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 감독 - 흥행보증수표 "강제규" 감독님..

보통 흥행보증수표란 그 배우가 나오면 영화가 흥행된다는.. 즉.. 배우에게나 통하는 말이다..
근데 "강제규" 감독님에게는 이 말이 통한다.. '은행나무 침대'와 '쉬리'..
특히 나에게 '쉬리'란 영화는 한국영화를 새로이 인식하게 된 계기였기 때문에 기억에 강하게 박혀있다..
(물론 이 영화는 시간이 흐른 뒤에 일반인이나 평론가들에게 많은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 분들도 이 영화가 한국 영화 부흥기의 시초가 됐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만큼.. 엄청난 제작비가 들어간 감독님의 이번 초대형 영화는.. 무엇보다 기다리던 작품이었고..
보고 난 소감은.. 아쉽게도 나에게 감동을 주지는 못했다..
하지만.. 언젠가는 나와야 할.. 한국 영화사에 남을만한 또 한편의 대작이 나왔다는 생각에 동의한다..

주. 내용 - 전쟁이란 무엇인가..

내용을 보면서.. 자꾸 어렸을 적 보았던 '여명의 눈동자'가 생각났다..
시대적 상황 자체가 그렇게 사람을 변해가도록 강요하는듯한 느낌..
그리고 이로 인해 생기는 비극과.. 전쟁이 우리에게 남긴건 도대체 무엇인지 생각하도록 만들었다..
형제애에 대한 드라마를 나름대로 잘 살리면서 우리 역시 그 흐름에 참여할 수 있도록..
그리고 그들이 처했던 현실과 변해가는 모습을 이해할 수 있도록..
나중에는.. 그 의미까지 되새겨 볼 수 있도록.. 잘 만들어진 작품이다..

노. 영상 - 리얼리티 150%의 영상..

영화 속 첫 전투장면.. 아니 전투라기보다는 일방적 피해를 입는 장면을 보여줄 때부터..
우리나라 영화에서 나올 것이라고 상상할 수 없었던 전투장면이 나온다..
그래.. 드디어 우리나라도 이런 영상이 되는구나.. 마치 전쟁터에 있는듯한 느낌.. 감격이 절로 나왔다..
그 장면을 찍기 위해 노력한 모든 배우들의 노력이 느껴졌고.. 시체 하나하나에도 신경을 썼다는 것..
그리고 CG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는 것.. 등등..
순제작비 147억이란 돈이 아깝지 않게 느껴질 정도의 눈이 부신 영상이 만들어졌다..
물론 후반 전쟁 장면에 갈수록 질리는 감이 없지는 않다..
또한.. 주인공이 대사를 하기 시작하면 피해가는 총알이나.. 적군일지라도 주인공은 무시한다는 공식은..
드라마적 구성을 위한 영화의 한계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해하면서 보아야 될 것이다....

초. 주연 - 이상하게 "원빈"씨가 더 기억에 남았다..

모두들 "장동건"씨를 칭찬한다.. "원빈"씨는 대사나 연기가 미흡하다고 한다..
"장동건"씨가 진태로써 보여준 큰 이미지는 2가지이다..
동생을 사랑하는 형으로써의 모습과.. 전쟁으로 인해 광기에 휩쓸리는 모습.. 그가 이 역할을 제대로 못한건 아니다..
하지만.. 난 초반에 보여주는 "장동건"씨의 모습이 '해안선' 때의 모습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그가 전쟁의 광기에 휩쓸려버린 북한군이 됐을 때에야 어느 정도 차이를 느꼈을 뿐..
또한 내가 형이었다면..
보다 영신과 어머니를 아꼈을 것이고.. (솔직히 진태가 영신과 어머니를 사랑한다는 느낌은 거의 못 받았다..)
총알이 쏟아지는 위험함 속에서 내 몸을 던질 정도의 무모함을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즉.. 그만큼.. 그 캐릭터 자체를 인정하기가 어려웠고.. 이로 인해 감정이입하기가 쉽지 않았다..
근데 "원빈"씨가 보여주는 이미지는.. 어떤 때는 인간적인.. 어떤 때는 전쟁의 광기를 머금은 모습..
이렇게 일정하지가 않다.. 그런 그의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나에게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결국.. 내가 감정이입이 되는 사람은 형 진태가 아닌 동생 진석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장동건"씨보다는 "원빈"씨가 더 돋보였던 것 같다..

파. 조연 - 영화의 미래를 내다보는 "공형진"씨..

