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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자동 이발사>[자봉] 우리 아빠 파이팅. 효자동 이발사
jabongdo 2004-05-07 오전 12:48:52 995   [2]

<효자동 이발사> - 너무나도 소박하기에 너무나도 많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는 이발사의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무엇보다 <효자동 이발사>의 관심사는 송강호와 문소리라는 당대 최고의 배우들이다. 하지만 필자에게 있어 이 영화의 관심사는 배우가 아닌 짧은 예고편, 그 중에서 한 부분이었다. 전 전두환 대통령으로 짐작되는 인물이 이발을 하기 위해 의자에 앉아 있다. 그리고 이발사(송강호)가 들어와서 이발 할 준비를 한다. 그리고 나온 한마디 "각하, 머리가 다 자라면 다시 오겠습니다". 짧은 순간에 보여준 이런 재치로 인해 예고편을 본 순간 작은 설레임이 뭉게뭉게 피어났다. 결국 개인적으로 60~70년대를 재현하고 있는 <효자동 이발사>를 보면서 이와 같은 작은 재치에 초점이 맞춰지게 되었다.

이와 같은 기대 심리는 영화를 보면서 충분히 충족이 되었다. 60~7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영화는 다분히 정치적일 수밖에 없는 영화라 생각한다. 많은 지식과 권력, 그리고 부와는 전혀 관계없는 소박하기 그지없는 서민의 대표주자 이발사. 그리고 자신의 한마디가 곧 법이었던 사람, 즉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 이렇게 뚜렷하게 대조되는 인물들이 핵심이 되어 영화가 흘러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효자동 이발사>로 데뷔를 하는 임찬상 감독은 작은 재치로 큰 재미를 충분히 가져다주고 있다. 정치적인 면모를 배제하면서 보여준 은근한 우화와 풍자들은 예고편의 한 부분이 빙산의 일각이었다는 사실을 이내 깨닫게 해준다. 

경무대(현 청와대)가 위치한 효자동에 이발관을 운영하는 성한모(송강호)가 그의 아내 김민자(문소리)를 맞아들이고 득남을 하게 되는 순간부터 이어지는 수많은 정치적인 변화들을 철저하게 소박한 서민의 눈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중요한 점이다. 지금까지 이런 상황들을 다룬 것들을 보면 대부분이 지식층의 눈으로 그 실태를 꼬집고 정확하게 알리려는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결국 <효자동 이발사>의 이런 시작은 수많은 정치적인 상황들을 재미있게 풍자하는 원천이 되어주고 있다. "사사오입"의 뜻을 전혀 모른 체, 거들먹거리면서 결혼과 득남을 이루게 되는 성한모처럼 말이다.

영화에서 이런 모습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정치적인 압박이나 무거움과는 전혀 무관하게 즐거움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4.19 혁명 당시 하얀 이발 가운을 입고 출산에 조짐을 보이는 아내를 리어카에 싣고 병원을 향해 가는 성한모의 모습. 그리고 5.16 쿠데타가 발생했을 때, 천연덕스럽게 청와대의 방향을 알려주는 모습. 이 외에도 이런 모습들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우리와 함께 하고 있다. 영화를 보고 나서 한참동안 가슴속에 메아리쳤던 것은 박정희 정권 12년째, 유선헌법이 통과되었을 때인 듯 싶다. 12년 동안 이발을 하고 있는 성한모에게 "자네 참으로 오래 하고 있구만" 했을 때, 무심코 던진 "각하도 참 오래하고 계십니다"라는 성한모의 한 마디에서 미소와 함께 그때 그 시절을 아주 손쉽게 보여주고 있다.

<효자동 이발사>는 이런 모습만 가지고도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해 준다. 그리고 이런 모습으로 많은 것들을 동시에 생각하도록 해준다. 소박한 서민이었던 성한모를 포함한 효자동 사람들. 이들의 무지하고 맹목적인 한 권력에 대한 추종은 결국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보일 듯 말 듯 보여주고 있다. 자신들이 지지했던 정권에 잡혀 들어가 억울한 죽음을 맞이하고, 자신의 아들조차 간첩으로 내몰 수밖에 없던 상황을 보여주기도 한다. 정치와는 전혀 무관한 사람들에게조차도 정치적인 외압이 가해지는 모습 속에서 현재를 되돌아보게 하는 시간을 던져주기도 한다.

<효자동 이발사>는 또한 충분한 볼거리 속에 작은 감동을 포함시키려 하고 있다. 흔히 볼 수 없는 아버지의 아들에 대한 사람을 말이다. 많은 고문으로 걸을 수 없게 된 아들 낙안이를 등에 업고 전국 방방곡곡 용하다는 의원은 다 찾아다니는 아버지의 모습과 낙안이가 무슨 일을 당할 때 항상 등장하는 아버지의 모습. 지금까지 뒤에서 묵묵히 바라보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부성애를 찾았다면, <효자동 이발사>는 그와는 반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비록 흔치 않는 아버지의 사랑을 보여줌에 있어 조금은 약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 시대를 살았던 서민적인 우리의 아버지를 느끼기엔 충분해 보였다.

영화에선 또 한가지 유심히 봐야할 점이 있다. 영화는 성한모의 아들 성낙안(이재응)의 나래이션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미래의 사람의 과거 한 가족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는 듯 하다. 이는 <효자동 이발사>가 보여주는 모든 상황들을 제 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게 하고 있으며, 그 3자의 입장은 영화를 보는 우리 자신의 입장과 동일함을 말해준다. 만약 이런 나래이션의 진행이 아니었다면, 영화에서 보이는 은근한 풍자와 우화는 보여주는 것만으로 끝났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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