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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더니즘 읽기 욕망
ioseph 2004-06-09 오전 4:02:34 1753   [4]

이 영화는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은 영화 가운데 하나다.

물론 재미 없는 이야기일 뿐이다.

 

영화를 보내 내내 프랑스 영화 '책 읽어 주는 여자'가 생각 났다. 두 영화는 너무나 많이 닮아 있었다. 한 영화는 풍자적으로 코믹하게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면, 한 영화는 마치 하드보일드라고 불리는 그 차갑고, 긴장되고, 암울한 분위기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이것 외에 색깔을 쓰는 방식 - 앵글을 잡는 방식 - 소트의 연결 방식, 심지어 음악을 쓰는 방식까지도 너무 많이 닮았다.

 

영화가 끝나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그래, 너의 지적 사치를 즐기니, 행복한가?'

이 질문에 머뭇머뭇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가슴 따뜻해지는 감동과 누구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우리네 이야기에서 행복하다 느끼는 - 비록 서글픈 삼류인생인지만 - 나 자신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감상적인 이야기는 접고, 다시 영화로.

이 영화는 등장 인물들의  미묘한 표정이나, 대사를 주고 받는 것이 그리 촛점이 맞추어져 있지 않는 것 같다. 마치 등장 인물도 하나의 예술 사진 속에 소품인 마냥 취급되어진다는 느낌을 아주 많이 받는다.

정지된 사진에서 볼 수 없는, 화면이 움직임으로 해서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을 - 대부분이 자연주의적 영상이라기 보다는 지극히 모더니즘 영상들이다 - 이 영화는 제공하고 있다.

혹자는 '예술 사진 엮어 놓는다고 예술 영화 되냐?'고 신랄하게 혹평했다. 이 말에 어느정도 공감이 갈 정도로 예술 사진 투성이다.

 

이 영화는 모더니즘 덩어리다고 감히 말하고싶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아야할 것이,

얼핏 보기에는 꽤 세련되어 보이는 것 같지만, 20세기  중반만 해도 이만한 예술 사진들이 많았고, 이만한 애증의 이야기가 많았고, 이만한 모던 클래식한 음악 - 클래식 악기로 클래식한 음악을 연주하고는 있지만, 그 음악이 서양 클래식이 아니라, 현대 작곡자들의 음악 - 들이 많았지 않는가?

모더니즘을 어디까지 모더니즘이라고 해야할지는 모르겠지만, 이 영화에서 풍기는 모더니즘으로 관객들에게 강요하는 모습은 가히 보기 좋지 않다. - 어쩌면 이 영화의 가장 치명적인 흠집이 아닐까싶다. 

관객은 이렇게 감독에게 질문할 것이다.

"도데체 뭘 보고, 뭘 느끼란 말인가?"

 

이야기를 접으면서,

이 영화는 100% 디지탈 영화라고 한다. 이것만으로 한국영화사에 한 부분을 차지할 것은 분명한데, 그 첫번째 작품치고는 부족한 점이 너무 많다.

개인적으로는 '이건 완전히 관객을 생각지 않은 감독의 욕심이다'고 말하고 싶다.

영화는 예술이기도 하지만 대중 문화이기도 하다. 그래서 관객과 호흡하지 않고 감독 자기 만족만을 위한 영화는 결코 좋은 영화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사실을 또 한번 느끼게해 준 영화. - 어쩌면 이렇게 감독과 관객의 의사소통조차 제대로 일어나지 못하는 것 자체가 모더니즘의 한 모습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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