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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없지만 매력적인... 회로
cocteau 2004-03-25 오전 12:59:21 1072   [0]
구로사와 기요시의 공포영화에서 가령 나카다 히데오의 공포영화를 보며 느낄 수 있는 '섬뜩한 쾌감'을 기대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거장'이라 불리어도 어색하지 않은 감독이 되었으니까, 아무래도 '한 수 배운다'는 기분으로 보게 되지요. 다른 식으로 말하자면, 그의 공포영화는 별로 무섭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적어도 여타 상업적 공포영화가 선사하는 그런 류의 공포감은 거의 느낄 수 없지요.

그런데 이 영화의 초반부는 제법 공포영화스럽습니다. 어두컴컴한 조명과 불길한 음악, 충격을 주기 위해 삽입된 스틸사진... 공포영화의 장르적 컨벤션이 그의 다른 영화보다 두드러지게 사용되어, 저는, 드디어 기요시의 무서운 영화를 보게 되나보다,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무리였어요. 음산한 공간에서 "나는 실존한다"같은 심각한 말을 지껄여대는 유령은 무섭다기보다 이채롭다는 느낌뿐이었습니다. 신체를 기묘하게 꺾으며 접근해오는 이 영화의 첫번째 유령도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만 참신하다는 느낌이었지 결코 무섭지는 않았어요. 제목 <회로>의 의미도 도통 알 수 없고, 영화의 모티브인 '인터넷'도 영화속에서의 의미가 모호합니다. 전체적으로 종잡을 수 없는 느낌이에요. 뭔가 상당히 심각한 말을 하고 있고 뭐랄까, 현대인이 느끼는 존재의 고립감 같은 것을 드러내고 있다고는 생각되지만, 글쎄요... 이거 뭐 전혀 재미가 없다보니...

배우들의 면면이 화려하군요. <라스트 사무라이>로 헐리웃에 데뷔한 코유키(小雪)이 주연급으로 나오구요, 구로사와 기요시의 다른 영화에도 많이 출연했던 야쿠쇼 코지(役所廣司)와 다케다 신지(武田眞治)가 카메오쯤 되는 연기를 보여줍니다.

무척 재미없는 영화지만 동시에 무척 매력적입니다. 부조리한 상황에 직면한 인간의 공포감 같은 건 정말 실감났거든요.

http://cocteau.p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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