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8월 어떻게 친구 손에 이끌려 별로 보고 싶지도 않던.. 로맨틱 코메디를 보게되었다. 난 사실 신라의 달밤
이 보고 싶었지만.. 2:1의 싸움이었으므로.. 어쩔 수 없이 로맨틱 코메디. 엽기적인 그녀라는 제목부터 별 맘에 들
지 않는 영화를 봤다. 그 영화를 보고 나왔을때... 머리로는 상업성이 짙은 영화였고.. 그저 웃기기만 했다는 생각
을 했으나. 가슴으로는 왠지 모르게 슬펐다. 게다가 여운은 오래갔고... 그 여운 덕택에 난 엽기적인 그녀를 5번
가량 봤고.. 곽재용감독의 클래식이란 영화를 개봉날 첫회 제일 먼저 예매해서 봤다. 클래식.. 이 영화.. 보고나서
별 재미없는 영화라는 생각만 머리를 가득메운채 극장을 나왔다. 하지만 그 다음날부터. 이 영화의 여운은 내 마음
을 빙빙 돌기 시작했다. 그 여운은 또 다시 클래식은 3번가량 보게하고..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를 개봉 당일날
제일 첫회에서 보게 만들었다. 이 영화를 보고나오는 순간.. 정말 몇장면 웃기기만 하고. 전지현이라는 연기는 부
족한데 얼굴을 굉장히 예쁜 배우의 얼굴만 기억났다. 다음날.. 알게모르게 짜증이 밀려왔다. 왜 곽재용감독이 이런
영화를 만들었을까..? 그리고 영화는 엽기적인 그녀와 비슷한데 왜 그 비스무리한 감동,슬픔 따위나... 여운이 안
남는것이며. 클래식과도 어느정도 일맥상통한 부분이 있는데.. 어찌하여.. 슬픔이 아니라.. 어거지 같은 기분이 드
는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난 영화를 다시한번 봤다. 두번보면 뭔가 나아질것이라는 계산하에서... 미치겠다. 두번
을 봤지만. 여전히.. 어색하다. 하지만 나름대로 난 이영화가 실망스러운 이유를 알아차렸다. 간단히 말해서. 내 여
자친구를 소개합니다는 전적으로 엽기적인 그녀를 염두해두고 만든 영화이라는 점이 최대의 실패요인이다. 곽재
용 감독은 엽기적인 그녀와 같은 영화를 만들기위해 무진장 애를 썼지만..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는 결코 그에
미치지 못한다. 알게모르게 스며들던 슬픔따위는 너무 유치하게 느껴졌고.. 받아들이는것 자체가 짜증이 날정도
였다. 게다가.. 영화 구성전반에 걸친 어색함. 엽기적인 그녀도 약간 짬봉스타일의 영화였지만.. 그것은 일관된 하
나의 목표.. 슬픔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장치였다. 하지만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그냥 그런 짬뽕이었다. 웃기
다가 말고.. 갑자기 슬픔으로 반전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것도 티나게.. 엽기적인 그녀도 그랬지만.. 엽기적인
그녀는 웃음이라는 코드를 잃지않고. 슬픔으로 은연중에 반전했기에 재미있었지만.. 이건 전혀 아니다.
두번째 실패요인.. 전지현.. 전지현 과연 굉장한 매력을 지닌 배우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아직 성숙
한 연기자는 아니다. 전지현의 슬픈 연기는 오히려 전혀 슬프지 않았고.. 어색하게만 느껴졌다. 감독은 전지현
의 연기력이 더욱 업그레이드됐다는 가정하에 슬픈장면연기를 엽녀에 비해 전지현에게 더욱더 많이 부과헀지만..
그것은 감독의 판단미스. 엽녀에서 짧고 굵게 슬픈 몇몇 씬만 연기해서 연기가 잘되고 못되고를 따질 시간이 없이
영화의 슬픔에 몰입되었다면 이 영화는 너무나 오랫동안 그녀의 연기를 평가하게 만든다. 그 결과 그녀의 연기는
관객들에게 전혀 어필할 수 가 없다. 전지현의 연기는 엽녀에 비해서.. 거의 늘지 않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감
독의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도 코메디에 무게를 두고 멜로에 적은 비중을 두고.. 그렇지만 강렬하게 이끌어 나
갔다면.. 10점 만점에 5점도 못받는 최악의 평가를 받을일은 없었을것이다.
세번째 실패요인.. 아마도 영화속 광고 덕택일것이다. 영화속에서 간간히 보이는 광고들.. 관객을 영화속에서 빠
져나오게 만든다. 한참 잘 즐기고 있다가.. 이게 뭐야. 웬 광고.. 우리가 전지현 광고보러 왔나.. 하는 생각과 함께
몰입에서 벗어나면서.. 더불어 영화를 재미없게 즐기게 만든다. 다만 이 조건은 그냥 영화를 즐기기에 적을 둔다
면. 별 문제가 되지는 않을테이다.
끝으로 한마디만 하고싶다. 아직 엽기적인 그녀를 보지 않은 사람은 이 영화를 보고 엽기적인 그녀를 즐긴다면 좋
을것이고 엽기적인 그녀를 재미있게 본 사람이라면.. 비디오 나오면 그때봐라.. 영화관에서 보다가는 당신은 엽기
적인 그녀에 조차.. 등을 돌리게 될테니까.. 엽기적인 그녀를 싫어했다면 당근 보지말아라.. 더욱더 재미없으니까..
어쨋거나.. 곽재용감독이 그의 명성에 걸맞지 않는 영화를 만들었다. 난 곽재용 감독의 팬으로서 이번 영화는 곽재
용 감독의 필모그래피에 있어서 하나의 오점으로 기록되기만을 바랄뿐이다. 한 마디로 다음영화를 기대한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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