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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앞서간 명작, '아키라' 아키라
drunkensad 2004-05-14 오후 12:35:14 6197   [3]
 

AKIRA

 

 


 이 영화를 처음 봤던 게 중학교 때였다. 학원 영어 선생님이 영화를 좋아하셔서, 가끔 보여주시기도 하셨는데, 그때 일본 애니메이션도 가끔 보여주셨다. 벌써 10년이나 지났는데, 그때의 기억이 아직도 어렴풋 남아있다. 너무너무 갖고 싶었던 빨간 바이크, 데츠오의 폭주, 카오리가 구타당하는 장면 등이 약간은 충격적이었는지 아직도 기억난다.

 

 이 영화의 제작년도가 1988년인데, 그 당시 이런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주에서 위성으로 광선을 쏴서 공격한다던지, 환상적인 바이크 디자인을 보여준다던지 등의 모습은 정말 시대를 많이 앞서갔다.


 창자가 쏟아지고, 머리통이 날아가고,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맞아서 부은 여자의 얼굴처럼 하드고어적인 모습이 군데군데 보여 약간은 눈을 찌푸리게 하지만 감독은 상황과 분위기의 효과적인 묘사를 위해 사용한 것 같다.

 

 

 1988년 도쿄에는 큰 폭발이 일어난다. 그 뒤 31년이 지난 네오 도쿄는 반정부주의자들이 테러가 빈번하고, 여러 가지 불법 집회 등으로 사회가 혼란스럽고 시끄럽다.
 그 곳에 사는 카네다와 데츠오는 고아원 때부터 같이 지내온 친구지만 데츠오는 카네다를 동경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시샘한다. 카네다의 멋진 바이크를 탐내고, 그에게 도움 받지만, 그 도움을 무시하고 싶어 한다.


 평소처럼 폭주 단끼리 바이크를 타고 싸우다가 데츠오는 어떤 기괴한 소년을 치일 뻔 한다. 그 늙은 얼굴을 한 소년이 초능력을 발휘하자 바이크는 박살이 나고 데츠오는 부상을 입게 된다. 뒤쫓아 온 카네다와 폭주 단은 헬기를 타고 온 군인들로부터 제압당하고, 부상을 당한 데츠오는 군인들이 데려간다.


 데츠오는 군인들로부터 치료와 함께 여러 가지 검사를 받게 되다가, ‘아키라’와 신경 패턴이 닮아 있다는 것을 대령과 과학자가 알게 된다. 그것이 아키라의 형성과정을 알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이라는 것을 그들은 알아챈다.


 한편 그 무렵 경찰서에서 심문을 받던 카에다는 약간은 허황된 핑계를 대며 심문을 마치지만, 반정부 분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금방 풀려나게 되고, 카에다는 한쪽에 있던 눈에 띄는 한 여자를 자기 동료라고 해서 같이 풀려나게 된다. 그 여자 케이는 동료인 류와 그 기괴한 소년을 쫓다가 잡혔었다.


 데츠오는 병원에서 몰래 빠져나와 여자친구인 카오리를 만나게 되고, 카오리에게 병원에서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며 같이 도망가기로 한다. 카오리와 데츠오는 카네다의 바이크를 훔쳐 타고 가다 서툰 운전덕분에 전에 싸웠던 다른 폭주 단들에게 붙잡혀 당하게 된다. 이때 달려온 카네다와 친구들의 도움으로 전세가 역전되고 데츠오는 그들을 심하게 구타하게 된다. 카네다는 그런 데츠오를 말리며, 걱정하지만 그런 카네다가 데츠오는 원망스럽고 부끄러웠다. 갑자기 데츠오의 머릿속엔 ‘아키라’란 단어가 튀어나오고 극심한 고통을 겪다가 쓰러지고 만다. 그 모습을 어디선가 지켜보고 있던 군인들은 데츠오를 다시 데려간다. 카네다는 데츠오를 데려간 것에 대한 걱정을 하다, 시내에서 반정부 테러를 보게 된다. 그곳에서 경찰로부터 쫓기는 케이를 다시 만나게 되고, 카네다는 그녀를 쫓아간다. 케이는 경찰에게 거의 붙잡힐 뻔 하지만 카네다의 도움으로 빠져나가게 되고, 무사히 류와 다시 만나게 된다. 류 일행은 카네다를 의심하고 그를 가둔다.


