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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랑이라니, 졸릴 따름입니다. 막달레나 시스터즈
cocteau 2004-03-25 오전 1:13:38 829   [3]
아일랜드에선 64년부터인가, 약 3만명의 여성들이 '막달레나 자매들'라고 불리는 카톨릭 감호시설에 갇혀 노동력을 착취당했다고 합니다. 이 영화의 세 등장인물들처럼 강간의 희생자였거나 성적으로 문란하다는 의혹을 받거나 미혼모로서, 종교나 가부장적 윤리관에 의해 타락하고 죄지었다고 분류되던 여성들이 그 대상이었습니다. '막달레나 자매들'이라는 시설은 96년까지 그 마지막 시설이 존재했었다고 하는군요.

아시다시피 굉장히 호평받은 영화입니다. 베니스 영화제에선 황금사자상을 받았구요. '씨네21'의 평을 빌자면 '보는 이의 가슴에 격랑을 일으키는, 매우 선동적인 영화'라나요? 하지만 저는 지루했습니다. 격랑이라니, 졸릴 따름입니다.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억압받고 있는 개인이 시련끝에 자유를 찾는다는 스토리는, 아주 엉망으로 영화화하지만 않는다면, 충분히 감동적일 수 있습니다. <쇼생크 탈출>처럼 말이죠. 더군다나 그 피해자가 '여성'이라면 의식있는 남녀관객들을 곱절로 분노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억압받고 착취당해온 여성의 수난사, 그 한많은 기억을 되새기게 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문제는 그런 소재가 얼마나 현재성을 갖는가, 하는 점입니다. 예컨대 변영주의 <낮은 목소리>는, 종군위안부라는 잊혀진 과거에 주의를 환기시켰고, 또 위안부 할머니들의 고난이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으며, 그럼에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라는 점에서, 오늘날의 관객들에게도 여전히 의미있는 영화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 <막달레나 자매들>은 어떠한가요?

여성에 대한 억압이 종교라는 미명하에 합리화된 아일랜드의 상황과, 유교에 뿌리를 둔 가부장적 여성관이 여성 억압의 근거였던 우리나라의 상황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막달레나 자매들>의 여성들이 겪게 되는 억압과 고난들에 페미니즘적인 연대의식을 갖고 함께 분노하기엔, 한국의 남자관객으로서 뭔가 접합점이 부족하지요. 분노하기에 충분한 상황이지만, 그것은 '인간의 자유'라는 보편적인 명제가 짓밟히고 있기 때문이지, 그들이 여성이기 때문에 더욱 분노해야할 이유는 없어보입니다. <쇼생크 탈출>에서 팀 로빈슨이 오랜 고생끝에 찾은 자유에 관객들이 감동했다면, 그건 그가 남자이기 때문은 아닐 것입니다.

게다가 <막달레나 자매들>의 등장인물들이 그곳에 갇히게 된 이유들은, 오늘날의 관점에선 거의 죄악으로 여겨지지 않는 성질의 것들입니다. 그런데도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저렇게 오랜 시간 갇혀있었다니, 그 불합리가 관객을 분노하게 만들수도 있겠군요. 하지만, 사실 그런 분노는 소모적이고 자극적이기만 할 뿐, 페미니스트들에게 건강한 목표의식을 심어주는데 도움이 안되는 것 같습니다. 말하자면, 이미 성취한 목표이지요. 이 영화의 상황에 분노할 수 있는 건, 오늘날 여성에게 요구되는 윤리적 규범들은 이전 시대의 그 불합리의 틀을 극복했다는 것을 의미할테니까요. 이 영화의 방법론을 조금 더 극단으로 밀고 가보면, 예컨대, 혼자사는 여자나 이혼한 여자들을 마녀로 몰아부쳤던 중세시대의 광기를 예를 들어, 현대의 미혼모나 이혼녀에 대한 있지도 않은 사회적 차별이나 억압을 분노하는 것과 같은 오버질을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오늘날의 여성들은 더이상의 개선의 여지가 없을만큼 평등하고 안전한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 영화처럼 현재로선 있을법하지 않은 과거의 비극을 들추어 괜히 분노를 터뜨릴 일은 아니지요.

'막달레나 자매들'에 감금된 여성들의 일상은 병영에 갇힌 군바리들의 일상과 흡사하더군요. '막달레나 자매들'쪽은 '무기한'이기 때문에 물론 더 비참하달 수도 있겠지만, 노동의 강도나 심리적 억압은 대한민국의 국군장병아저씨들 쪽이 더 할 것입니다. 인간 이하로 취급받으며 느껴야했던 모멸감, 거기다 군화발에 졸라 얻어터지기라도 하면, 참 미안한 말이지만, '막달레나 자매들'에서의 일상이 힘들면 얼마나 힘들었을까? 의심스럽기도 합니다. 마가렛이 실수로 잠겨지지 않은 문을 통해 바라본 외부 세게, 푸른 벌판에 왠지 햇살도 좋을 것 같던 그 아름다운 광경은, 군대있을 때 사격하러 가느라 군장을 매고 지나가던 그 논두렁길에서 바라보던 풍경을 연상시키더군요. 그 순간 마가렛의 그 설렘을, 대한민국의 예비역들이라면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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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0명 참여)
군대는 2년만 생활하면 되죠..모든 영화를 오늘날의 관점으로 본 다면 몇 편이나 제대로 볼 수 있을까요   
2004-05-10 00:11
드럽게 영화볼줄 모르네!영화보는법 좀 배우고 글 써라!영화는 너의 시점에서 보는것도 좋지만 그래도 중점은 영화안의 내용에 맞쳐야지ㅡ.ㅡ;;군대 얘기 왜하냐ㅡ.ㅡ;;   
2004-04-24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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