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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
cocteau 2004-03-25 오전 1:07:51 1040   [1]
무슨 성에서의 전투씬은 지금까지 보아온 영화속 전투씬 중 가장 거대한 규모였습니다. 그 어마어마한 규모에 관한 소문을 진작에 들었기 때문에 잔뜩 긴장(?)하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접 목격한 그 장면은 정말 놀라왔습니다. 30년을 살아오면서 이런 규모의 전투씬을 본 적이 없었습니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보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 전투씬만으로도 이 영화는 기념비적이다,라는 형용사가 부족함이 없을 것입니다. 게다가 그 전투씬의 박진감도 대단했습니다. 다양한 캐릭터-맘모스급 코끼리와 무슨 거인 괴물들, 드래곤같이 생긴 새?...-의 리얼한 움직임들은 전투씬의 매력을 한층 더해줍니다.

공연한 트집을 잡자면, 이 어마어마한 규모를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는 감독-혹은 CG 담장자의 능력은 놀라우나, 그 완벽한 디테일 묘사에도 불구하고 뼈와 살이 부딪는 전장의 처참함 같은 것은 잘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건 영화가 꼭 잔인한 비주얼을 보여주어야만 가능한 일은 아니거든요. 캐네스 브레너의 <헨리 5세>의 전투씬은 피 한방울 나오지 않지만 전쟁 처절함을 절실하게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이 영화의 전쟁씬은 감독 혹은 톨킨의 상상력의 스펙터클한 영화적 재현이 그 목적이었을 것입니다. 극적 맥락이 그 전쟁의 의미를 아무리 처절하게 조성해도 결국 굉장한 장면을 보여주겠다 혹은 보겠다는 의도밖에 드러나지 않는 형국이지요. 저렇게 전쟁를 유희화하는 경향이 저는 무척 불쾌합니다. 어떻게 살육과 비참이 구경거리가 될 수 있는가요? 단지 영화속 상황일뿐이지만, 그런 장면의 스펙터클을 즐기는 자신을 보고 있으면 자신이 잔인한 놈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개인적으론 판타지의 세계에 전혀 공감을 못합니다. 마법사니 악의 화신이니, 그런 얼토당토않은 소재들엔 전혀 감정이입이 안되는 거지요. 판타지 문학의 최고봉이라는 톨킨의 원작도, 영화만으로 평가하는 우를 감수하고 말한다면, 그가 창조해낸 중간계라는 소설속 공간의 어느 부분이 놀라운 것인지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왕을 정점으로 한 수직적 위계질서, 기사계급, 무기력한 농노들... 주교가 없다뿐이지 중세시대의 재현일 뿐이지 않나요? <왕의 귀환>의 마지막 씬에서 아라곤이 그동안 내팽겨두었던 그의 왕위를 되찾는 것에 도대체 무슨 감동이 있는거지요? 게다가 선과 악의 대결이라는 구조는, 전에도 말했던 것처럼, <이상한 나라의 폴>의 세계관과 다르면 얼마나 다른건가요?

백인들의 이야기인 이 영화에 등장하는 유일한 유색인종은 커다란 코끼리를 몰고 공격해오는 그 아랍인 풍의 나쁜놈들입니다. 제길, 그냥 지들 백인끼리 싸울 일이지 왜 애꿎은 아랍사람들을 끌어들입니까? 저런 관점이, 아랍인들을 언제나 테러분자로 묘사하는 얼빠진 헐리웃 영화와 뭐가 다른가요? 톨킨의 보수적 정치관이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제게 이 영화가 별 다섯개짜리가 아닌 이유는 저의 개인적인 취향 때문입니다. 전 어떤 영화가 위대해지는데엔 그 영화의 '규모'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전쟁'을 스펙터클의 재료로 삼는 태도에도 쉽게 동화할 수 없구요, 부당한 정치적 편견과 그리 심오하지도 않은 세계관을 경멸합니다. 거기다 <데드 얼라이브>의 감독인 피터 잭슨에 대한 고어팬으로서의 아쉬움도 있고.

하지만, 이 영화는 놀라운 기술적 완성도와 박진감 넘치는 연출, 그 많고 복잡한 얘기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3시간 20분이라는 짧은(!) 시간안에 다 보여주는 뛰어난 스토리텔링까지, 거의 완벽한 영화입니다. 이런 영화는 가까운 시일내엔 다시 보기 힘들 것이고, 그 기간은 어쩌면 십년 단위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인 취향에 관계없이 이 영환 극장에서 안보면 절대 손해인, 그런 영화입니다.

http://cocteau.p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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