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도 첫날밤 아내가 숫처녀냐, 아니냐를 따지는 남자가 있을까마는 불과 몇해전 만해도 이런 일은 비일비재한 일이었다. <야드비가의 베개>는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 20세기 초 헝가리를 배경으로한 파격적인 불륜 치정극이라 할 수 있는 영화다.
불륜을 저지른 여자도 피해자인 남편의 끝은 파멸로 치닫는다.
온두리스는 다뉴브강의 자욱한 물안개 속을 친구들과 지나오면서 잔뜩 술에 취해 결혼에 대한 기대의 노래를 부를 때부터 비극은 세계대전의 전운처럼 시작된다. 청년 온두리스는 야디비가를 아내로 맞았지만 아내는 잠자리를 거부하고 급기야 자기가 처녀가 아님을 밝힌다. 결혼생활 중에서도 야드비가는 그녀의 첫사랑이었던 변호사 프란시와 밀회를 계속하고 그 사실을 알면서도 아내를 포기하지 못하는 순진한 청년 온두리스는 절망을 한다.
<야드비가의 베개>는 남자의 바보스러울 정도로 변하지 않는 순정과 가증스러울 정도로 뻔뻔한 여자의 불륜과 거짓말을 세계대전 전후의 헝가리 작은 마을의 현실과 인간들의 관계 속에서 끈질기게 반복한다.
아이를 낳자마자 프란시에게 달려가 '당신의 아이를 낳고 싶다.'고 매달리는 야드비가
불안과 불신으로 가득찬 세상에서 군대를 빼준 경감을 위해 온두리스가 동포인 리투아니아족 분리운동을 하는 친구를 경찰에 밀고해야 하는 그 상처와 아픔은 더욱 관객을 슬프게 한다.
한 장의 온두리스와 야드비가의 어릴적 찍은 사진은 관객들에게 또다란 질문을 던져준다. 과연 온두리스와 야드비가는 누구란 말인가? 끝내 돌아오지 않는 아내와 친구를 배신한 자신에 대한 절망과 죄의식에 울부짖다가 죽는 온두리스를 보면 사랑을 위해 정말 목숨걸 수 있는 쪽은 남자인지 모른다. 엔딩에서 통곡하는 야드비가의 롱테이크 장면은 그래서 더욱 여운이 길게 남겨지는지 모른다. <야드비가의 베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