 류 일행은 라보에 침입 하라는 상부의 명령을 받고 계획을 짜던 중 그것을 엿듣고 있던 카네다도 데츠오가 갇혀 있다는 얘기를 털어놓고 같이 라보 침투계획에 합류한다.


 대령은 최고간부회의에서 연구를 위한 추가 예산을 신청하고 그 이유를 역설하지만, 무능한 관료들은 서로 싸움만 하고, 대령을 사문심의회의에 회부하자 그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린다.


 다시 병원으로 돌아온 데츠오는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다, 초능력 꼬마들로부터 위협받게 된다. 그러다 처음으로 자기가 가진 힘을 각성하게 된다. 데츠오는 그 힘을 이용해 자신을 저지하려던 군인들을 뚫고, 전진하다 초능력 꼬마들을 다시 만나게 된다.


 꼬마들은 초능력으로 데츠오를 저지하려 하지만 힘을 자유롭게 사용하게 된 데츠오는 더 강한 힘으로 그들을 제압해버린다. 꼬마들은 데츠오에게 힘의 무서움을 설명하고, 아키라에 대해 설명하지만 데츠오는 그것을 무시한다.


 그곳으로 카네다와 케이가 찾아오고, 데츠오는 자신의 힘을 보여주며 카네다를 무시한다. 데츠오는 이윽고 아키라를 찾아 날아가 버리고, 대령은 데츠오를 막기 위해 군대를 출동 시킨다.


 대령은 최고간부회의로부터 군적박탈 및 신변구속을 당하게 되지만 그들을 죽여 버리고, 쿠데타를 일으킨다. 그는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최고간부회의 멤버들을 구속하라고 명령한다.


 데츠오는 자주 가던 카페에 들려 술을 마시고 카페 주인을 죽이고 카페를 박살내버린다. 곧 그 카페에 온 친구인 야마가타도 죽여 버린다.


 또 다시 잡혀 갇히게 된 카네다에게 초능력 꼬마 중 한명인 키요코가 케이를 이용해 아키라에 대한 얘기를 들려준다. 아키라는 ‘절대의 에너지’인데, 원래부터 존재 했었던 그 힘을 잘못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역설한다.


 초능력 꼬마들의 도움으로 탈출에 성공한 카네다와 케이는 폭주단의 다른 친구에게 데츠오가 야마가타를 죽였다는 것을 듣게 된다. 카네다는 야마가타의 바이크를 부숴버리고, 데츠오를 처리할 맘을 먹게 된다. 그 와중에 케이는 초능력 꼬마와 사라져버린다.


 데츠오는 시내 한복판에 나타나 탱크를 박살내며, 아키라가 있다는 올림픽 스타디움 쪽으로 이동한다. 올림픽 스타디움을 지키고 있던 군대마저 섬멸하고, 지하로 내려간다.


 그곳에서 초능력 꼬마들이 조종하는 케이와 전투를 하게 되고, 그러다 실험관 속에 담긴 아키라의 실체를 보게 된다. 그 와중에 도착한 카네다는 레이저 총을 메고 데츠오와 싸우게 되고, 카네다는 선전하며, 데츠오를 궁지에 몰아넣지만 마지막에 배터리가 다한 레이저 총 때문에 데츠오를 죽이는데 실패한다.


 그 틈에 대령은 데츠오를 없애기 위해 인공위성으로 SOL이란 광선을 쏘아 데츠오를 죽이려 하지만, 실패하고 데츠오의 오른팔 하나만을 잃게 만든다. 데츠오는 고통과 분노로 인해2차 공격 때에는 우주에까지 올라가 인공위성을 부숴버리고 돌아온다.


 서로의 공격이 잠시 중단이 되고 소강상태가 된다. 그동안 데츠오는 능력을 사용해 금속으로 오른팔을 만들고, 초능력 꼬마들은 데츠오를 막기 위한 계획을 세우며 미래를 걱정한다. 다른 한쪽에서 카네다는 레이저 총을 바이크로 충전시키며 싸울 준비를 한다.


