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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개비, 헛 돌았나?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nugu7942 2004-06-04 오전 12:11:37 1292   [4]

바람개비, 헛 돌았나?
-영화 <여.친.소> 속에 비친 전지현론

이 영화가 처음부터 감독의 전작 <엽기적인 그녀>의 후편이란 얘기로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다만 전작에서 전지현이 보여준 엽기녀의 모습이 이 영화에서 어떻게 그려질지, 그리고 차태현이 국내 영화 속에 망가진 남자 배우 캐릭터의 대표성을 가진다면 이번 영화에서 그녀의 상대역인 장혁이 어느 정도 제 역할을 다할지가 관심사 였다.

사랑을 기억하는 여자, 경진(전지현 분)과 그림자 같은 사랑을 하는 남자, 명우(장혁 분)의 로맨틱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 영화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이하 <여.친.소> 감독 곽재용)를 빨리 찾아온 6월 여름 어느 날 보게 되었다.

전작에 비해 매우 느슨하게 전개되는 이야기도 그렇지만 스토리에 맞지 않는 영화의 배경 음악들이 일본풍 아니, 일본 영화나 가수들의 노래로 인해 정작 클라이막스에 올라야 할 감정선을 억누르곤 한다. 기타노 다케시의 로드무비 <키쿠지로의 여름>에서 사용된 OST를 비롯, Knockin On Hheaven`s Door 등 고전음악 묶음인 듯한 이 영화의 OST는 영화보다 오히려 음반판매에 공을 기울인 듯 생각도 된다.

사고뭉치 경찰 경진과 여고 교사인 명우의 첫 만남은 마치,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서 견우와 그녀의 만남과 흡사하다. 하지만, 전작과 달리 이번 영화에서 엽기녀의 모습은 남자를 학대한다는 편이 옳을까. 경진에 의해 일방적으로 소매치기로 몰린 순진남 명우는 오해가 풀리고 나자 경찰을 자신의 수하처럼 부리는 구 의원 앞에서 엽기녀 경진을 위기에서 구해준다. 이러한, 명우의 용기는 사랑때문에 가능한 것일까. 만화 캐릭터처럼 분한 장혁의 모습은 전작 <영어완전정복>의 모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경진은 손을 그냥 빼도 풀리는 수갑에 명우를 채운 채 범죄자를 쫓고, 이러한 당찬 모습은 명우에게 자연스레 손을 잡도록하는 사랑의 배려가 아닐까.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의 학교에 찾아가 인성 교육을 핑계로 학생들 앞에서 남자친구를 소개하는 그녀의 발랄함에 빠져들지 않을 남자가 과연 있을까. 이 영화는 철저하게 생머리를 휘날리는 전지현을 위한 영화이다.



최근 들어 아쉬움을 느낀 국내 영화들은 영화 속에 한 배우의 캐릭터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 <어린 신부>의 문근영, <아라한 장풍 대작전>의 류승범, <효자동 이발사>의 송강호 그리고 <여.친.소>의 전지현까지 왜 그런걸까. 애초에 시나리오 작업을 할 때, 배우의 성격에 촛점을 맞춰 각색해서 그렇지 않을까. 이 영화에서도 명우가 매우 지극한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경진 앞에선 압도당해 버린다.

또 한가지, 이 영화는 곽 감독의 전작에서도 보여준 발랄한 엽기녀의 내면에 감춰진 아픔과 연약함을 견우에 이어 명우로 하여금 끄집어 내고 있다. 일란성 쌍동이에서 보여지는 전혀 다른 성격의 캐릭터, 1인 2역을 소화하는 배우의 양면성을 내러티브의 소재로 사용하고 있다. 이는 <범죄의 재구성>과 곧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인어공주>에서도 나타난다. 최근 한국 영화에 비치는 이러한 점들을 들여다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영화 속에 사용된 쌍동이의 내러티브는 개연성을 띠지 못하고 자칫 지루해지는 스토리의 전개를 이어간다. 마치, 몇 부작 미니시리즈 드라마를 이어가는 듯. 여기에 전작의 경쾌함에서 보다 긴장감있는 이야기 전개를 위해 사용된 경찰 캐릭터가 계속해 에피소드를 이어가고, 범죄의 현장에는 이상할 정도로 항상 명우가 곁에 있다. 아마도, 그가 바람이기 때문인가 보다.

영화 전반부에서 속도감 있게 전개된 이야기가 중반에 이르면서 반복되는 에피소드와 다소 황당한 판타지 요소로 이어지는 사건과 화해의 고리가 계속되고 관객의 눈은 영화 초반부에 암시된 주인공 경진에게 집중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마치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 <슈렉>의 패러디를 떠올리며, <은행나무 침대><클래식> 등 각종 영화의 오마쥬들을 패러디 한 것은 이 영화가 판타지 영화임을 짐작케 한다.

"난, 전생에 바람이었을꺼야
내가 없을 때 바람이 불면 그게 나인줄 알아"

이 영화가 보여주는 유일한 미덕은 죽음을 통해 사람들 마음 속에 남아있는 온기를 일깨워 준다. 주변에서도 가족이나 친구 등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맞이했을 때 영화 속 경진 이상의 충동들을 느끼는 모습을 보게 된다. 영화이 반전이라 할지 어이없는 전개라 해야 할지 영화 후반부에 나타나는 등장인물의 모습 속에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삶 속에 숨겨진 고통과 그 고통으로 인해 벌어지는 얘기치 못한 일들, 이런 일들은 우리 일상에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즉, 곽 감독이 '당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죽음과 연관지으며 영화 속 캐릭터 내면의 감정선을 충실히 따라갔다면 이 영화는 오래 전 영화 <시월애>에서 실패한 사랑의 판타지를 만회할 보기 드문 기회였을지도 모른다. 재편집에 의한 개봉연기까지도 언급되는 이번 영화를 통해 곽 감독은 단지 영화의 스케일만 키울 것이 아니라, 관객이 이 영화를 통해 두 주인공이 겪는 사랑에 여린 감성을 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두 주인공이 배경음악에 따라 영화 속에서 비를 맞는 장면과 산 정상에서 두 팔을 벌리고 바람을 만끽하는 명우 그리고 핑크빛 도시락을 들고 학교 교실로 찾아가 당당하게 그녀의 남자 친구를 소개하는 모습은 기억되는 장면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바람개비처럼 주변을 빙빙 돌 것이 아니라, 이 영화가 멜로인지 판타지인지 혹은 로맨틱 코미디인지 정확한 촛점을 잡는 게 어떨지..

/ 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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