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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의 재구성> 탐욕의 재구성 범죄의 재구성
ozzyz 2004-04-19 오후 7:14:06 1913   [10]


<범죄의 재구성>  - 최동훈 감독, 박신양, 백윤식, 염정아 주연




탐욕의 재구성



영화를 보고있자니 드 팔마와 스콜세지가 문득 떠올랐다. 스크린에 피를 철퍼덕하게 튀기지도, 농염하고 끈적끈적한 섹스신을 뿌려주지도 못하지만 한참때의 헐리우드 범죄 영화들에서 익숙히 보아왔던 영상미와 내러티브적 재미가 영화 상영 내내 넘실대고 나도 모르게 발 박자를 맞추게 한다. 아.. 이 감독. '영화광' 이구나, 싶더니 영화가 끝났다. <눈물> 연출부로 일한 것이 영화계 경력 전부인 최동훈 감독의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 이다.


확실한 것은 이 영화는 기존의 수많은 범죄 영화들에게 사사 받은 바가 비교적 명확하다는 것이다. 특히 많은 관객들의 뇌리를 습격하는 것은 소더버그의 <오션스 일레븐> 이다. 전문 사기꾼들의 드림팀이 거대 자본을 둘러싸고 벌이는 모험이라는 점에서 두 영화는 상당히 닮은 꼴이다. 더군다나 이 감독, 시나리오 집필할때 <오션스 일레븐> 보고 왔단다. 사실 따지고 들면 그 밖의 수많은 설정들이 익숙하기 그지 없다. 백윤식과 천호진의 구도는 어느정도 입장의 전도는 있지만 <히트>의 드니로와 알파치노의 복사판이다. 염정아는 그간 범죄 영화들에서 비춰지던 팜므파탈의 이미지를 가져왔으나 불행히도 <오션스..>의 줄리아 로버트 만큼 역할이 미미하다.

하지만 이러한 비교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요즘 세상아래 새로운게 어디있다고. 더군다나 범죄극은 다분히 헐리우드적인 장르이다. 만약에 우리가 마카로니 웨스턴을 만든다고 치자. 우리가 <황야의 7인> 을 피해갈 수 있을까? 절대 불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이 신인 감독이 선대의 작품들을 자양분 삼아 얼마나 웰메이드 했느냐가 문제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영화 재미있다.




시작부터 펼쳐지는 카 체이스씬부터 마지막의 그들만의 해피엔딩에 이르기까지, 영화는 숨쉴틈 없이 통쾌한 감성을 잃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카 체이스 오프닝 씬은 두고 두고 회자되리라 예상된다. 기술적으로는 <프랜치 커낵션>에 지지 않고, 흥겹기로도 <지구를 지켜라>에 못지 않다. 어디 하나 힘이 딸리거나 주저 앉는 부분은 찾아볼 수 없다. 문득 문득 등장하는 화면 분할이나 회상씬들의 편집은 충분히 식상함에도 불구하고 멋지고 세련되었다. 더욱 신기한 것은 이 영화가 들려주는 기승전결의 낡고 식상함이 전혀 재미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유레카! 식상해도 재미있을 수 있다.



