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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아홉살인생] 아이들의 눈높이로 세상 읽기 아홉살 인생
emptywall 2004-03-27 오후 12:22:22 1268   [4]


눈은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합니다. 그것은 눈동자의 미세한 떨림이나 맑음과 혼탁함으로 한 사람의 심리상태와 속마음을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한 사회와 당시대의 분위기의 밝고 어두움은 아이들의 표정이나 행동에서 읽어낼 수가 있습니다. 전쟁터에서 포탄이 떨어져 폭염이 일어날 때마다 아이들의 눈 속에 있는 별들이 하나씩 빛을 잃어간다는 말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말일 테죠. 그만큼 아이들은 아무것도 쓰여지지 않은 백지처럼 특유의 순수함으로 인해 거짓과 가식없이 당 시대에 자연스레 동화되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위기철 작가의 소설 <아홉살 인생>은 영리한 선택을 하고 있습니다. 녹록치 않은 세상을 살아가는 순박한 사람들의 모습을 애늙은이 같지만 동심을 잃지 않은 [여민]의 눈으로 바라봄으로써 무거워 질 수 있는 글의 무게를 한층 산뜻하게 바꿔놓습니다. <아홉살 인생>은 [여민]과 [검은 제비]와의 싸움에서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처럼 본격적인 사회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풍자하고 있지도 않으며, [여민]과 [우림]의 관계에서도 황순원의 <소나기>처럼 티없이 맑고 순결한 로맨스만을 다루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그 경계에 선 채 자신 고유의 색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죠.


이러한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아홉살 인생>은 소설의 묘미를 꽤나 잘 살리고 있습니다. 척박한 느낌이 들면서도 온화한 느낌이 그래도 살아있는 달동네와 그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물론이거니와 이웃에게는 웃음과 인정을 잃지 않고, 집에서는 든든한 기둥이 되어주는 여민의 [아버지-지대한], 그리고 삶의 고단함이 묻어나면서 백태가 낀 눈 때문에 자식들이 다른 아이들에게 상처를 받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어머니- 정선경]의 모습이 잘 묘사되고 있습니다. 또 [여민]의 친구들의 캐릭터들 역시 아역 배우들의 능청스러운 연기로 빛을 발하고 있죠. 외로이 누나와 단둘이서 살아가는 [기종-김명재]의 앙증맞으면서도 어른스러운 표정, [여민]을 짝사랑하다 난데없이 [우림-이세영]에게 사랑을 빼앗기고 질투의 화신이 되는 [금복-나아현]의 흘겨 뜨는 눈은 놓치면 아까운 장면들입니다.


여기에 기억 저 너머에 아른거리는 추억을 자극하는 소재들도 곳곳에서 눈길을 잡아맵니다. [여민]이 ‘꾸물대는 아이’(꿈을 따는 아이)라는 그림으로 문화부장관 표창을 받았을 때 상장 밑에 보이는 당시 장관을 지내고 있던 분의 이름하며, 오르간 반주에 맞춰 탬버린, 캐스터네츠, 트라이앵글을 흔들어대던 음악시간, 책상 한 복판을 가로지르는 영역표시 줄, 냄비를 머리에 쓰고 골목길을 뛰어다니는 모습 등 어린시절 한번쯤은 누구나 겪었을 만한 이야기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미소짓게 합니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습니다. 원작 소설에서 느낄 수 있었던 [여민]의 시니컬함이 영상으로 이미지화 되면서 한결 누그려졌다는 느낌은 제쳐두고라도 원작 한권에 들어있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두시간 남짓의 러닝타임에 모두 담으려한 욕심 때문에 다소 산만해 보입니다. [여민]이 강한 아이가 될 수 있었고, 그래야만 했던 사정이 드러나지 않는 것도 그러하거니와 이야기의 한 축이 될 수도 있는 [골방철학자]와 [피아노 가르치는 누나]의 로맨스가 곁다리처럼 느껴지는 것이 문제입니다. 영화의 중심축인 [여민]이 [우림]의 등장으로 혼란을 느끼고 생전 처음 느끼는 첫사랑의 감정에 당황할 때 사랑이 무엇인지 대략이나마 짐작을 하게 해주는 교보재가 이들의 사랑이었기 때문에 그들에게 쏠리지 않는 무게중심이 안타깝습니다.


<마요네즈>이후 4년 만에 <아홉살 인생>을 연출한 윤인호 감독은 일전에 기자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아이들과 동물이 나오는 영화는 절대 하지 말라고 하더라. 그런데 난 이번에 이번 영화에서 모두 해봤다.(여기서 동물은 토끼를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가족 영화를 준비하던 나에게 정말 의미있는 작품이었다. 만족한다.’ 라구요. 덧붙여 이정향 감독의 <집으로>의 의외의 성공을 부러워하면서도 자신은 그런 영화보다는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히가시 요이치 감독의 <그림 속 나의 마을>같은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감히 저는 그의 바램의 결과물이 성공적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홉살 인생>을 보는 동안 어른의 눈이 아닌 아이들의 눈높이로 바라보게 되는 것은 어린 아이의 동심에 동화되고 있다는 증거일 테니까요.



<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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