하며...
우리의 현재를 투영하려 한다...
두번다시 벌어져선 안될 일...
그리고 지금의 현실...

정말 잘 만들어진 영화다...
두 형제를 고집한것도 그 많은 돈을 들인것도...
오랜시간동안 고생한것도...
영화를 보는내내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가슴아픈 우리의 현실을 담아낸 강제규 사단에 너무나 큰 박수를 보내고 싶고...
<실미도>와 함께 멋진 기록을 만들어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글쎼요... 이번엔 딱히 비추천하고 싶은 분들이 떠오르질 않네요...
군복만보면 알레르기가 도지시는분이나...
두 배우들을 싫어하시는 분들이 아니면 누구나 좋아하지 않을까 싶네요...
어김없이 주절주절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구요~~
오늘 하루도 즐거운 하루되시길 바래요~~ ^^

Too fast to live...
Too young to 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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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휘날리며(2004, TaeGukGi: Brotherhood Of War)
제작사 : 강제규필름 / 배급사 : 와이드 릴리즈(주),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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