 카오리는 스타디움으로 데츠오 찾아가 만나 얘기를 하게 되는데, 그 와중에 데츠오의 오른팔이 폭주하게 되고, 그때 등장한 대령이 데츠오를 설득해 라보에 데려가려 하지만 데츠오는 거절한다. 데츠오는 고통스러워하며 카오리를 부르지만 카오리는 겁에 질려 피하고, 대령은 데츠오를 공격한다. 데츠오의 팔은 더 폭주 하지만, 카네다가 쏜 레이저 총을 맞고 공격 방향을 카네다 쪽으로 돌리게 된다. 바이크를 타고 데츠오를 공격 하던 카네다는 어디선가 날아온 초능력 꼬마들로부터 보호를 받게 된다. 데츠오는 계속 폭주해 이상스럽게 변해가며 커져간다. 그러다 카오리를 흡수하고, 카오리의 고통을 느끼게 된 데츠오는 멈추고 싶지만 제어가 되지 않는다.


 그 와중에 초능력 꼬마들은 셋이서 능력을 모아 아키라를 불러낸다. 아키라 속으로 데츠오는 점점 빨려 들어가고, 그때 카네다도 데츠오의 변해버린 모습과 연민으로 인해  걱정하다 빨려 들어가게 된다. 초능력 꼬마들은 그런 카네다를 구하기 위해 힘을 모아 최후에 능력을 발휘 한다.


 이윽고 대 폭발이 일어나고, 모든 것이 부서져 버린다. 초능력 꼬마들의 도움으로 살아난 카네다는 아키라 속에서 데츠오의 과거 기억을 보고, 데츠오의 이름을 불러보게 된다.


 카네다는 케이와 친구와 함께 부서진 바이크를 타고, 새로운 태양 빛을 맞으며 먼 곳으로 점점 사라진다.
 마지막 초능력 꼬마들은 ‘하지만 언젠가는 우리들에게도’/ ‘이미 시작되고 있으니까’라는 모호한 대사를 남기고 영화는 끝난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갈등 구조는 역시 카네다와 데츠오의 관계이다.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이 데츠오인지, 카네다인지 정확히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둘 다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둘은 어렸을 때부터 같이 지내온 사이지만, 데츠오는 카네다를 동경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에게 콤플렉스를 느껴, 그를 뛰어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고 있다가 아키라의 힘을 얻게 되면서 그 둘의 사이는 변하게 된다.


 카네다는 낙천적이고 모든 일을 주도하는 성격이다. 그는 ‘미래소년의 코난’이나 ‘루팡3세’의 주인공들처럼 초인적인 능력을 보여준다. 특별히 초능력을 발휘하지는 않지만 인간적인 능력을 뛰어넘은 뭔가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바이크를 탄 상대를 쉽게 제압하기도 하고, 소형 비행선을 빼앗기도 한다. 그리고 초능력을 발휘해서 싸우는 데츠오에게 맞서기도 한다. 그는 경찰의 심문에도 능청스럽게 답변하고, 학교에서 선생님의 구타를 그저 욕이나 하며 순응하기도 한다, 케이가 경찰을 죽인 일을 그냥 잊어버리라며, 죄의식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은 체 차나 한 잔 하자고 한다.


 반면 데츠오는 내성적인 성격에 늘 카네다와 함께 행동하고 도움 받지만, 그가 하는 일이 내심 불만이다. 병원에서 나와 카오리와 도망치는 것을 선택하고, 카네다의 바이크를 훔쳐 달아나다, 적대 관계에 놓인 폭주 단에게 당하게 되고, 다시 카네다의 도움을 받아 위기를 벗어나지만 자기가 해결할 수 있었다며 도리어 카네다에게 화를 낸다. 그러다 아키라의 힘을 발견하게 되고, 그 능력을 발휘하게 되었을 때엔 카네다를 무시하게 된다. 하지만 그냥 무기를 가지고 싸우는 카네다를 완벽하게 제압하지도 못한다.


