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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타노 다케시를 제대로 알고 있었던 것일까? 브라더
cocteau 2004-03-25 오전 1:23:26 1100   [1]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 중 가장 잔인하군요. 잘린 손가락이 세 개, 할복, 지 머리에 총 쏘는 놈, 그의 영화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죽는 영화일 것입니다. 한 50명은 죽었지 싶습니다.

무슨 영화제 수상 같은 것은 전혀 염두에 안두고, 영화주간지 식으로 표현하자면, 어깨에 힘을 쭉 빼고 만든 영화일 것입니다. 그만큼 이 영화는 다케시의 영화 중 가장 대중적입니다. 대중적이라면 이상할까요? 여튼 야쿠자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무척 좋아할만한 영화입니다. 가장 잔인한 순간에 비트 다케시가 일그러트리듯 비트는 미소는 거의 기괴하기까지 합니다. 삶과 죽음을 초탈한 듯 자멸로 돌진하는 미친놈들의 폭력행위들은 묘한 비장감마저 줍니다.

하지만 <하나비>나 <소나티네> <키즈 리턴>같은 그의 영화에 감동한 사람이라면 이 영화가 상당히 실망일 것입니다. 자신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 지 배를 가르는 오오스기 렌이나 야마모토(비트 다케시 분) 패거리의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지 머리에 총을 쏘는 그 의리있는 똘마니 같은 캐릭터가 조장하는 영화의 분위기는, 다케시의 이전 영화가 보여주었던 죽음에 대한 그 쿨~한 냉담과는 전혀 다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장면들을 그냥 웃자고 넣은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만약 그게 아니라면, 이거 다케시에게 실망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무슨 70년대 의협깡패물도 아니고 말이죠.

이 영화의 가장 난해한 장면은 그 모든 소동속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Omar Epps가, 야마모타가 남겨준 가방안에 들어 있는 돈을 발견하고 뭐라고 궁시렁궁시렁 욕을 했다가 웃었다나 혼자 지랄을 하는, 그 낯뜨거운 롱 테이크입니다. 이 씬에 대해서는 imdb의 user들도 하나같이 저주를 퍼붓더군요. 도대체 저 장면은 왜 넣었을까요? 바로 앞 장면, 그러니까 야마모토가 수십발의 총탄을 맞고 쓰러져 있는 장면에서 끝났다면, 나름대로 비장미도 느껴지는 근사한 결말이었을 겁니다. 어쩌면 그렇게 심각한 척 감상적으로 끝나는 장면이 기타노 다케시의 체질에 안맞았던 것일까요? 하지만 기실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는 쿨~한 척 하면서도 때로 무지하게 감상적인 경우가 종종 있었잖습니까?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나 <하나비>의 의 마지막 장면처럼 말입니다. 그렇다면 <브라더>를 그 감상적인 장면에서 끝내는 것에 다케시가 크게 반감을 가졌을 것같지도 않은데...

여튼 이 영화는 무척 매력적인 야쿠자 영화입니다. 죽음과 대면하는 저 냉담한 반응과 부조리한 미소라는, 다케시 영화의 인장을 영화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뭔가 좀 아니다 싶은 장면들도 발견됩니다. 지금까지 제가 알고 있던 다케시는 정말 다케시가 아닌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http://cocteau.p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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