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과연 무엇일까... 사랑하는 사람을 내가 보고 싶을 때 보는 것? 항상 내곁에 두고 나만 생각하게 하는 것? 새삼스레 이런 의문을 갖게 만드는 영화가 있다.
<야드비가의 베개>에서 내가 주목하는 것은 온드리스가 보여주는 사랑이다. 물론 사랑하는 야드비가의 마음을 모두 얻고 싶지만...그렇게 될 수 없다면..온드리스는 야드비가가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따른다.
아내가 애인을 만나러 가면서 거짓말을 해도 취한 채로 모른 척 하는 것... 그녀만 행복하다면 아내와 그녀의 연인사이에서 낳은 아이를 내색하지 않고 자신의 아이와 함께 기르는 것... 그녀가 다른 남자의 품에 안겨 있는 동안 자신은 그녀의 베개를 품에 안고 잠드는 것... 온드리스가 택한 사랑이다...바로 그녀의 행복이다.. 말이 쉽지 행동으로 옮기는 건 참 어려운 일들...힘들지만 온드리스는 모두 해낸다. 때론 다른여자에게서 야드비가의 빈자리를 채워보려하지만 순간일 뿐, 야드비가는 여전히 그에게 신과같이 절대적인 존재이다.
이런 남자가 현실속에서 가능할까... 요즘 공개적으로 두 사람을 사귀는 경향이 생겨나고 있다고 들었다..나도 나이가 들긴했나..엄청 충격적이었다...적응도 안되고...영화속의 관계가 버젓이 현실이라니... 이들은 같은 대학을 다니고 있고 연인전에는 선후배사이였단다. 사랑을 해보기전에는 난 분명 이들을 불순한 가치관을 가지고 전염시키는 사회에서 없어져야 할 존재들로 매도하며 열을 냈을것이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것에 나도 빠져들었을때..그때서야 깨달았다. 사랑에 대해서는 쉽게 간주해서는 안된다는 것을..통제불가능한 세상의 유일한 진리는 사랑이 아닐까..
그래서 현실에서의 그들과 마찬가지로 영화속 주인공들을 비난할 수 없었다..그저 모두 상처가 크지 않기를 바랄뿐.사랑하는 이를 자유롭게 해주며..책임도, 구속도 지우지 않고..그것이 때론 방종에 가까운 것일지라도..각자가 행복할 수만 있다면..온드리스는 그녀를 그렇게 사랑했다.
<야드비가의 베개>는 온드리스와 그의 아내 야드비가, 이들의 부모세대, 야드비가의 사랑을 받는 프란시 등을 통해 세대를 바꿔 반복되는 사랑의 형태로 보여지는 듯하지만 사실 사랑의 형태는..수많은 사람들이 공존하듯 수천수만가지라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나의 사랑의 모습도 다시 한번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