 그 둘은 어렸을 때부터 고아원에서 데츠오의 장난감을 카네다가 되찾아 줌으로써 인연을 맺게 되고, 그 이후로 쭉 같이 지내오며 서로를 알고 같이 생활한다. 하지만 그들의 동료 미야가타의 죽음으로 갈라서게 되고, 대립하지만 데츠오가 폭주하며, 아키라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보고 카네다는 데츠오를 미워하기보다는 걱정하게 된다.


 그 둘의 관계는 흡사 형과 동생 사이 같다. 카네다는 형처럼 데츠오를 돌봐주지만 그런 카네다를 끊임없이 뛰어넘고 싶어하는 데츠오는 결국 그를 이길 뻔하지만 실패하고 만다. 실패하고 그 대가를 치르게 되는 데츠오를 카네다는 결국 용서하며 포용한다.


 키요코, 다카시, 마살 이 세 꼬마들은 초능력을 지니고 있지만, 꼬마로서 삶을 살아가다 그 중 다카시는 반정부 단체의 도움으로 도망쳐 보려고 시도하지만 실패하고, 다시 돌아간다. 그때 데츠오와 접촉하게 되고, 이 영화의 사건이 여기에서 시작 된다. 그들은 사건의 종결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결국 그들의 희생으로 데츠오의 폭주는 아키라와 함께 사라진다.


 대령은 이 영화의 사건의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는 31년 전 대폭발을 조사하면, 세 꼬마를 육성하고, 연구한다. 그는 더 많은 예산을 따내 더 깊이 연구하려 하지만, 최고 간부들과의 마찰로 예산을 따내지 못하고, 직위해제의 위기에 놓이지만, 군인이라는 신분을 이용해 반대로 그들을 제압하고 쿠데타를 일으킨다. 그는 자기가 하는 일만이 옳다고 믿는다. 결과적으로 그의 독단으로 사건이 그 정도로 커졌다고 볼 수도 있다.


 최고 간부들은 국민을 대표해 여러 가지 일들을 결정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고 서로 싸우며 자기 몫을 챙기기에 바쁘다. 위험요소인 대령을 제거하려다 실패하고 그들은 몰락한다. 특히 최고 간부중 하나인 오미는 류를 시켜 반정부단체를 이끈다. 하지만 그도 결국은 대령의 쿠데타로 위험을 감지하고, 돈과 채권 등을 챙겨 도망치다 심장마비로 죽는다. 그들은 사회를 유지하려고도 하지만 사회를 전복시키려고도 한다. 그들은 사회를 개선하려고하지만 결국 몰리게 되자 자신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영화 ‘실미도’의 박 중사처럼 항상 원리 원칙을 따지지만 자신의 위기 상황에는 주저 없이 다른 사람을 희생시킨다. 이러한 장면들은 현대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이 영화에서 ‘아키라’는 절대 힘을 지칭하기도 하지만, 31년전 이 힘을 가지고 있던 소년을 지칭하기도 한다. 원래부터 존재하고 있던 힘 ‘아키라’, 하지만 그 힘을 각성했을 때 설령 준비가 안 되었더라도 그 사람은 쓸 방법을 선택하지 않으며 안 된다고 영화에서는 말한다. 세 꼬마들은 그 힘을 약으로서 억제하며 살아왔고, 데츠오는 그 힘을 최대한으로 발휘하려다 폭주해서, 결국은 세 꼬마들과 진짜 아키라의 힘으로 막히고, 사라진다.


 결국 ‘아키라’는 판도라의 상자가 아닐까 생각된다. 신이 인간에게 절대 열어보면 안 된다고 상자하나를 맡겼는데, 호기심이 많은 여자 ‘판도라’가 그 뚜껑을 여는 순간 그 동안 인간에게 없었던 가난, 전쟁, 질병, 거짓말, 고통, 슬픔, 미움, 사기 등등 인간은 괴롭히는 모든 것이 그 상자로부터 빠져나와 인간에 붙었다는 것이다. 깜짝 놀란 그녀는 얼른 뚜껑을 닫았고, 다행이 그 안에 ‘희망’이 남아 있어, 그 이후 인간에게 엄습하는 그 모든 해악을 ‘희망’을 갖고 이겨내게 되었다고 한다. 아키라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게 된 데츠오는 절대적인 그 힘을 갖고 좋아하지만 결국은 폭주하다 사라진다. 꼬마들의 도움으로 살아난 카네다는 케이와 함께 밝은 태양 빛을 맞으며, 반쯤 부서져 덜덜거리는 바이크를 타고 희망의 내일로 나아간다.

