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05. 23 목동CGV
- 스포일러 포함 -
<킬빌 vol. 2>는 정직했지만, 관객을 속였다.
아니, 속이려고 하지는 않았지만 나도 모르게 속은 걸까.
<킬빌 vol. 1>이 개봉할 당시에 MIRAMAX에서는 KILL BILL의 상영시간이 길어
둘로 나누어 개봉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었다.
아마 대부분의 관객들은 그 말을 믿었을 것이다.
그래서 <킬빌 vol. 2>를 보러 극장에 들어가는 그 순간까지도
<킬빌 vol. 1>의 그 짜릿한 느낌을 간직하며 들어갔을 것이다.
영화가 시작하고 나서 얼마후 그러한 믿음은 깨졌다.
영화는 <킬빌 vol. 1>과 너무나도 달랐다.
이렇게 다른 영화를 그저 상영시간이 길어서 나눴다고?
정말?
그럼 만약에, 혹시 그냥 한편으로 만들었다면?
그럼 전반부는 그 빠르디 빠른 리듬감으로 관객들을 흥분시켜놓고
후반부는 이렇게 느리디 느린 리듬감으로 마무리 지을 생각이었단 말이야?
타란티노는 이렇게 우리를 감쪽같이 속인 것이다.
하지만 속았다고 화가 나는 것은 아니었다.
<킬빌 vol. 2>는 색다른 재미로 관객들을 즐겁게 한다.
'저수지의 개들'에서 보여주었던 어이없는(?) 말빨을
'버드'가 죽는 순간까지 '엘'을 통해 보여주고
또, 70년대 홍콩무협영화에 대한 지극한 오마쥬를
'파이 메이'를 통해 보여준다.
혹자는 타란티노의 동양을 바라보는 시선이 마음에 안 든다고도 하지만
그건 그것대로 관계없지 않은가.
그는 분명 동양을 사랑한다.
(물론, 그 방향이 일본이나, 70년대의 홍콩영화들에 너무 분명하게 지어져 있어서 그런거지..)
'엘'과 '베아트릭스'(더 브라이드)의 대결을
사부인 '파이 메이'에 대한 복수전으로 설정한 것이나
'오지 심장파열권' 같은 권법을 영화속에 넣은 것이나
그의 각별한 애정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킬빌>은 참 정직한 영화였다.
제목부터 '빌을 죽여라'로, 주인공이 누굴 죽이려고 하는지 알 수 있고
빌이 마지막 제거 대상일 것이므로 그 전에 죽지 않는 다는 것도 알 수 있다.
또, 이번 <킬빌 vol. 2>에서
'오지 심장파열권'이 빌의 입을 통해 나왔을 때
나는 빌이 그 권법에 의해 죽을 운명임을 깨달았고
파이 메이가 베아트릭스에게 송판깨는 법을 가르칠 때
그걸 통해 베아트릭스가 무덤에서 나올 것임을 알았다.
뭐, 물론 다른 관객들도 다 알지 않았을까 싶은데..
이제 <킬빌>은 막을 내렸다.
앞으로 타란티노는 또 어떤 작품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인가.
몇 년이 걸릴 지, 혹은 몇 달만에 다시 찾아올지는 모르겠다.
그동안 그의 걸작 <킬빌>을 DVD로 감상하며 좀 더 즐긴다면
그를 기다리는 그 시간이 지루하지는 않을 것 같다.
꼬리. 빌과의 결투는 조금은 실망스럽더라.
그리고 설마 했는데 빌이 다섯걸음 걸은 후에 죽어서 조금은 당황 -_-;;;
꼬리. 버드역의 마이클 매드슨.
역시 저수지의 개들에서 보여준 연기답게 실망시키지 않았다.
킬빌시리즈에 등장한 배우중 최고는 '우마 서먼' 이겠지만.
2번째로 멋졌던 배우는 아무리 생각해도 '마이클 매드슨'이다.
꼬리. <킬빌 vol. 2>에서 가장 인상깊은 장면은 chapter 9 에서 엘과의 결투장면.
'더 브라이드' 그녀를 야렸다가는 정말 '눈깔이 확 뽑힐지도 모른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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