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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불쾌하고 또 조금은 감동적인...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cocteau 2004-03-25 오전 1:00:25 1799   [3]
왜 굳이 도쿄일까요? 저 두명의 미국인들이 '말'이 통하지 않는 나라가 도쿄뿐이었을까요? 사실 저 두 명이 의사소통이 심각할 정도로 되지 않는 상황에 처한 경우는 없습니다. 문제는 의사소통의 불가능이 아니라 두 사람의 '이해의지'의 부재입니다. 다른 문화를 이해한다는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저 둘은 그걸 이해하려는 의지 자체가 없습니다. 영화도 마찬가지에요. 도쿄는 이국적인 공간, 의사소통이 쉽지 않아 더더욱 고립감을 느끼게 되는 그런 공간 이상의 의미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왜 굳이 도쿄여야 할까요? 콩고나 미얀마가 아니고?

자본주의 생산양식의 첨단에 서있는 도쿄는 그 외양은 서구 여타 국가들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런데도 그들의 행동과 문화는 두 미국인들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지요. 그들에게 일종의 해방감을 느끼게 하며 원활한 의사소통을 하던 그 일본인 뮤지션들도 끝내 스트립바 비슷한 곳을 들르는 '이상한' 인간들인 것으로 판명이 납니다. 그 뮤지션들 역시 그 둘과 질적으로 다른 사람들인 것이지요. '일본문화=이해불가능'이라는 결정적 증거지요.

이해하기 쉽지 않은 문화라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난처해하거나 흥미로와하는 Charlotte에 반해, Bob Harris의 태도는 미국인 특유의 오만함을 보여줍니다. 동시에 감독의 오만이기도 하겠구요. 그는 R과 L 발음을 똑같이 발음한다는 사실에 빈정대고-재밌으려고 그런다는 해괴한 해석-, 과장된 흥분을 연출하는 콜걸에 대해 어이없어 합니다. 누구나 다 아는 스탠더드 팝을 부르는 서양계 가수의 노래가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박수부터 치는 일본인 관객을 경멸의 시선으로 보고요, 미국 문화의 가장 전형적인 아이콘을 주워섬기며 비슷한 분위기를 연출하라는 CF감독의 천박함을 비웃습니다. 그런 불쾌한 에피소드들을 시시콜콜 보고 있으면 일본이란 나라에 대해 결국 '미국문화를 동경하지만 천박한 수준에서 밖에 즐길 줄 모르는 한심한 나라'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집니다. 그런 묘사가 진실의 일면을 담지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천박하고 한심한 문화를 가진 나라가 어디 일본뿐이겠습니까? 게다가 저렇게 작정을 하고 빈정대는 방식은 문화우월주의나 황화론으로 동양을 묘사하던 미제 영화의 유구한 전통을 생각해볼 때, 전혀 공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런 불쾌감을 제외한다면 영화 자체는 재미있었습니다. 사실 이 영화의 로맨스는 싱거운데다 전형적이기도 해서 재밌을 이유가 별로 없습니다. 두 주인공이 몸을 섞지 않는다는 점이 특이하다면 특이할까... 하지만 어떤 장면들은 인상적이군요. 성적 흥분을 애써 누르며 인생에 대해 얘기하다 스르륵 잠이 들고 마는 장면은 무척 사랑스러운 느낌입니다. Charlotte역을 맡은 Scarlett Johansson은 때로 눈부신 표정을 보여주구요.

이십대에 막 들어선 여자의 그 암담함, 인생이 지겨워지기 시작한 중년 남자의 피곤함, 설득력있는 설정이긴 하지만, 그게 딱히 일본이라는 이국취향의 공간에서 이야기 되어야 하나, 이해할 수 없습니다. 조금은 불쾌하고 또 조금은 감동적인, 이상한 영화입니다.

http://cocteau.p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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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통역이 되나요?(2003, Lost in Translation)
제작사 : American Zoetrope, Tohokashinsha Film Company Ltd. / 배급사 : CJ 엔터테인먼트
수입사 : CJ 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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