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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봉> 전설은 바람되어 지나갈 뿐이다. 바람의 전설
jabongdo 2004-03-31 오후 6:51:20 663   [2]

<바람의 전설> - 춤으로 전설이 되어 돌아온 한 인물. 그의 이야기가 전설처럼 보이지 않는 이유는 도무지 알 수 없다.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찍고....' 이런 멜로디를 당신은 기억하는가. 시간은 10년 전쯤으로 되돌아간다. 모 방송국에서 방영했던 드라마 <서울의 달>. 한 시기를 풍미했던 불세출의 제비들을 다룬 이 드라마로 전국은 온통 사교댄스(속칭 캬바레 댄스)의 열풍으로 휩싸였었다. 그 당시 춤판을 조금이라도 기웃기웃 했던 이들이라면 다른 어떤 이들보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아련한 기억에 젖어들면서 "Boys be ambitious"를 속으로 외치고 있을 것이다.

그로부터 시간이 흐른 2004년 오늘. 사교 댄스계의 전설이 되어 바람처럼 우리에게 한 남자가 다가왔다. 남들이 제비라고 칭할지언정 '예술가'란 자부심을 가지고 외길을 꿋꿋이 지킨 한 남자. 전설이 된 한 남자의 인생이 전국을 다시 한번 사교댄스의 열풍으로 몰아 넣을 수 있을지 그와 함께 춤의 여행길을 동행해보자. 비록 그 여행길이 조금 지루할지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바라보길 희망한다.

<바람의 전설>은 관객을 향해 손을 내밀면서 같이 춤추기를 요구하면서 다가온다. 그리고 잠시 후 경찰 서장 마누라를 등쳐먹은 제비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경찰들이 나오면서 본격적인 영화는 시작한다. 경찰은 제비를 잡기 위해 위장잠복 전문 여 형사 송연화(박솔미)를 투입한다. 잠시 후 예정된 순서에 맞게 잠복한 연화와 춤의 전설 박풍식(이성재)은 자연스레 만남을 가진다. 그리고 연화는 풍식의 과거사를 듣기 시작하면서 춤의 여행길에 동참한다. 그리고 영화를 보는 관객 누구나 예상하겠지만, 연화는 풍식의 과거사를 듣다가 자신도 모른 사이에 춤바람이 들게 되고 풍식을 사랑하기에 이른다는 거리에 떠도는 강아지들도 안다는 단순, 평범한 노선을 고수하고 있다.

그렇다면 <바람의 전설>이란 영화가 이렇게 누구나 알만한 단순, 평범한 노선을 가지고 있다면, 그 노선을 받쳐줄 특수한 무기가 있는가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것도 없으니 참 이해하지 못할 노릇이다. 영화 전체를 '춤'이란 독특한 소재를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독특함 하나 없이 일반 제비 영화로 만들었으니, 10년 전 아련한 기억에 젖어 들었던 사람에게 지탄받아 마땅할 것 같다. 사교 댄스도 아니요, 그렇다고 멜로는 더더욱 아니요, 상황이 이러한데 감동을 얻기엔 무리수요. 당최 <바람의 전설>은 무엇을 관객에게 주기 위해 나타났는지 의문이 든다.

여하튼 연화가 풍식의 과거사를 들으면서 영화 속 시간은 과거로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영화는 관객들에게도 같이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풍식이 춤을 배우고, 실전에 이용하는 과정이 현재의 감각이 아닌 과거 70~80년대 불륜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완벽하게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표정이나 말투 그리고 행동까지 어느 하나 놓치지 않고 과거스럽게 제대로 꾸미고 있다. 2004년에 영화를 보는 관객들과 도무지 가까워질 수 없는 길을 스스로 택하고 있는 셈이다. 의도한 데로 영화 속 시간 여행처럼 동참하면 좋으나, 그런 의도는 아마도 빗나갈 듯 싶다. 결국 과거로의 시간 여행은 풍식이 춤을 배우는 과정과 실전 경험들을 보여주기에 급급하는데, 이것마저 온전치 못함은 끝내 아쉬움이다.

영화에서 풍식은 관객에게 예술가라고 세뇌하고 있다. 지나칠 정도의 세뇌는 반감이라는 자명한 진리를 초등학생들도 알고 있을텐데 말이다. 중요한 것은 세뇌가 아니라 제비와 예술가의 갈림길에서 어느 하나 뚜렷하게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말로만 예술가가 아니라 진정한 예술가의 행적을 보여주고선 세뇌를 해야하는 것이 당연한 순리인데도 그런 모습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으니, 어찌된 영문인지 혹시 필자가 영화를 보는 중에 중력의 힘에 못 이겨 눈꺼풀이 1센치 내려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오히려 스스로 제비임을 자처하는 송만수(김수로). 이는 제비로써의 면모를 간헐적이나마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만수와 극명하게 예술가로써 길을 보여줄 수 있지 않았을까.

사교 댄스를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샐 위 댄스>와 비교되어짐은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다. 수많은 비교거리가 있지만, 단 한가지만 놓고 보고 싶다. 두 영화의 핵심인 춤에 관한 것이다. <샐 위 댄스>란 영화에서 보여주는 사교댄스는 한사람을 통해 전부 보여주지 않는다. 각각의 개성에 맞게 서로 다른 사교 댄스 보여주는데 반해 <바람의 전설>은 풍식에게 사교댄스 전부를 보여주고자 한다. 다 보여주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춤에 대한 열정과 노력. <샐 위 댄스>는 예술가라고 세뇌하지도 않지만 <바람의 전설>보다 더 예술가적인 면모가 보임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바람의 전설>은 특이함을 많이 갖추고 있으면서도, 그 어떤 특징하나 잡아내질 못하고 끝을 맞이한다. 예술가라 자칭하면서도 제비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으며, 연화의 등장에선 항상 우연과 억지의 공식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영화에서 만수가 풍식에게 했던 말이 머릿속에 계속해서 메아리 친다. "정체성이 없는 녀석이야". 이는 <바람의 전설> 영화 한편을 놓고 던지는 한마디처럼 귓가에 전해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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