 

 영화의 배경은 ‘블레이드 러너’에서의 미래 모습처럼 어둡고 암울하다. 슬럼화가 된 구시가지의 모습, 목적을 정확히 알 수 없는 집회들, 잦은 반정부 테러 등이 영화 곳곳에 등장한다. 거기다 환각적인 음악과 간간이 들려오는 종소리가 그 분위기를 더욱 살려주고 있다.


 학교에서는 교사의 폭력이 존재하고, 거리에서는 여자의 옷을 찢고 거침없이 구타하기도 한다. 경찰서에서는 경찰들이 테러리스트를 집단적으로 구타하고, 집회를 해산하며 거침없이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최근 미군의 이라크 포로학대와는 대조적으로 그들은 경찰을 말리려 하지도 않고, 경찰도 또한 죄의식이 존재 하지 않는 것 같다. 단지 그들의 일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수단정도로만 인식 하는 듯 했다. 이러한 점은 카네다와 데츠오에게서도 찾아 볼 수 있다. 그들은 적대 폭주단을 잔인하게 공격하기도 하고, 사람을 죽이기도 하지만 금방 잊어버리는 무감각한 잔인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들 역시 죄의식은 찾아 볼 수도 없다.

 

 영화는 ‘에반게리온’처럼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은 혼란스러워 한다. 에바에서는 잦은 사도의 공격과 정체성에 관해서 혼란을 느끼고, 동요하기도 한다. 아키라에서는 삶의 가치에 대해 너무 무덤덤해하고, 테러와 집회로 인해 사회 자체가 시끄럽게 느껴졌다. 그 원인은 다 인간에게 있을 것이다. 모든 것들이 인간이 시작해서 인간이 끝을 맺는다. 인간은 혼란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결국 인간은 혼란을 종식시킨다.


 그 외에도 두 영화는 많은 부분이 닮아 있다. 에바의 인류보완계획이란 것이 결국은 아키라를 연구하고 그 힘을 발휘하는 것을 지칭하는 것 같고, 카네다와 데츠오, 초능력 꼬마들은 레이, 신지, 아키라, 아스카와 비교된다. 대령은 겐도우와 닮았고, 최고간부회의는 위원회와 닮아 있다. 아키라의 힘을 지닌 데츠오도 폭주를 하고, 신지가 조종하는 초호기도 가끔 폭주를 한다. 커져버린 데츠오도 사람이고, 에바 자체도 성분이나 유전자도 인간과 거의 닮아 있다.

 

 아키라의 감독인 오토모 가츠히로도 데츠카 오사무나 미야자키 하야오처럼 영화 속에서 결국은 살아가려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어두운 미래지만 살아감으로써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한 것 같다. 그것을 안노 히데야키가 ‘에반게리온’에서 다시 오마쥬 한 것처럼 느껴진다. 에반게리온이 건담을 오마쥬 했다고 하지만 내가보기엔 아키라 쪽을 더 많이 닮은 것처럼 느껴진다.

 

 아키라는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미야자키 하야오 식의 애니메이션이 득세하고 있을 때 다른 장르로서 성공을 거둔 것 같다. 흥행 쪽은 잘 모르겠으나, 그 문화적 효과는 분명 성공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아키라는 한 5년 전쯤 나왔다하더라도 괜찮은 작품으로 평가받았을 것이다. 최근에 출시됐다면 에반게리온 이라는 대작에 밀려 좀 주춤했겠지만, 아키라가 없었다면 에바도 없었을 것이다. 시대를 앞선 작품 아키라, 누구에게라도 추천하고 싶다. 중학생이하가 보기에는 잔인한 장면이 좀 많으니, 그들은 제외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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