"공형진"씨는 참 신기한 사람이다.. 그는 참 많은 영화에서 조연으로 출연해왔다..
근데.. 그가 기대 이하의 연기를 보여줬을 때는 영화가 별로 흥행하지 못한다..
그가 영화를 살리려고 노력한 흔적은 보인다.. 하지만 영화 자체에 어울렸었다는 생각이 안든다..
반면에 그가 기대 이상의 연기를 보여주는 영화는 대부분 흥행한다..
그래서 그가 주연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영화와 제대로 어울려.. 주연만큼 기억에 남는 신기한 배우이다..
어쨋든.. 이번 영화에서도 그가 참 기억에 남는다..
특히 "사상이 뭔지는 모르겠는데.. 그게 형제들끼리 총질할만큼 중요한거냐..
일제 시대에는 나라라도 구하려고 싸웠지.." 라는 대사는.. 영화 전체가 보여주고자 한 의미를 잘 관통하고 있다..

남. 꼬투리 - 왜 감동이 와닿지 않을까..

이 영화는 드라마를 죽일 땐 리얼리티를 살리고.. 드라마를 살릴 때는 리얼리티를 죽여가면서.. 적당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배우들의 연기 또한 나무랄 데가 없으며.. 스케일과 영상은 모 회사의 광고처럼.. 상상초월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남았다..
그리고 가장 빼먹을 수 없는.. 감동..
전쟁의 비극성을 통하여.. 이념의 무의미성과 모순.. 그리고 형제애를 충분히 느끼게할만큼 감동적이었다..
그렇다.. 감동적이다.. 그래서 영화를 보신 분들 중에는 훌쩍훌쩍 우시는 분들도 많았다..
근데.. 왜? 도대체 왜? 나에게는 재미있기는 하나.. 이런 감동이 와닿지를 않는걸까..
조금 찡하려다 말고.. 찡하려다 말고.. 그나마 마지막 할아버지의 대사에서 눈시울만 조금..
감동적이란걸 인정하면서도 그 감동에 몰입할 수 없는 나로써는 매우 답답했다..
이 영화는 해외에 내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작품이고.. 사람들에게 영화값이 안아까운 대작이라고 추천하고 싶다..
마치.. 학교에서 내가 선생님이고 영화가 학생이라면..
가장 모범적이고 인간적인 학생이라고.. 예의도 바르고 친구들과도 잘 지내는 녀석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근데.. 왜? 도대체 왜? 나는 이 학생에게 정이 안가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나 나름대로 그 이유를 찾으려고 나처럼 감동을 못 느꼈다는 다른 분들의 영화평도 읽어보았다..
하지만.. 나는 영화보는 동안 편집이 미흡해서 내용의 끊김이 심하다는 생각도 안 들었고..
영화 자체의 호흡이 길어서 지루한 면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카메라 앵글이 심하게 흔들렸다기보다 더 실감나서 좋았고..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못봤기 때문에 따라했다거나 비슷하다는 느낌을 가지는 것도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나는 감동을 느끼지 못했을까.. 미스터리이다..
또다시 나의 감정이 메말랐다고.. 형이나 남동생이 없어서 잘 이해하지 못한다고.. 스스로 자책할 수 밖에 없는걸까..
나의 이런 느낌에 동감하시는 분들이 있을까..

보. 에피소드 - '실미도'와 비교하지 않을 수 없겠지..

이런 식의 비교는 좋은게 아니지만.. 이 영화와 '실미도'의 비교는 필연인 듯..
특히 내가 전에 '실미도'에 대한 R.M.D.에서 지적했던 부분들..
영화의 리얼리티와 캐릭터에 대한 접근.. 이 모두를 '태극기를 휘날리며'는 모두 극복했다..
그래서 내 생각에 '태극기 휘날리며'가 '실미도'보다 훨씬 좋은 작품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그리고 '실미도'의 관객수보다 더 많은 관객들이 보셨으면 좋겠다..
하지만 나이드신 분들이 영화를 보신다고 하면 상황이 조금 달라진다..
즉.. '실미도'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던 문제점이 '태극기를 휘날리며'에서는 나타날 수 있다..
'실미도'는 리얼리티를 죽인만큼.. 영상이 나이드신 분들이 보기 좋은 부드러운 영상이다..
빠르게 휙휙 돌아가는 화면이 없고.. 나이드신 분들의 생각이 편하게 따라갈 수 있도록.. 어지럽지 않은 영화이다..
하지만.. '태극기를 휘날리며'는 젊은 내가 봐도..
끝나고나면 눈에 들어온 영상이 과다하다고 할만큼 정신없는 영화이다..
'이런 영상을 나이드신 분들이 소화하기에는 조금 힘들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면에서 '실미도'는 다른건 비판받아도.. 관객동원을 위한 전략에 대해서만큼은 영리한 영화라고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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