영화는 최창혁의 죽음으로 부터 시작하여, 등장인물들의 회상과 진술을 토대로 과거를 재구성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그들의 아기자기하고 귀엽지만, 다소 억측스러운 사기극은 스크린에서 마법적으로 현실성 있게 구축되고, 정감가는 사기꾼 캐릭터들의 사기가 들어맞아가는 과정은 그 결과를 이미 알고있음에도 불구하고 흥미진진하게 진행된다. 이 영화의 포커스는 캐릭터에 있다. 백윤식이 연기하는 김선생부터, 천호진의 차반장까지, 경직되고 재미없는 캐릭터라고는 한명도 찾아볼 수 없다. 이 것은 이 작품이 실은 사기극 자체가 아닌 사기꾼들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범죄영화가 범죄 미션 수행에만 치중하다 보면 재미가 없고, 캐릭터에만 집중하면 장황하고 붕 뜨게 된다. <범죄의 재구성>은 그 아슬아슬한 줄 타기에 어느정도 성공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사기꾼들의 재치와 치열함이 고조를 띄우던 가운데, 이 영화는 어느순간 다소 생뚱맞은 지점에 이르른다. 바로 차반장이 김선생을 놓치고 발을 동동구르며 하는 대사이다. "이거 이러면 안되는거 아냐..(사기꾼들이 성공하면 안되는거 아냐)....내 이거 떠오르는 아침 태양을 무슨 면목으로 봐야 할지 모르겠다."  웃고 즐기면서 50억이 과연 누구에게 떨어질 것인가를 지켜보던 관객들은 갑자기 도덕적인 가치 판단의 장을 목격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급선회한 영화는 최창혁과 서인경의 해피엔딩을 비추면서 가히 이 영화의 핵심이라 할만한 대사를 읇조린다. "인간은 탐욕을 쫓고 사기꾼은 그런 인간을 쫓는다." 이 대사에 동조하지 않을 관객은 한 사람도 없다. 견물생심이라고, 재물앞에서 눈 멀지 않는 중생은 한명도 없다. 그러한 인간 심리를 이용하는 게 사기꾼이라는 것. 결국 사기 당하는 것은 당신의 탐욕 탓이라는 것. 그래, 그런데. 미안하지만 영화는 여기서 도덕적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창혁의 형은 김선생에게 사기를 당해서 거기서 오는 자괴감과 죄책감으로 자살했다. 이 영화의 중심 모티브는 결국 창혁의 김선생을 향한 복수심이다. 탐욕이 아니라. 그런데 창혁은 위기의 순간에 김선생에게 타협을 제의하고, 심지어 엔딩에 가서는 '구로동 샤론스톤' 과 사기꾼 커플로써의 행복한 삶에 안착한다. 그리고는 사기를 당한 이들의 어리석음을 비웃는다. 이건 좀 아니다. 생뚱맞잖아? 형의 복수를 하기 위한 창혁과 범죄를 응징하고자 하는 차 반장은, 어찌보면 처음에는 감성적인 한배를 타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결국에는 창혁은 사기꾼으로써의 삶을 살아간다. 차 반장은 나름대로 사건이 종료되고 정의가 실현되었음에 기뻐할 것이다. 비겁한 윈윈 전략 아닌가. 업친데 덥친격으로 경찰 내부의 김선생 끄나풀은 그대로 남고 어떠한 도덕적 처벌도 피해간다. 오히려 창혁과의 2차적인 커넥션을 암시한다. 이것은 또다른 김선생을 양산한 것에 다를 바 없다.  이 영화가 도덕적 딜레마를 피해가려면 아예 처음부터 끝까지 쿨하게 갔어야 한다. 양비론 적인 개똥 철학도 말하지 말았어야 하고, 최 반장도 밝아오는 새벽 햇살 아래 그 토록 안타까워 하지 말았어야 한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나는 이 영화를 탓하고 싶은 마음이 눈꼽만큼도 없다. 무척 재미있기 때문이다. <지구를 지켜라> 에 이은 백윤식의 연기는 볼수록 감사하다. 아무튼 그가 등장하면 기분이 좋다. 아무래도 그는 장르영화 전문 배우가 될 성 싶다. 염정아는 역할의 미미함으로 인해 전작 <장화, 홍련> 의 환상적인 연기에 비하면 다소 아쉽지만, 역에 충실한 그녀만의 힘만은 여전하다. 박신양은 1인 2역을 함에 있어서 분장의 어색함이라는 물리적인 약점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잊어버릴만큼 썩 자연스럽다. 신인감독 답지 않은 편집과 거기에서 오는 흥분된 박자감은 정말 흥겹기 짝이 없다.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 로 인해 씨가 말라버릴 것 같았던 (상대적인) 작은 영화들이 살아나고 있는 것 같아 반갑다. 올 한해가 <범죄의 재구성> 만큼 내실있는 장르 영화들의 각축장이 되길 기대해본다.



[ozzyz] 허지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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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아직 보지 않으신 분은 스토리가 드러나니 나중에 보심이 더 도움이 될 듯...^^   
2004-05-02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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