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영화의 내용들이 쪼오금-_- 자세히 들어가 있으니,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
히달고 [HIDALGO]
생일을 맞아 극장에 갔습니다. 미국에 온지 4년, 열 여덟번째 생일을 맞아 친구들이 제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저를 영화관에 데리고 갔죠. 볼 영화 목록으로는 벤 스틸러, 오웬 윌슨 주연의 스타스키와 허치(Starsky & Hutch), 멜 깁슨의 패션 오브 더 크라이스트(Passion of the Chirst) 그리고 "아라곤" 비고 모르텐슨 주연의 히달고(Hidalgo) 였습니다.
먼저 스타스키와 허치를 본 후, 조금 쉬었다 히달고를 보기 위해 상영관으로 들어갔습니다. 이전 영화를 보느라 약간 체력이 소진된 후라, 10분정도의 짧은 기다림에도 졸음이 몰려오더군요. 꾸벅꾸벅 졸다가 영화가 시작되면서 약간은 몽롱한 채로 영화를 보기 시작했죠.
히달고는 전형적인 영웅담 이야기라고도 볼수 있습니다. 아라비아 지역의 유명한 경주, "불의 대양(Ocean of the Fire)"에 처음으로 참가하게 된 프랭크 홉킨스라는 미국인 카우보이의 고난과 경쟁 그리고 승리를 그린 영화이지요. 그런 기본적인 영웅담 이야기에, 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사랑이야기 그리고 특이한 소재라고도 볼 수 있는 그의 말 '히달고'와의 우정이란 소스들이 곳곳에 뿌려져 있습니다. 물론 그 미국인 카우보이를 시기하고 방해하려는 세력이 없을 리가 없지요. 일단 영화가 시작한 후 약 30 분까지는 별다른 흥미를 느끼기 힘들더군요. 스타스키와 허치를 보느라 큰 체력소모가 있었는지 아니면 짧은 영어실력으로 영화를 이해하기 너무 벅찼는지 좀 지루했습니다. "불의 대양" 경주에 출전 권유를 받고, 홉킨스 그가 왜 출전하게 되었는지를 보여주죠.
하지만 본격적으로 영화가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갈등과 대립 그리고 사랑과 우정의 스토리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홉킨스를 흠모하는 아라비아 여인 자지라(Jazira) (줄레이카 로빈슨), 그리고 그녀의 아버지이자 한명의 족장인 시크 리아드(오마 샤리프),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음모와 배신 등의 스토리가 전개되죠. 그 와중에 자지라가 납치되고 그녀를 구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또 한편으로는 경주에서 우승을 하기위해 투지를 불태우는 홉킨스를 연기했던 비고 모르텐슨의 연기가 훌륭하더군요.
그의 친구이자 말인 히달고가 함정에 빠져 크게 다치고, 어디로도 갈수 없는 사막에서 헤메이다 둘다 쓰러져서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군요. 그 상황을 비관하며 절규하는 모습이 아닌, 죽음의 문턱 앞에서 덤덤하게 끝을 받아들이는 모습 말이죠. 굉장히 인상깊었습니다.하지만 쓰러져 죽을 것만 같던 히달고가 마지막 힘을 내고, 홉킨스 역시 갑자기 에너지가 생기면서 또 달리기 시작합니다. 약간 현실성이 없긴 했지만, 극적인 상황연출은 필요한 상황이었죠. 그리고 다른 우승후보들을 제치고 아슬아슬하게 1등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예상은 당연히 했었지만, 경주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하려는 세 사람의 불꽃튀는 경쟁은..캬~
은근히 이루어지기를 소망했던 자지라와 홉킨스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고, 세상 끝까지 영원할 것만 같던 히달고와 홉킨스의 우정 역시 홉킨스가 히달고를 다른 말들에게 떠나보내면서 끝나게 됩니다. 물론 그들의 맘 속에선 영원히 끝나지 않겠지요. 영화 마지막에 떠나려는 히달고와 보내려는 홉킨스가 서로 물끄러미 바라보며 하는 무언의 대화, 뭔가 진한 여운이 남더군요.
정말 괜찮은 영화였습니다. 왠지 한편의 웅장한 서사시를 본 듯한 느낌도 들었구요. 아라비안들의 갈등과 대립 그리고 그 속에서 싸우는 홉킨스와 히달고를 보면서 가슴이 찡해지기도 했습니다. 사막에서의 모래바람과 메뚜기 떼의 습격 역시 실제상황처럼 느껴질만큼 잘 묘사해내었죠. 그리고 홉킨스 역을 맡은 비고 모르텐슨과 히달고를 연기한 말의 호홉이 척척 맞았습니다. 영화의 대부분의 그 두 주인공을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생각해볼 때, 그 두 캐릭터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오랜 시간동안 같이 지내며 감정을 교환하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일이지요. 특히 예민하고 낯을 많이 가리는 말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이렇게 좋은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역시 아쉬운 부분이 있더군요. 첫째로는 초반 전개가 약간 지루하다는 점이었죠.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초반에 잠이 올 정도로 지루했습니다. 물론 제 에너지가 어느정도 소진되어 있었다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겠지만, 저와 같이 갔던 친구들 그리고 나중에 물어본 한 지인 역시도 저와 같은 말을 하더군요. 물론 저를 비롯한 주위 사람들이 약간 특이한 사람들일수도 있겠지만, 영화의 초반 전개가 약간 지루하다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영화를 재밌게 보면서도 약간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느꼈던 것은, 히달고가 그 긴 사막을 질주하고, 먹을 것도 없이 오랫동안 홉킨스를 태우고 걷고 또 부상까지 당하면서도 레이스에서 우승을 한다는 점이었죠. 저는 부상까지 당하면서 죽을 것 같던 히달고와 홉킨스가 경주 마지막에 젖먹던 힘까지 짜내어 힘차게 달릴 때 끝부분을 대강 예상했었죠. '아마, 히달고가 마지막 힘을 다해 홉킨스와 함께 우승을 만들어내고, 결국엔 힘이 달려 죽을 것이다' 이렇게 말입니다. 하지만 저의 허를 찌르는-_- 사실이 있었으니, 히달고는 철-_-마였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그런 상태로 달리고도 멀쩡한지.. 뭐 그 외의 부분은 현실성이 떨어지거나 하는 부분은 별로 없었습니다.
전형적인 미국식 영웅주의를 표방했다는 점도 날카로운 비판자들의 칼날을 피해가긴 힘들 것 같습니다. 저는 날카로운 비판자가 아니니 그 부분은 접어두기로 하죠.
총 영화평을 곁들이자면.. 초반의 지루함을 중반부터는 손에 땀을 쥐게하는 긴장감과 웅장함으로 커버하는 영화입니다. 특히 사막에서 보여주는 홉킨스와 히달고의 레이스는 정말 멋졌습니다. 실화를 중심으로 한 후, 극적인 장면과 상황들을 적절하게 조절해서 더욱 생동감있게 스토리를 전달한 것 같기도 하구요. 뭐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라면 경주 마지막에 경쟁자들을 제치고 1등먹는.. 그 장면이 될 것 같네요.
웅장한 화면과, 주인공이 험한 여정과 고난을 헤치고 성공하는 영웅적인 이야기를 즐기시는 분이라면 강력히 추천해드리고 싶군요.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서 보여주는 "아라곤" 비고 모르텐슨의 카리스마를 즐겼던 분들께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의 카리스마는 죽지않고 더욱 더 빛이 납니다. 말들과 함께하는 서부극이나 아라비아 풍의 화려한 의상과 화면을 원하시는 분들께도 추천해드립니다.
어설픈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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