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용 감독에게 압박감을 준 쪽은 제작사였을까 관객들이었을까? 압박을 받은것이 아니라면 수작으로 평가받은 두편의 전작들로 인한 자만심인 것일까? 아무튼 어쩐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감독은 자신의 두편의 영화를 억지스럽게 합쳐 신작을 발표하는 엽기적인 행동을 저질러 버렸다. 이미 많은 작품을 발표한 감독으로서 이런 생각을 했을거라고는 믿고 싶지 않지만, 두편을 합치면 두편을 합친만큼의 반응과 완성도를 가지게 될거라는 생각을.. 혹시나 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전지현의 개인기로 영화는 시작된다. 곽감독은 초반부에서 엽기적인 그녀에서의 전지현의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와 활용하고 있다. 아시아권에서의 전지현을 톱스타로 만들어준 '엽기적인 그녀' 였던지라 초반부에서는 뭐 그리 큰 문제가 있어 보이지는 않지만 이후 전개에서도 캐릭터가 발전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식상하다는 느낌이 들게 만든다. 엽기적인 그녀2로 시작했던 초반부를 꾸려 놓고 나서 감독은 서서히 클래식을 의식하기 시작한다. 클래식의 촌스럽지만 자연스럽고 청초한 매력의 장면들을 재연하려는 시도를 하지만 여친소에서는 정말로 촌스러워 지고 만다. 약간 튀어 보일뿐 청초하지도 아름다워 보이지도 않은 부자연스러운 연애장면들로 이루어진 중반부가 감독이 의도한 클래식2 였던듯 하다. 그래..엽기적인 그녀와 클래식컬한 그놈이 만나서 연애질을 하는구나.. 그 다음엔? 이란 표정을 짓고 있으면 슬슬 갑작스러운 사고로 전환을 하려하는 시도를 볼수 있다. 여경찰과 선생님이란 현실을 버려놓고 오직 사랑을 찾아 떠난 이들에게 사고가 일어나는것이다. 그러나 갑작스럽다고 밖에 생각할수없는 이 사고장면은 대단히 크고 중요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그냥 주인공의 사랑을 확인했다는 의미만을 가진채 대충 넘어 가버린다. 그리고는 다시 아무일도 없었다는듯 일상으로 돌아가 다시 후반부의 극적 전환점을 기다릴뿐이다. 절벽에서 엄청난 바위덩이들이 굴러 떨어져 차를 덮치고 그 차가 물에 빠져 간신히 탈출해내는 이 장면이 별 의미없는 에피소드일 뿐이었다는 것이다. 후반부분의 극적전환점인 장혁의 죽음도 억지스럽게 설정되어있다. 장혁은 무기수 신창수를 쫒는 전지현을 아무런 단서도 없이 사랑의 힘만으로 찾아내 버리는 신기를 발휘한다. 이렇게 찾아간 현장에서 사서죽음을 맞이하는 그와 이로인해 절망하는 전지현. 그러나 어설픈 구성과 비현실적인 장면들때문에 관객이 감정을 몰입할만한 타당성을 잃어 버리게 되고, 오히려 이제는 짜증섞인 자세가 되어 영화가 끝나기 만을 기다릴뿐이다. 개인적으로는 후반의 장면들 중에서 바람과 함께 종이 비행기가 날아오면서 울먹이는 전지현의 모습과 커튼 뒤로 오버랩 되는 장혁을 본 순간 스크린으로 마시던 콜라를 던질뻔했다.
구성에서의 오류말고도 영화적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판타지적이기 까지한 비현실적인 설정과 어설픈 연출 또한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볼 필요가 있는 부분이다. 앞에서 한번 말한 바와 같이 장혁이 아무런 단서도 없이 전지현이 있는 사건현장으로 찾아간다는 것이라던지 쏴도쏴도 총에 맞지 않는 등장인물들이나 갑자기 바람이 불어 떨어지는 전지현을 받아주는 풍선등은 관객들이 극에 집중할수 없는 요소들이 되버리고 말았다. 또 순경일 뿐인 전지현은 어떻게 총을 가지고 있는지, 사건이 날때마다 총을 갈겨대고 있고, 또 그 작은 총에 총알은 디지털인지, 떨어지지도 않고 계속 나온다.
전지현의 투신 장면에서 펄럭거리지 않는옷은 관객들을 안정을 위한 것이었을까? 전혀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극 중반에 장대비를 맞으며 즐거워 하는 두사람의 장면이 나올때 옆에서 같이 영화를 보던 친구가 "야 저 옆에 햇빛난다"며 큭큭되며 비웃는 모습들을 봤을때. 다시 한번 영화에 몰입하기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수있다.
주연들의 연기가 그렇게 나빠보이지도 않았으나, 두영화의 부조화 스러운 합체(?) 덕분에 영화의 완성도는 0에 가까운 정도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아시아 각지에서는 전지현 열풍으로 완성도에 상관없이 영화가 상당한 성공할것으로 보이고 곽재용 감독도 다음영화를 준비할수 있을것으로 보이지만 여친소 같은 영화가 계속 나온다면 엽기적인 그녀를 발표하기 전의 긴긴 침묵의 시간이 다시 올지도 모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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