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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태극기 휘날리며
sabbath22 2004-03-21 오전 1:18:07 1286   [6]

1. 전쟁이란 이렇게 엄습해온다.

-저는 가장 마음에 들었던게 영화의 초반부였습니다. 여러분 전쟁을 아십니까? 저역시 전쟁을 실감해보진 못했지만 군생활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건 우리가 지금 너무나 안전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잘못된 믿음을 갖고 있다는거였습니다. 현재 한국 대학생들의 일반적인 상식으론 생각할수 없는 전쟁의 위험성..그 누구도 생각하고 잊지도 않고 생각하기도 싫어할거라 생각합니다.

지금 주위를 둘러보십시오..북한문제에 대해 정말 깊게 생각하는사람이 몇이나 있는지.. 금강산 여행이다 뭐다해서 북한에 대한 좋은 면만 보고는 우리나라가 지금 "휴전"상태라는걸 까맣게 잊고 있죠. 그렇습니다. 지금은 "휴전"입니다."종전"이 아닙니다. 얼마전 뉴스에서 미국이 북한에게 "종전"을 선포하게 하려는 것이 목표라고 얘기가 나왔던거 같은데..지금 그걸 느껴야 합니다. 영화에서 시작된 그 전쟁은 우리가 지금 계속 이어가고 있다는것을 말이죠.

그런 현실을 반영해서인지 영화의 초반부가 정말 맘에 들었습니다. 정말 평화롭고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생활이 보여지며 흐믓한 미소를 보여주는 동시에 영화의 화면은 점점 우리에게 앞으로 일어날 불행을 더욱더 크게 만들어 버리죠. 이 현실이 깨어지는 순간..전쟁으로 인해 모든것을 잃게 되는순간 행복은 바로 두배의 고통이 되어버리니까요.

전쟁이란 이런것입니다. 영화에서 보여주듯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일어날지 모르는게 바로 전쟁이고..지금 우리는 그런 전쟁의 위험속에 계속 살고있는거라는걸..감독은 말하고 싶었던거죠. 그리고 멀리서 들려오는 총소리와 폭음소리는 우리에게 정말 엄청난 공포감을 심어주기에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전쟁영화의 가장 큰 공포는 바로 저멀리서 조금씩 가깝게 들려오는 총소리나 폭탄소리죠..이런걸 잘살리고 있는 영화가 또 있는데 바로 "패트리어트"였습니다. 집에서 아이들과 멜깁슨이 저멀리서 들려오는 총소리에 불안을 느끼죠. 최근작 "콜드마운틴"역시 그렇습니다.

이렇게 초반부..우리는 이들의 행복을 같이 느끼며..이들의 고통또한 같이 느낄수 있게 잘 만들어졌답니다.

2. 두 형제? 그리고 두 군인?

-영화의 가장 큰 묘미는 바로 장동건분과 원빈분의 관계입니다. 서로를 가장 잘 알면서 너무나 사랑하는 가운데 같이 군인이 된것이죠. 군대를 다녀오지 않으신 분들도 잘 아실테지만 군대는 정말 "상명하복"이 절대적인 곳입니다. 내 생명을 아끼지 않고 모두를 위해서..국가를 위해서 명령에 절대 복종해야하는곳이 바로 군대죠. 이런곳에 서로 사랑하는 형제가 같이 왔으니 어찌 영화가 되지 않을수 있겠습니까?

그런면에서 영화를 재밌게 즐길수 있는 포인트도 여기있습니다. 누구의 관점에서 영화를 보느냐이죠. 동생을 위해서 처절한 몸부림을 하는 장동건분과 예전의 형을 잊지 못하는 원빈분.. 두명의 캐릭터에서 두개의 관점을 얻을수가 있습니다. 뭐 확연히 들어나는건 아니지만 제가 군인이라는 신분으로 이 영화를 본다면 전 장동건분의 생각에 오른손을 들겠습니다. 가장 큰 갈등이 일어나는 부분에서 말이죠. 바로 포로로 잡힌 고향의 동생..

