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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병장 예비역이 보기엔... 풀 메탈 자켓
cocteau 2004-03-25 오전 1:10:20 4586   [7]
신병들이 훈련소에서 살인병기로 변해가는 전반부가 실제 전장에 나가 베트콩과 총질을 하는 후반부보다 더 무섭습니다. 뭐가 무서울까요? 멀쩡한 인간들을 모아놓고 그들에게 살의를 심습니다. 조국을 위해 초개와 같이 목숨을 바칠 수 있도록 고양된 집단의식을 주입합니다. 이런 목적을 위해 일상화된 폭력으로 젊은 것들을 훈육하고 목적한바대로 그들은 점차 전투적인 쇼비니스트가 되어 전장에 피를 뿌리고 싶어합니다. 가장 무서운 부분은, 이런 말도 안되는 시스템이 먹혀들어간다는 것이지요. 인텔리쯤 되는 조커나 고문관 Pyle이나 인종과 계급을 초월해서 동일한 인간형으로 변합니다. 신체에 대한 훈육은 그만큼 결정적입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지켜보는 대한민국 육군 병장 예비역은 좀 심드렁해집니다. 시시한거지요. 이 영화의 신병들이 겪는 갈굼은 논산훈련소에서 몸소 겪었던 경험과 비교하여 그 정도가 심하다고 말하기 힘듧니다. Pyle이 킥킥대고 쪼개다가 교관에게 귀싸대기 두 대 맞고 '이거 장난이 아니구나' 깨닫곤 표정이 싹 바뀔때, 그걸 지켜보는 예비역은 여전히 웃고 있는 판국이죠. 까짓 귀싸대기 두 대 갖고 쫄기는. 전장에 곧 끌려갈 해병들의 훈련이 저 모양인데 전시상황이 아닐 때의 신병들의 훈련은 얼마나 널널할까, 가소로와집니다.

전반부의 훈련 장면에서 어떤 살벌함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부분적으로 감독의 의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만 들여다보고 있으면 좀 빈정대고 있는 거 같거든요. 살인병기로 변해가는 과정의 그 비인간화를 고발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저렇게 비합리적이고 어처구니없는 짓거리가 애국이니 조국이니 하는 거창한 이름으로 행해지고 있다는 사실에 조소를 보내는 거지요. 그러니 내무검사 시간의 살풍경한 모습도, 일순간 바보들의 어설픈 몸짓을 보여주는 코미디 같아 보입니다.

개인보다 국가를 우위에 두는 전체주의적 망상을 비아냥대기에는 실제 전장은 적절한 장소가 아닌 듯 하고, 때문에 이 영화의 후반부는 지루합니다. 뭐하자는건지 잘 모르겠어요. 이 영화에 묘사되는 베트남 시가전은 어떤 광기도 처절함도 느껴지지 않는 심심한 곳입니다. 특히 총에 맞는 장면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슬로모션은 웃으라는건지 슬퍼하라는건지 종잡을수가 없군요.

등장하는 베트남 사람에 대한 이 영화에 묘사도 다소 불쾌한 점이 있습니다. 달랑 다섯 명 뿐인데, 두 명은 창녀고 한 명은 포주, 다른 한 명은 무술의 달인(?)인 소매치기, 그리고 가녀린 소녀 베트콩입니다. 이 영화에는 창녀를 상대로 화대를 교섭하는 장면이 두 번, 꽤 비중있게 나오는데, 이것도 뭐하자는 장면인지 모르겠군요. 다른 영화에서 태국이나 뭐 그 비슷한 국가들이 등장인물들의 성적배설의 공간으로 묘사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요? 차라리 베트남 사람들을 묘사하지 말 일이지... 수색대원을 몇 명이나 죽임에 빠뜨린 그 저격수가 가녀린 소녀라는 설정도 진부하거나 뜬금없습니다. 그 장면 하나 만으로 베트남전의 성격이 드러난다고 생각한 걸까요? 그런걸 의도한 거라면 너무 안이하거나 비겁한 태도입니다. 총에 맞아 고통스러워하는 그 소녀 저격수가 미군에게 제발 자신을 쏴죽여달라고 부탁합니다. 차마 눈앞의 소녀를 죽이지 못해 다들 주저하고 있는데, 주인공 Joker가 총으로 쏴 죽입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동료들은 넌 잔인한 놈이다, 비난조로 말하는군요. 이 장면이 도대체 뭘 의도한 걸까요? 미군은 웬만해선 여자와 아이는 죽이지 않는다는 헛소문을 강화하기 위한 장면일까요? 미군들은 전투병 여자 하나 죽일 때도 저렇게 인간적인 고뇌에 쌓였었다는 걸까요? 전장에 나가 있던 실제 미군들은 영화속의 그들처럼 여자 베트콩을 죽이는데 망설였을까요? 감독의 의도였든 아니든 말도 안되는 장면이고 사실을 호도하는 장면이지요.

Pyle이 자살하는 장면까지만 영화로 만들었다면, 런닝타임이 좀 짧기는 해도, 훌륭한 코미디가 될 수 있었을텐데요...

Pyle역을 맡은 Vincent D'Onofrio은 'Happy Accidents'에서 Marisa Tomei의 상대역으로 나온 그 배우인가봅니다.


http://cocteau.pe.kr


(총 1명 참여)
airmarine8
동감 합니다. 저도 강도가 너무 약하네 하는 느낌을 받았는데 고의적이었다고 볼 수 있겠군요.. 정말 그 특무상사의 윽박지름은 카리스마보다는 꽁트에 가까웠죠.   
2013-03-02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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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메탈 자켓(1987, Full Metal Jack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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