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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영화? 큐어
cocteau 2004-03-25 오전 12:57:08 10766   [1]
어제 본 <큐어>는 명성답게 뛰어난 완성도를 보이는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공포영화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 공포영화라기보다 범죄 스릴러인 것처럼. 는 오컬티즘에 관해서도 말하지만 결국 오컬티즘과 관련된 설명은 의도적으로 애매모호하게 처리해서 관련성을 정확하게 잡아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관객을 자극하는 감각이 '공포'라는 점은 확실합니다. 그런 면에선 공포영화, 그것도 아주 살떨리는 공포영화라고 말해도 괜찮겠지요. 마미야가 최면술로 평판좋은 초등학교 선생, 사람좋은 노순경, 성실한 여의사 등에게 처참한 살인을 암시하는 방법은 아주 단순합니다. "당신은 누구야?"라고 물으며 "당신의 이야기를 해달라"라 말할 뿐입니다. 그 질문들은 그 선량한 사람들은 안에 잠들어 있던 불안과 분노를 일깨우고 결국 끔찍한 살인을 저지르게 만듭니다.

피해자이자 가해자인 그 사람들은 특별히 사연많은 인생을 살았거나 억눌린 유년의 상처가 큰 사람들도 아닙니다.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지요. 어느날 그들은 정체모를 사람으로부터 자신을 정체를 밝히라는 요구를 받습니다. 이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은 자신이 누구인지 아십니까? 여러분 일상의 평온함 혹은 지루함 밑에 감춰져있는 은밀한 불안과 상처는 없습니까?

그렇다고 얼굴 피부가 벗겨지도록 칼부림을 한다는 건, 그렇습니다, 현실성이 다소 떨어지지요. 하지만 극중 마미야가, 그리고 구로사와 기요시가 영화를 통해 드러내듯 인간 존재의 기반은 불안합니다. 근본적인 질문 몇마디에 저렇게 손쉽게 그들의 인생이 살인자로 돌변했듯이, 우리도 자신의 삶을 무너지기 쉬운 기반위에서 위태롭게 지탱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마미야가 여의사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해보라며 그녀의 오래된 상처를 건드릴 때, 그리고 형사역을 맡은 야쿠쇼 코지에게 질문을 던질 때, 관객인 저 자신도 무서웠습니다. 그들 못지않게 많은 불안과 불만을 가진 저는 누구보다 쉽게 마미야의 희생양이자 가해자가 될 수 있을테니까요. 이 영화의 공포는 바로 거기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비범한 연쇄살인사건은 인간존재의 보편적인 면을 반영합니다. 자신의 이야기인데 안 무서울 수가 없습니다.

구로사와 기요시의 영화를 설명할 땐 항상 고다르의 영향을 이야기하더군요. 글쎄요.. 뭘보고 그런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등장하는 점프컷이나 배우들이 입체감없이 움직이는 동선과 카메라웤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는 주로 롱테이크와 롱 숏으로 인물들을 잡아내고 특히 백주 대낮에 느닷없이 벌어지는 살인 장면에 그 쇼킹함을 더합니다. 청각세포를 자극하는 의미없는 소음도 영화의 불안감을 높이고요. 낯선 방식의 편집은 영화의 기괴함을 더합니다.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웃기는 부분은 실로 어처구니없이 등장합니다. 정신병을 앓고 있는 부인을 뒤치닥거리 하기 힘들어진 형사(야쿠쇼 코지)는 마미야의 집을 수색하다가 영감처럼 자신의 부인이 자살했을 거라는 불안감을 느낍니다. 집에 달려 들어온 순간 그녀는 천장에 목을 매고 있고 야쿠쇼 코지는 절규하며 무너집니다. (고통에 일그러진 야쿠쇼 코지의 얼굴, 대단했습니다. 야쿠쇼 코지는 정말 뛰어난 배우입니다. 어디 감히 안성기 따위를 야쿠쇼 코지한테 비유하는지... -_-) 하지만 다음 순간 그건 단지 환상, 마미야에 의해 증폭된, 무엇보다 그 자신히 은밀히 바라고 있던 환상이었다는 것이 드러납니다. 그 순간의 허탈함이란...

여튼 이 영화, 굉장합니다. 우리나라 어느 배급사가 이 영화를 수입했다고 하는데, 글쎄요, 당분간 보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재미없으니까. 하지만 만약 개봉한다면 꼭 보시길. 멋진 영화입니다.

http://cocteau.p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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