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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실미도 실미도
khanj 2004-02-08 오전 1:27:29 1244   [3]

내가 본 이 영화는,

1.失'me'島였다.
'국가 권력' 및 '이데올로기의 대립'이라는 [개념]은,
보이지 않지만 분명 존재하며 또한 그 영향력이 물리적으로 발현되는 실체이다.

한편,
숙명이나 운명처럼 초자연적인 환경앞에서 발가벗고 서있는 개인(individual)앞에
그러한 보이지 않으나 존재하고 있는 세력이,
절대적 명령(order)이나 혹은 반드시 달성해야 할 임무(mission)의 모습으로
어느 날 불쑥 방문하여 거래를 하자고 제의한다.

정상적인 거래라면, 쌍방이 거래조건을 충분히 검토하고 이해한 뒤
지극히 자발적으로 그 거래를 동의하고 수락함으로써 효력이 발휘되어야 한다.

그러나,
자신의 운명이나 숙명이 너무나 가혹하게 자신에게 등을 돌려버린 개인이 있다면,
불공평한 거래에 덥썩 손을 내밀어 버린다.
물에 빠진 사람에게 그 거래는 지푸라기와도 같은 구원으로 보이겠지만,
기실은 그것은 저쪽 거래 대상자의 미끼에 불과하다는 것을 모르고 말이다.

그것은 마치 등뒤에 큰 사과를 감추고,
손 앞으로 내민 작은 사과를 공평하게 나눠 먹자고 하는 것과 다름없이 불공평한 일이다.
더구나,
공평하게 나눴다고 생각하여 받아먹은 사과에 독이 발려있다면,
그것은 극악무도한 일이 되는 것이다.

왜 독이 발린 사과조각을 선택했을까하는 후회도 실은 아무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손 앞으로 내민 작은 사과는 어차피 독사과였으며,
개인이 먼저 먹어야 하는 것이 거래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거래를 제안한 보이지 않는 실체가 거래의 조건을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고,
그 세력의 관심은 등뒤에 숨겨놓은 큰 사과였기 때문이다.

거래의 내용은 간단하다.
개인이 자기자신(我,me)을 버리고 명령에 복종하라는 것이다.
그러면, 개인이 처해 있는 가혹한 상황에서 구원하겠다는 것이다.

[失me하겠느냐? 그럼 네가 구원을 얻으리라...]

계약이 불공평했고 기만적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구원의 약속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거래에 응했던 개인들은 그래서 그렇게 기를 쓰고 피를 흘려가며,
자신의 이름(존재)를 버스 여기저기에 쓰게 된 것이다.

거래를 무효로 만들어 버리고 싶었던 것이다.

그들에게 구원은,
자신들의 이름이 국립묘지에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실은 잃었던 자기 자신을 찾는 것이었고,
뒤늦게 그걸 알아차린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본 이 영화는,
2.失'美'島였다.

그렇다면, 국가 권력이나 이데올로기라는 것이
항상 그런 거래를 개인에게 강요하는 악한 것이란 말일까?

이 영화가 반국가적인가 아닌가에 대한 찬반이 엇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앞서 말했듯이,
초자연적인 환경(운명,숙명 혹은 그러한 어떤 것)을 온몸으로 받아내기에
한 개인은 너무나 무력하고 힘이 없다. 다시 말하지만, 발가벗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환경에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해서 개인이 의지적으로 선택하게 되는 것이
'이데올로기' 혹은 '국가'와 같은 방어막이다.

그것은 마치 갓 태어난 어린아이에게 어머니와도 같은 존재이다.
우리가 위험에 처하고 곤경에 처하여 어찌할 바를 모를 때,
우리를 보호해주고 우리에게 갈 길을 밝히 보여주는 존재로서의
국가, 혹은 이데올로기는 원론적으로 매우 '아름다운'(美)것이다.

우리는 그래서 국가를 가리켜 "내 어머니의 나라(조국,祖國)"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조국이 나를 버린 것이다.
어머니가 자식을 내팽개친 것이다.

본래 아름다와야 할 두 대상의 관계가,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더러워졌고 갈기갈기 찢겨져 나가면서
그 아름다움을 상실하게 된 것이다.

찢어진 어머니의 사진을 누덕누덕 붙여 전해주는 장면은
이러한 배경을 전제로 이해해야 한다.

잃어버린 아름다움에 대한 회복이라는 주제를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표현하려 했다.

그럼에도 내가 본 이 영화는,
3.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다.

관객 1,000만명을 넘어설 지도 모르는 대 기록을 앞두고 있는 이 영화는,
강우석이라고 하는 흥행사의 관록있는 흥행감각과,
설경구,안성기를 비롯한 출연배우들의 혼신의 연기,
음악이나 소품 등의 디테일을 신경써서 살려낸 스태프들의 솜씨,
플래너스(주)씨네마서비스의 엄청난 배급,유통력이 결합되어
[휴머니즘]이라는 보편성 있는 주제를(그래서 남녀노소에게 공감될 수 있는 테마를)
정해진 예산을 엉뚱한 곳이 아닌 제작과 마케팅 등 영화 그 자체에만 집중시킨
결과물이라고 보여진다.

하지만,
영화비는 아깝지 않은 대신,
비디오로 본 것보다는 극장에 나온 것이 잘했다라고 생각되는 대신,
주차비는 아깝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감독의 자리가 아쉬웠던 것 같다.

휴머니즘에 감동하여 흘러 넘치는 눈물은 뜨겁게 주루룩 볼을 타고 흐른다.
내 자신의 이야기라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내 경우에는,
그저 눈물이 좀 그렁그렁 했을 뿐,
마치 미원 많이 들어간 싸구려 음식은 아니지만,
감칠맛이 떨어지는 잘 차려진 패밀리 레스토랑 음식맛처럼 느껴졌다.

조금만 더 깊이가 있었다면...하는 아쉬움은...
어쩌면 그저 개인적인 취향인지도 모르겠다.

아니면..어쩌면...
남들도 다 보는 영화인데,
나만 빠질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내 스스로의 강박에 대한 뒷끝이
영 개운치 않아서일지도 모르겠다.


(총 0명 참여)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입니다. 영화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것 같군요. 감사~   
2004-03-01 07:24
멋지십니다. 제대로된 평이란 이런거지요 _^_   
2004-02-10 16:1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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