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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점 만점이 아니라 4.5점을 목표로 만든 4.5점 영화 범죄의 재구성
okwendy77 2004-05-06 오후 2:19:04 1048   [1]
 


범죄의 재구성


  나는 참 잘 본 영화다. 하지만, 이미 정성일 아자씨한테 홀린 나는 그가 쓴 영화평을 보면, 내 생각에서 옆으로 옆으로 조금씩 게걸음으로 옮기며 내생각들을 다시 정리한다. 그러고 보면 내가 본 영화는 내 눈으로 본 영화이기도 하지만, 수많은 평론가들이 쓴 그들의 생각을 참고하면서 때론 영화보다 훌륭한 명문장들에 감탄하면서 본 영화인 때도 많았다. 「반지의 제왕:왕의 귀환」에 대고 영화평론가 이상용은 ‘귀환할 만한 자격이 있다.’ - 아, 나는 이때 쓰러지면서 ‘으하, 정말 그런 영화야. 귀환해야지’라고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돈 없어서 영화잡지 안 읽고, 게을러 못 일어나서 tv 영화프로그램 못 보는 나는 막(?) 나간다. 이 영화에 내린 나의 평가는,


  5점 만점이 아니라 4.5점을 목표로 만든 4.5점 영화 (여기서 4점으로 할 것인지 꽤 말성임)


  그러나 나는 인터넷으로 시사회 신청하러 갔다가 정성일 아자씨가 쓴 「범죄의 재구성」에 관한 리뷰를 읽고 말았으며 ‘최동훈(감독)은 대사를 갈고 닦기 위해서 공을 들였지만, 이야기는 대충 흘러간다. 우선 그 정도의 아이디어로는 아무리 생각해도 한국은행이 털릴 것 같지 않다 (1996년 한국은행 구미지점 당좌수표 위조사건에서 모티브를 빌려 왔다는 이 대목은 이 영화에서 가장 대충 찍은 장면이다)’에서 또 ‘으하, 정말 그런 면이있지.’라며 힘이 빠지는 두 다리에 힘을 꽉 주고 버티지만 이내 픽 쓰러져 버리고 말았다. 난 첫장면의 추격씬에서 먼저 터널로 들어간 박신양의 차가 왜 늦게 나오나, 그리고 경찰은 왜 그 뒤를 쫓지 않고 옆 터널로 가나(아닌가, 영화 본지 몇 일 됐다고 벌써 잊어먹었을까)가 대단한 의문이었지만,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곧 잊어버리고 말았다. 「페이스 오프」에서 얼굴이 뒤바뀌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나 생각한다면, 그 영화를 즐기기는 무쟈게 어려울 것이다. 이 영화에서도 그런 면이 꽤 많다. 김선생(백윤식)이 최창혁(박신양)을 추격하게 되면서 발견하는 두 개의 발자국, 그때까지 지워지지 않았으니 신기하다. 이 영화가 「페이스 오프」의 미국 신기술을 가진 것도 아닌데 성형 수술 후 그렇게 금방 나대는 것은 더 신기하다. 동생인 최창혁이 죽은 것은 한 달 전, 그런데 경찰들은 왜 이제야 그의 형 최창호를 찾아오나. 사건을 꼼꼼하게 따지기 시작하면 문제는 여기저기서 불거지고 정신이가 없다. 하지만, 그것은 이 영화의 0.5다. 내가 본 이 영화의 최동훈은 그 0.5를 기꺼이 감수한다. 그가 퍼.펙.트.를 보여주려 했다면 우리는 이 영화를 지금 만나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최동훈)가 청진기를 대 보았을 때, 시츄에이션을 하기는 지금이 딱 적기였던 것 같다.


