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초등학교 때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콧수염 달린 남자는 클라 크 케이블 빼곤 다 싫어했던 저에게 이상한 콧수염을 달고 나와서 사방에 부딪히고 엎어지고 나사를 조이다가 기계를 망가뜨리고 심지 어 톱니바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사고뭉치 아저씨는 참으로 이상 한 존재였습니다. 나중에야 그 사람이 찰리 채플린이란 걸 알았죠. 영화를 보면서 웃기도 많이 웃었지만, 왠지 보고나니까 슬프다는 생 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는 그게 왜인지 전혀 몰랐지만.......
얼마 전에 본 [투발루]를 봤습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느 꼈겠지만 저 역시 채플린 영화적 감성에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 색채를 더한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전에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 를 잠깐 봤던 기억이 났지만, 그 기억이란 게 수영장이 나온다는 점,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작업에 참여했다는 점 그리고 드니 라 방이 나온다는 게 전부였죠. 굉장한 예술영화면 어떻게 하나 --a;; 걱정하며 극장에 갔습니다. 극장에 불이 꺼지고 나온 시작한 영화는 처음부터 참 묘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하늘로 날아가는 그 어설픈 새의 등장은 그 뒤에 이어진 드니 라방의 우스꽝스러운 모습만큼이 나 사람을 참 당황스럽게 하더군요. 사실 절 더 당황스럽게 만든 건 영화 한편을 다 합쳐도 B5용지 한 장 안 될 거 같은 대사였지만요.
이 영화를 간단하게 소개하려면 뭐라고 해야 할까요? 안톤과 배다 른 형 그레고어의 에바를 사이에 둔 사랑의 삼각관계? 아버지를 지 키려는 안톤의 효성 깊은 마음? 보물섬을 가기 위한 모험의 전초전 인 영화? [투발루] 속에 이 모든 것이 담겨 있었습니다. 어떻게 보 면 유치해 보이는 스토리를 세계의 스탭을 모아 영화를 찍겠다고 생 각한 감독의 생각은 어떻게 보면 만용이겠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아주 유쾌한 실험이라는 걸 확인하게 되실 겁니다. 물론, 그 뒤에는 대사보다는 몸동작으로 모든 걸 얘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배우들 의 공도 크죠. 단순한 색깔로도 할 얘기는 다할 수 있다는 걸 얘기 하고 있었구요. 〈기술, 시스템, 이익〉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광속 도의 디지털 세상 속에서 [투발루]는 마치 아날로그의 작은 반란처 럼 느껴졌습니다.
[투발루]는 예술영화라기보다 채플린 영화.... 아니 어쩌면 영화가 탄생했던 초창기의 순수함을 담고 있는 영화였습니다. 지금으로써는 상상이 안 되지만 핸드폰 이메일 없이도 사람들은 잘 살았었습니다. 아니.... 그 이상이었죠. 기계에게 빼앗긴 시간을 사람에게 쏟을 수 있었으니까요. 기술 발전으로 간단하고 빨라질수록 사람 간의 의사 소통은 더 어렵고 느려지는 것 같습니다. 영화 역시 기술은 발전하 는데 감성은 예전만도 못하다는 걸 느낄 때가 많으니까요. [투발루] 는 블록버스터의 바다 위에서 〈아날로그여 영원하라~!〉라는 깃발 을 펄럭이며 가는 작은 통통배였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