군대는 바로 모두를 위한곳입니다. 군대에서의 "사기"는 음식보다 중요하고 그 어떠한 무기보다도 강하죠. 그런곳에서 전쟁중에 사사로운 감정을 개입한다거나 모두에게 위험이 될수있는 그런 요소를 남긴다는건 정말 큰 타격이 아닐수 없습니다. 물론 전쟁중이 아니라면 일이 옳게 흐르게 하기 위해 정당한 방법으로 일을 처리하겠지만 또..그 포로문제가 다 옳다고 할수는 없지만 제가 만약 장동건분의 입장이라면 모두의 안전을 위한 방법을 택했을것입니다. 하지만 원빈분의 입장도 생각안할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영화이구요..전쟁으로 변해가는 형의 모습과..옳지않은 대학살들..하지만 이건 바로 우리의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누구의 입장에 서서 영화를 즐기고 생각하게 되는점은..말이죠..

이게 바로 이 영화의 묘미라고 생각합니다. 형제와 전우라는 두가지 입장을 가진 장동건분과 원빈분...

3. 제작비? 우린 기술로 승부한다!

-예전 우리나라 영화에서 총이 나오면 영화가 갑자기 어설프게 변해버렸었습니다. 뭐 우리나라에서 흔이 일어나는 액션도 아니고 (그래서 조폭영화가 부흥했죠. 주먹다툼이나 칼싸움은 우리나라에서 종종 일어나니까요. 외국같은 경우는 총이 워낙 일반화 되어있다 보니 영화에서 총으로 들구 싸워도 실감이 나는거죠. 우리는...액션하면 주먹다툼!) 괜찮은 소품도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쉬리부터 틀려졌죠. 총을 외국에서 빌려와 한국형 액션이라는 엄청난 모험을 감행했고 무엇보다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권총을 두손으로 꼭 잡는 그런 꼼꼼함도 보여줬으니 말이죠.

이번에 탱크 2대를 만들었다죠? 하지만 마치 쥬라기공원1편을 보듯이 (쥬라기공원에서 정말 많은 공룡이 나온것 같지만 적절한 편집과 괜찮은 스토리로 실제 영화에 등장한 CG는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얼마 안되는 소품과 그런 탱크로 엄청난 영상을 만들어 냈습니다. 역동적인 카메라 워크를 이용하여 전쟁의 혼란성과 두려움을 잘 나타냈고 단역배우들 조차 티가 안날정도로 열심히 액션을 하였으니 말입니다. 이런건 바로 강제규 감독님의 치밀함에서 나오는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래서 영화를 선택할때 배우보다는 먼저 감독을 보게 되는것이죠.

이런 노력으로 해서 돈도 많이 들였지만 다른 영화나 외국에 비해서 정말 적은 자본으로 이렇게 엄청난 영화를 만들수 있었던것 같습니다. 정말 전쟁신 괜찮지 않습니까? 헐리웃의 왠만한 전쟁영화의 액션신보다 훨신 리얼하고 박진감이 넘쳤다고 본인은 굳게 장담할수있답니다. 하지만 약간 아쉬운건 바로 비행기 지원장면이죠. 쉬리에서 가장 아쉬웠던 건물 폭파장면과 마찬가지로 아직까진 이런 고액의 자본이 드는 장면은 기술이나 노력만으론 안되는것 같습니다. 하지만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4. 잘 나타낸 우리의 현실..

- 정말 안타까운 장면은 바로 전쟁중에 이은주분이 보릿쌀을 얻기위해 그냥 무심코 싸인을 했다가 빨갱이로 오인받고 살해당하는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북괴군에게 몸을 줘버렸다고 오인받는..바로 이 현실..우리는 한번쯤 다시 생각해봐야 할것 같습니다. 이렇게 비참한게 전쟁이고 이렇게 비참했던게 얼마 되지 않는다는것을 말이죠.