  사건 한 달 후, 또다른 사건 - 한국은행에서 턴 50억은 감쪽같이 사라지고, 죽은 최창혁의 보험금 5억원이 구로동 샤론 스톤에게 슬쩍 돈냄새를 피울 때 - 영화는 시작한다. 또 다른 사건의 예고, 별로 크-은 일로 보이지는 않지만 시츄에이션이 좋다. 그리고 영화는 과거를 넘나들면서 편집의 힘을 빌어 사건을 구성 / 때로는 재구성해 나간다. 내가 특히 재밌고 좋았던 것은 배우들의 연기이기도 하지만, 영화를 잘 모르는 나도 눈치채고 재미있을 수 있었던 촬영이나 편집이었다. 물론 다른 영화에서도 종종 사용된다. 과거의 일을 설명할 때, 카메라가 팬 하면서 조명이 바뀌고 그 때 상황을 보여주었다가 다시 현재로 돌아올 땐, 원래의 조명 상태로 카메라가 팬. 김선생이 사건을 설명할 때 화면은 삼등분할되고 김선생의 행동 지시와 함께 그 사건의 시츄에이션이 제시. (「아라한 장풍대작전」에선 화면을 반 댕강 잘라놓는데, 진짜 많이 아쉽다) 지난 사건을 이야기할 때 현재의 이문식이 그 사건을 설명하는 한 마디, 과거의 이문식 한마디, 현재의, 과거의 - 이런 식의 변환 등등. 배경이 되는 폐차장이나 한국은행 건물안이 생뚱맞지 않은 점도 좋았고, 특히 비닐하우스를 몸으로 찢으며 도망치는 한국 도박장의 실정은 굿.


  배우들도 잘한다. 백윤식, 이문식이야 이미 알 테고, 좀 맨숭맨숭한 맛이 있는 박원상씨도 꽤 적격, 김상호씨는 원래 잘 모르는 배운데 ‘나「남자충동」에서 남들이 보는 오달수씨 잘 안 보고(물론 보긴 했지만) 당신 봤잖아’ - 좋다. 언니들이 말하길 염정아도 「장화홍련」이후로 물이 올랐다 하고 (나도 너무 이쁘고 깜찍해서 반하고 말았으. 아우!), 너무 많이 봐서 익숙해 버린 임하룡아저씨는 영화 속에서 좀 뜨는 감이 없지 않지만 그 상황에서 그 역 괜찮다. 그리고 천호진씨가 남는데, 아 좀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다. 뭘 좀 빼면 될 듯도 한데, 이를 테면 아직 내 기억속의「로스트 메모리즈」같이 어깨와 눈에 힘이 들어간 걸 더 빼면 더 좋은 캐릭터를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의 똘마니 형사들로 나오시는 분들도 오~ 다 좋다. 그러고 보면 누가 남나. ... 바로 박신양이 남는다.


  박신양. 이 접시가 남는다. 박신양은 지금까지 보여줬던 연기에서 큰 수술을 시도한다. 주캐릭터는 최창혁이라야 맞겠지, 그러나 여전히 자신에게 남아있는 면이 최창호를 연기한다. 둘은 매우 다르다. 그리고 박신양도 열심히 한다. 잘 한다. 그러나 눈으로 보이는 것은 있는데, 잡히는 것은 없다. 그러다 보니 뻔히 박신양으로 보이는 최창호가 최창혁의 형이라는 설정으로 등장할 때, 우리는 박신양이 모든 ‘키(key)'을 쥐고 있음을 눈치채게 된다. 그리고 사건은 대충대충 그렇게 짐작대로 흘러간다. 그러나 유선(역활 이름 모름)이 김선생에게 최창호가 이미 3년 전 자살을 하였다는 점을 이야기할 때, 영화가 그리 쉽게 끝나진 않겠구나 한다. 그리자 그 다음이 궁금하다. 이제 김선생은 자신의 수하들을 다 잃고, 어떻게 천하의 그 접시 돌리는 기술을 보여줄 것인가. 물론 역시 박신양의 승리지만, 요 턴이 이 영화에 상승곡선을 그려 절대 대충 만든 영화가 아니란 걸 보여준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0.5. 그러니까 감독이 미리 포기해 버린 0.5가 아깝다. 그것은 새롭지 않다. 어디선가 본 듯하다. 특히 마지막 책장 뒤에 돈을 숨긴 건 놀랍지만, 어디선가 (헐리우드 영화에서) 본 듯 하다. 진짜 봤는지 아닌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재빠른 상황의 전개와 말끔한 편집, 재능있는 배우들의 연기 - 의 0.5를 채워줄 감독의 새로움이 아쉽다. 잘 만든 영화다. 하지만 감동이 찐하지는 않다. 그리고 우리는 늘 새로움에 목마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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