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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지만 좀 찜찜한... 아이덴티티
cocteau 2004-03-25 오전 1:29:06 1900   [6]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imdb에 누군가가 이 영화에 대해 "좋은 영화는 큰 예산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comment를 달아놓았더군요. 존 쿠색이나 레이 리오타 같은 좋은 배우들이 나오긴 하지만, 그들의 개런티가 탄탄한 시나리오와 아이디어로 승부를 건다는 이 영화의 전략을 바꿀만큼 많은 액수는 아닐거라고 생각됩니다.

사실 어딘지 낯익은 소재들이 눈에 띕니다. 희생자에게서 발견되는 방 열쇠들은 애거사 크리스티의 <열개의 인디언 인형>에서 힌트를 얻었음이 분명하고, 존 쿠색이 자신의 정체를 거울을 통해 알게 되는 장면은 팡 브라더스의 를 연상하게 만들더군요. 사라지는 시체나 정체가 의심스런 경찰같은 소재는 이 장르에서 거의 클리쉐처럼 사용되는 것들이지요. 결정적으로 이 모든 소동들이 결국 등장인물들 중 한 명의 정신분열의 결과일 뿐이라는 설정은, 하도 닳고 달아서 거의 배신감까지 느끼게 합니다.

하지만 그런 낯익은 소재들을 주물럭거려 만들어낸 이 영화는 무척 새로운 느낌입니다. 일종의 맥거핀인데, 영화는 종반부에 치달을 때까지 연속된 살인과 기이한 현상들이 어떤 초자연적인 의지에 의해 일어나고 있음을 넌지시 암시합니다. 한 인물의 사소한 행동의 결과가 연쇄반응을 일으켜 결국 10명의 등장인물을 외딴 모텔에 모이게 되는, 그 인상적인 도입부부터가 그러하지요. 모든 인물들의 생일이 일치한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장면에 이르르면, 이젠 어디서 어떤 괴물 혹은 유령이 튀어나와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기이함이 조성됩니다. 이제 이 영화는 오컬트의 세계로 뛰어들 작정인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막판 20여분을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은 이 괴담의 정체가 실은 전혀 다른 성격의 것이라는 점을 드러냅니다. 개인적으론 영화 막판에 가서 "결국 다 얘가 미쳐서 그랬던거다"라는 식으로 해명하는 것은 무책임한 발뺌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장화,홍련>이 그랬듯이 말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경우, 그런 해명이 상상력의 부족 때문이 아니라는 증거를 잔뜩 보여줍니다. 복잡하게 꼬이긴 했지만 듣고 보면 충분히 납득가능한 설명-10개의 인격을 가진 다중인격자라는 사실-을 정교하게 늘어놓는 솜씨를 보고 있자니 결국 '내가 졌다'라는 기분이 들더라구요. 감독 혹은 시나라오 작가의 능숙한 솜씨는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 영화의 결말은 충분히 예측가능할만큼, 다중인격자를 다룬 영화의 전형적인 결말이었지만, 이 영화를 본 어느 누가 마지막 씬 이전에 그런 결말을 예상할 수 있었겠습니까?

검색해보니 'Girl, Interrupted'(처음 만난 자유,던가, 그런 이름으로 출시되었습니다.)을 만든 감독이군요. 이 감독의 다음 영화가 무척 기대됩니다.

http://cocteau.p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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