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면, 아이들 낮잠 자는 시간도 영화 보는 시간이다.
이번 주말을 미루고 미루웠던 R.H.P.S.
'나는 요즘 여자랑 사랑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나기도 한다'
'그래, 당신은 양성애자인가보다, 그럼 이 영화 보자'
영화가 끝나갈 무렵 그 압권인 천지창조 수영장 씬
- 내 나름대로의 RHPS식 씽크로나이즈 씬 - 이 나올 무렵
배가 고프다면서 컵라면을 먹고 있던 집사람은
'라면 맛이 다 떨어지네' 라는 말을 내뱉었다.
나의 대학 시절은 국내에 컬트라는 용어가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시대였다.
이 영화는 '컬트'라는 용어를 이야기하면 언제나 빠지지 않는다고들 한다.
그래서 그 시절 아무 생각 없이 보고는
'난 그들 부류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반대는 하지 않겠다'는 표현으로
컬트 애찬론자들과의 논쟁에서 한 발 물렀섰던 기억이 난다.
그러고 다시 15년이 지난 지금,
수잔 서랜든 처자의 그 곰살궂은 목소리로 들리는 노래에,
끊임 없이 흐르는 로큰롤에 아무 생각없이
그저 영화를 즐기고 있는 나 자신을 보았다.
이 영화의 가장 잘 감상하는 방법은
첫번째 아무 생각 없어야한다는 것과
- 컬트의 영화사적 배경이니, 카메라 워킹이니,
곳곳에 나오는 기존 스릴러, 호러 영화들의 페러디니 이런 것을
읽어내려고 노력하는 것 보다 그저 신나는 음악이 나오면
같이 흔들고, 섹시한 음악이 나오면 야시한 마음을 한 번 품어보는
지극히 말초적(?)인 반응만 보이면 된다.
이것이 나의 R.H.P.S의 감상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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