요즘 모 연예인의 누드 문제로 큰 물의가 있었죠. 생각해보십시오. 일본군에게 그런 처절한 수모를 당한 분들이 아직도 살아계십니다. 그말인즉슨 아직 우리는 전쟁에 벗어난게 아니고 아직도 우리나라를 호시탐탐 노리는 강국 사이에서 전쟁의 위험속에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정말 안타깝지 않습니까? 전쟁이 일어나면 남자들은 다 죽고 노인과 여인과 아이들만 남는다는거.. 그리고 그런문제로 인해서 영화에서처럼 정말 눈물을 안흘리수 없는 그런 이야기가 생긴다는거.. 영화에서의 배경은 우리나라고 바로 얼마되지 않은 그런 전쟁입니다.

우리는 이 영화를 보면서 꼭 생각하고 유념해야 할게 있습니다. 눈물을 흘리며..정말 재미있었다고 본 이 영화가..우리에게 무엇을 경고하는지요. 우리는 지금 전쟁의 위험속에 살고있고..이 영화를 보며 (실미도를 보고 북파공작원들의 실체를 밝히고 보상을 해주라는 운동을 했던것과 같이..) 세계에서 전쟁의 위험속에 살고 있는 나라중 가능성이 높은 나라가 우리나라라는것을 느끼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를 생각해야 된다는걸..

군인들을 왜 지원제가 아닌 모병제일수 밖에 없는지요. 왜 미군이 우리나라에 우리의 필요로 인해서 주둔하고 있는지요. 우리는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하는지 생각해야합니다.

5. 결말

-사람들은 항상 후회를 합니다.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말이 괜히 나온게 아니죠. 영화에서 원빈분은 결국 형을 원망했던 그 현실을..그리고 자신을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알게된후 자신을 후회하게 되죠. 이런 마지막 결말을 봤을때 정말 진한 눈물이 나오는건 왜일까요? 바로 우리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후회하고 있는 자신이 느껴지기 때문일것입니다.

이런면에서 강제규 감독님이 얼마나 사람감정을 연구했는지 알수가 있습니다. 어떤 환경에서 어떤 장면에서 사람들이 동감을 하고 영화에 몰입하게 할수 있는지..정말 노력하고 애쓴 티가 납니다. "쉬리"에서도 정말 사랑하는 여자를 죽일수 밖에 없는 그런 애절한 상황을 만들어 냈고 이번에도 정말 사랑하고 아끼는 형이지만 미워할수 밖에 없었고 나중에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했던 형이라는걸 알고는 다시 후회를 하게 함으로 해서 우리에게 공감을 갖게 하고 눈물을 자연스레 흘리게 만들어 버리죠.

이 영화가 갖는 마지막 장점은 바로 이 눈물입니다. 전쟁에서 액션보다 중요한게 바로 이 눈물이죠. 전쟁으로 인한 고통과 아픔..그리고 나중에 흘리는 진한 눈물..이 눈물에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나라에 대한 그리움과 바로 옆에서 죽어갔던 그리움이 한데 뒤섞여 있고..우리는 그 장면을 보며 마치 최면을 당한듯이 영화에 몰입하게 되는것이랍니다.

6. 끝으로..

--전 정말 이렇게 영화를 재미있게 봤습니다. 영화에 나오는 군대 소품이나 차량에는 정말 눈이 많이 가더군요. 군부대에서 생활중인 현역들이 이 영화를 본다면 같은 생각을 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전쟁중 먹는 전투식량은 발전했지만 보온식관이나 스텐식판(우리나라가 프라스틱 식판에서 스테인레스 식판으로 바뀐게 얼마 안되었죠)..또 6.25때 부터 쓰던 무전기나 차량들..정말 소품하나하나에도 애쓴 흔적들이 보인답니다. 배우들이나 여러방면에서 노력한 각각의 영화에 관련된 사람들의 땀이 이 영화가 바다가 되도록 만든것 같습니다. 다음에도 정말 멋진 영화가 나오길 바라며..영화를 안보신분들은 꼭 극장에서 보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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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휘날리며(2004, TaeGukGi: Brotherhood Of W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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