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 영화를 기다리고 기대했던 단하나 이유는 감독 때문이었다.
곽재용!
이 이름이 나에겐, 적어도 나에겐 큰 믿음을 가져다 주었기 때문이다.
믿음 뿐 아니라 영화를 기다리게 했고 기대하게 했고 또한 영화 시작전까지 가슴 설레임까지 허락해 주었다.
'클래식'이 가져다준 감성적인 감동이 그에 대한 믿음을 주었고, '엽기적인 그녀'에서의 재기 발랄, 만화같은 알콩달콩한 스토리가 또한 그러했다.
그러나 왠걸...
영화 시작부터 느껴지는 전혀 공감이 되지 않는 스토리와 설정이 도무지 영화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들었다.
아무리 '엽기적인 그녀'의 캐릭터를 빌려왔다고는 해도 어느 정도(엽기적인 그녀에서 탈영병과 대화를 통해 자수를 유도하는 장면은 제외)는 공감이 가야 할 것 아닌가.
처음부터 끝까지 황당함의 연속, 거기다 기사회생하여 겨우 목숨을 부지하나 싶었는데, 얼마되지 않은 장혁의 죽음. 그때부터 시작된 살아갈 소망이 없는 '엽기적인 그녀' 전지현의 비관적인 행동들...
어느 하나 마음을 편히 두고 볼 수 있게 하는 장면이 없었다.
무엇을, 왜 라고 의심조차 할 수 없게 만들어 버리는 허무맹랑함이 너무 영화 관람을 힘들게 만들었다.
관람비를 쏜 친구에게 차마 미안한 마음에 심한 평가를 하지 못했다.
그러나 곽재용감독, 나의 명감독 목록에서 제외시키기로 했다. 아니 이번 한번만은 참아볼까?
아직 기대해 볼 잠재력은 있는 걸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