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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 오! 헥토르..... 트로이 디렉터스 컷
kysom 2004-05-22 오후 9:44:58 1615   [5]

 

 

1.영국식 영어가 판치는 헐리웃영화(?)


<트로이>를 본 첫번째 소감은 무엇보다도-다른 사람들도 다 마찬가지겠지만- <대하서사극>이구나 하는 것이었다. 역사적 근거를 가진 사실/허구적 요소에 기초해서 사건이 생기고, 이의 해결을 둘러싼 전개가 있고, 갈등이 증폭되고 결국 파국을 맞아 대단원으로 가는 뭐, 그런 흐름에 아주 충실한 영화라고 평할 수 있겠고, 이런 기본 맥락에서는 동의해도 될 것 같다.

영화에 동원된 장비/물자/인원과 효과도 대단하다고밖에 할 수 없는데, 특히 대규모 군대의 표현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이미 능가하고도 남음이 있다. 정말 그 많은 사람들이 뛰어다니는 줄 알았을 정도니까. 감독인 <볼프강 페터슨>은 <퍼펙트 스톰>에서 컴퓨터 그래픽으로 대폭풍 장면을 유려하게 표현하더니 완전히 경지에 이르렀다고 해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문득 이 영화를 보면서 픽 웃음이 났던 것은 헐리웃이 돈을 대 제작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배우들은 미국 출신 배우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마치 <브레이브 하트>를 보고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오히려 영국식 액센트를 가지고 미국식 영어를 해대는 <브레드 피트>와 <에릭 바나>가 애처로울 정도였으니....

 

2. 헥토르 : 평생 조국을 위해 전쟁을 해온 평화주의자.

물론 원작인 <호머>의 <일리아드>에서 중심이 되는 부분이 <아킬레스의 분노>라고 분석하는 것이 지배적이고, 두 대립축이 <아킬레스>와 <헥토르>인 것이 사실이지만,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단연코 <헥토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그가 전쟁을 대하는 태도는 너무 "젠틀"해서 입을 다물어지지 않는다. 그처럼 전쟁에 임한다면 "제네바 협정"이 무슨 필요가 있을까 싶다.

 

수십년을 조국을 방위하기 위해 이어온 강대국과의 전쟁을 종식시키는 평화협정을 동생이 말아먹었지만, 그는 진정코 동생을 걱정한다. 이것이 그가 왕과 그의 국민을 대하는 태도와 전적으로 일치함을 이 영화는 보여준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헥토르>의 신관이다. 그의 발언은 트로이의 10년 전쟁이 마치 그리스 영웅신들의 무슨 대리전인양 그려졌던 전통적 견해를 거부하고, 우리의 발을 땅에 닿도록 한다. 전쟁은 신이 무슨 sign을 보여 주느냐에 따라 운이 결정되어 승/패가 갈리는 것이 아니고, 철저하게 세력과 패권에 의해 즉, 힘의 역학관계에 의해 발생, 전개, 종결됨을 <헥토르>는 주장한다. 이것이 전쟁의 본질이지만, 그는 다른 한 면인 그 잔혹함과 끊임없이 충돌한다. 이것이 그의 죽음을 부르게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됨을 영화는 보여준다. 거부하고자 했던 전쟁의 잔인하고 비이성적인 모습에 의해 자신이 욕됨을 당하게 되는 아이러니.....

 

3. 아킬레스 : 전쟁에 진력이 난 허무주의자 그러나 그는 트리스탄이었다.

<헥토르>의 대립축에 서는 우리의 주인공 <아킬레스>는 역설적이게도 그 인물설정에 있어서 실패했다. 난 고의적이었다고 보지는 않는다.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감독은 <아킬레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했다. 그것이 그의 캐릭터를 일관되게 이끌어나가지 못하고 모호함과 혼란으로 결말짓게했다고 말하고 싶다.

여기서 <아킬레스>가 황비홍을 연상시키듯 펼치는 신기한 검술은 언급하지 말자. 그는 영화속에서 주위에서 추어주는 영웅적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전쟁에 진력이 난 전쟁기계와 같은 모습을 초반부터 보여준다. 이것이 아가멤논과의 갈등의 전제를 이루고 있다. 즉 그 대립항으로서 아가멤논이 존재하는 것인데, 이것은 트로이 상륙직후의 전투가 끝난후 <아킬레스>가 아가멤논과 벌이는 논쟁에서 드러난다. 여기서 <아킬레스>가 상징하는 반영웅주의가 튀어나오게 된다. 그의 어머니부터 시작해서 그 자신까지 후세에 영웅으로서 이름을 남기고자 "영웅들의 잔치마당"이 이 전쟁에 참여한 사람이 어느새 일관성이 무너지고, 매번의 전투에 갈등/번민하며 흔들리는 허무주의자의 모습으로 전락한다.(내가 기억하는 한 아킬레스는 그 오만함을 제외한다면 <브레드 피트>가 연기하는 그 사람과는 상당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마치 "모두가 생각하는 그 모습은 원래 내모습이 아니야"라고 외치는 것 같다. 그는 걸핏하면 돌아가자고 부하들을 윽박지르고, <헥토르>를 죽이고 난 다음에는 어느새 반전주의자의 모습으로 탈바꿈해 있다.

