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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듣고 느낀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
bboyanee 2004-02-07 오전 12:49:12 1291   [5]
우선 밝혀두건대,
나는 권상우의 그 조각같은 몸매를 감탄하는 숱한 여성(?)중 하나이긴 하지만,
절.대.로. 권상우의 팬도 아니거니와
이 영화를 본 것이 권상우 때문, 혹은 권상우가 멋있다, 영화가 재미있다..는 등등의 입소문을 들었기 때문은 결코 아니었다.
사실 영화를 찍는다는 소식을 한밤, 섹션등의 연예 프로그램을 통해서 오래 전부터 접해오면서
그럴듯한 청춘스타들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가 그리 달갑지 않았고
더욱이 이전에 권상우가 출연한 '일단 뛰어'를 극장에서 보고(정말 의도한게 아니었다.-_-)
조인성 못지 않게 좋지 않은 발음과 전달력 떨어지는 대사 처리 때문에 약간은 화가 날 정도로 실망한 터라
사실 영화가 제작되고 개봉되고.. 그 모든 일련의 과정에 별 관심이 없었던게 사실이었다.
그러다 개봉을 앞두고, 언론 이곳저곳에서 'well-made'영화다.. 권상우의, 권상우를 위한, 권상우에 의한 영화다.. 등등의 예상외로 좋은 평가를 접하면서 영화에 대한 인상을 달리 하기 시작했고,
결정적으로,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지독한 nostalgia를 건드린다는 것이, 영화 선택의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뭐, 1978년을 배경으로 했기 때문에 나와는 전혀 상관 없는 일이기도 하지만..-_-;

영화를 보기 전에도 권상우의 팬이 아니었고(천국의 계단은 3분 이상 본적도 없다.)
보고 난 후에도 팬이 되진 않았지만,
영화 속에서 권상우는 자신이 배우로서 끄집어낼 수 있는 모든 역량과 자질을 가감없이 모두 꺼내보였다 싶을 정도로 정말 신경 많이 쓰고 혼신을 다 했다는 느낌을 줬다.
정말 이 영화는 권상우의 영화다.
권상우 덕에 이렇게 관객몰이를 하고 있는 듯하니 감독이나 제작사가 권상우에게 고마워해야 하겠지만,
내 생각에는 반대로 권상우가 이런 영화를 찍을 수 있게 해준 제작사와 감독에게 무한히 감사해야할 듯 싶다.
그야말로 가능성을 한껏 펼쳐보이게끔 길을 내줬으니 감사하지 않을 턱이 있는가.

내가 당시를 살아보지 못 했기 때문에,
더욱이 여학교만 다녔기 때문에,
거칠다 못 해 더럽고 지저분한 남학생들의 말씨와 행동거지들.. 선생님의 태도들.. 사회의 모습들..
이 모든 것들은 공감하기 힘들 정도로 나에게 낯설고 무지한 세계였다.
또 나는 학교를 다니면서 학교를 증오하고, 힘들어 죽겠고, 좇같고 더러운 학교라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보지 못 했기 때문에,
왜 그렇게들 학교 생활에 치를 떨고 선생님들은 학생들을 못 잡아먹어서 난리들인지..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으로 이해하고, 공감하고, 느끼고, 영화 속의 인물들과 교감하고 있던 나 자신..
바로 이 점 때문에 나는 이 영화가 좋았고, 엔딩 크레딧이 모두 올라가는 순간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영화는 시작부터 마치는 순간까지 갈등 구조가 식지 않고 계속된다.
친구와 친구, 학생과 선생님, 남학생과 여학생, 부모와 자식, 가해자라는 이름의 대한민국 학교와 피해자라는 이름의 대한민국 학생들...
갈등 구조가 워낙 명확히 잡혀져 있으니, 영화는 탄탄한 구성과 흥미있는 전개를 갖추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고 튀진 않지만, 감각적이고, 그러면서도 사실적인 화면들..
권상우와 한가인이라는, 아름다운 조각작품을 손에 넣고도 과하게 욕심을 부리진 않았다.
딱 영화가 원하는 그 만큼만, 그 만큼만 했다.

사실 이 영화는 주인공들의 연기보다 조연의 연기들이 더 빛을 발한 작품이 아닐까 한다.
언제봐도 정말 영리함으로 똘똘 뭉친 김인권. 작은 배역이든, 큰 배역이든, 그는 언제나 실망시키지 않는다. 정말 귀하고 또 아까운 배우다.
햄버거로 나온 뚱땡이. 이름은 모르겠지만, 알게 모르게 영화의 축선상에서 무게중심을 잘 잡은, 사실적인 연기의 주인공.
그리고 선도부장. 분명 어디선가 본 얼굴인데.. 바른 생활과 나쁜 생활을 동시에 즐기는, 정말 재수없고 교묘한 느아쁜 놈의 연기를 정말 재수없도록 잘 해냈다.

한가인의 연기는 기대 이상이긴 했지만, 아직 다음 영화를 섣불리 준비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정진. 욕 하나는 정말 잘 하더만.ㅋㅋ 강한 캐릭터이긴 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그 모습. 연기면에서 매력은 별로인 캐릭터인 것 같다. 그 캐릭터에 대한 해석을 한 마디로 '후까시'로 정의 내린건지,
눈빛을 전하지 못 하는 연기에 아쉬웠다.

그리고 권상우. 눈빛 연기나, 대사 처리, 제스처.. 아직 너무 미흡한 면이 많이 보인다.
발음은 많이 좋아졌지만, 수줍은듯 말할때 내는 중저음의 목소리가 제대로 나지 않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권상우에겐 목소리가 demerit가 되는 것 같다.
몇년 연극판에서 뛰어 발성 훈련도 독하게 하고 보이스 컬러도 찾아야할 듯 싶다.
하지만 그런 권상우도 찬란하게 빛을 낸 장면이 있었으니...
그것은 숱한 여성들이 가슴 설레했을 옷 벗고 무도를 익히는 장면이 아니라,
마지막 부분, 옥상에서 결전을 할 때이다.
그 부분이 영화의 최대 클라이막스가 아니었나 싶은데,
단순히 학교의 '짱' 자리를 꿰차고 싶은 마음이 아니라,
우정도 잃고, 사랑도 잃고, 좇같은 학교 생활에 정나미도 떨어지고..
이 모든 것들에 대한 절망과 분노를 쏟아내며 신들린듯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붓던 현수..
그 장면에서 나는 자리에 편하게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현수에 대한 감정이입이 극에 달해져, 날리고 맞는 펀치 하나에 몸을 오싹오싹거렸다.
그리고 옥상을 내려오다가 선생님에게 던진 한 마디,
"대한민국 학교, 다 좇까라 그래!"
캬~ 정말 좇같기만 한 대한민국 학교는 아니지만,
오죽 했으면 저런 말까지 나왔을까.. 심히 아픈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영화의 베스트 장면으로 선정!

마지막으로 이 영화의 매력은 음악이다.
내가 청춘을 보내던 당시의 음악들은 아니지만 익히 들어서 알고 있고 좋아하는 노래들..
하나하나 가슴에 와닿고 특히 메인 테마곡이 정말 좋다.
엔딩 크레딧 부분에서 나오던 김진표가 부른 '학교에서 배운 것' 역시 메인 테마곡에 감독이 자작시를 가사로 붙인 것인데, 정말 강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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