왜? 이렇게 된걸까? 이것은 그 대립항인 <헥토르>의 실제적인 전쟁 영웅 이미지에 <아킬레스>를 충돌시키다 보니 그와 다른 이미지가 필요했었고, 이때문에 <아킬레스>는 싸울때는 영웅이었다가 전투만 끝나면 철학자가 되어버리는 모순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런 <아킬레스>의 모습에서 끔찍하게 형제애와 가족애를 가지고 허무한 세상을 유랑하던 <가을의 전설>의 <트리스탄>의 모습이 겹쳐지는 것은 왜일까? 그리고 이러한 <아킬레스>의 캐릭터 때문에 아가멤논과 메넬라오스는 무슨 시정 잡배와도 같은 불량한 이미지의 형제왕으로 그려지게 되고 원작에도 없는(물론 이설이 존재하지만) 때이른 죽음을 당하게 되는 것이다. 이 영화를 보고나서 정말 알고 싶어졌다."대체 아킬레스는 누구야?"

 

4. 신을 감춘 인간의 전쟁 - 전통적 결말과의 충돌

이 영화의 또다른 영웅으로서 난 <볼프강 페터슨>을 꼽고 싶다. 그는 장장하일 10년에 걸친 전쟁을 단 2주만에 끝난 것처럼 그려내는 천재성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의 영화전개에서 전쟁은 타임 브레이크가 없다. 계속 이어진다. 웃지말고 다들 생각해 보시길...... 얼마나 매끄러운 솜씬지....

그런 그가 이 영화에서 정말 성공적으로 그려낸 것은 <트로이>10년 전쟁의 이미지다. 이 전쟁에는 신의 얼굴이 없다. 정말 피가 튀고 살이 튀는 인간의 살육전만 있을 뿐..... 즉 역사적으로 그랬던 그대로 그려내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반지의 제왕>에서 전쟁은 판타지다. 즉 현실계(중간계)와 이상계(실제 존재하지 않지만 있는 것으로 그려지는 비현실의 공간-이 영화에서 두 부분은 연속되어있다. 그러니까 판타지다)가 합종연횡/대립갈등 하면서 겨루는 환상곡이다. <일리아드>에서도 그렇게 그려졌었다. 이 한계를 극복하는데 감독은 그렇게 큰 어려움이 없었던 것처럼 보이는데......그런데, 10년 전쟁의 막판에 그리스군이 목마를 남기고 퇴각하자 그것이 성물이라고 그걸 성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정말 난공 불락 트로이의 성문은 그렇게 열렸을까? 앞으로 원작 결말의 충돌을 해소하는 새로운 영화가 다시 만들어 질 것이다. 헐리웃은 돈을 벌어야 하니까.....

 

5. 로맨틱하게 각색/재편된 러브로망 - 아킬레스가 죽지 못한 이유

작년에 미국은 <Helen of Troy>라는 미니시리즈로 시끄러웠다. 이 드라마도 새로운 해석을 담았기 때문에 꽤 논란 거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정말 궁금한 것..... 헬렌은 정말 파리스를 사랑했을까? 유괴된 것이 아니고? 이것이 이 영화와 <Helen of Troy>를 하나로 묶는 대립점이다. 정말 그들이 사랑한다면 "그대로 사랑하게 해주세요"라는 것이 이 영화의 결말이다.

솔직히 이런 결말을 취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헐리웃은 사랑에 눈먼 이 한쌍을 용서한다. 물론 영화는 그 결말을 쫓아가며 보여주진 않는다. 전통적 견해를 거부하며 이 영화는 어느새 가슴 잔잔한 러브로망으로 변모한다. 영웅이 될려고 왔던 전쟁 영웅들은 다 죽었다. 아름다운 한쌍은 도망갔다. 영화도 관객도 찜찜함 없이 win-win하는 헐리웃식 결말..... 또 한쌍의 바퀴벌레 <아킬레스>와 <브리세이에스>는 러브 로망의 정점을 이룬다. 바로 이 마지막 사랑의 이별 때문에 <아킬레스>는 죽지도 못하고 영화 마지막까지 기다렸다. 이 때 보여주는 그의 모습은 <아킬레스>가 정말 누구인지 다시 묻게 만든다. <헬렌>이 이렇게 도망을 가니까 메넬라오스는 급사를 할 수 밖에....

 

**아가멤논은 10년 전쟁에도 꿈쩍않는 트로이의 성벽을 보며 한탄했지만, <오디세우스>의 목마전술 앞에 무너졌다. 이제 우리는 지금의 현실속에서 <10년 전쟁>을 본다. 과연 누가 부시를 위해 목마의 계략을 짜줄 것인지? 그건 그렇고 부시의 아킬레스는 누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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