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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봉> 두 번째 공포.
jabongdo 2004-06-11 오후 3:42:34 1120   [1]

<령> - 2004년 두 번째 선보이는 우리 공포 영화. <페이스>의 단점을 극복하고, 여름 극장가를 점령할 수 있을지..

2004년 우리의 극장가를 오싹함으로 몰고 갈 두 번째 공포영화 <령>. 첫 번째 공포 <페이스>와 마찬가지로 역시 <령>도 많은 부분에 처음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감성적인 멜로의 여인에서 푼수 가득한 철없는 여자로의 변신에 이어 이번엔 공포에 첫 출사표를 던진 김하늘. 그리고 처음 스크린에 얼굴을 비추는 류진과 전혜빈. <령>을 만든 김태경 감독 역시 첫 공포영화이자 처녀작이다. 과연 <령>은 이러한 처음이라는 부담감을 떨쳐 버릴 수 있을지 속내를 살짝 들여다보자.

우선 <령>은 기본적인 공포 영화의 공식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왕따'와 그로 인한 죽음 그리고 반전을 위한 빙의 등과 같이 공포를 주기 위한 기본 토대를 충실히 갖추고 있다. 다만 이렇게 잘 갖추어진 토대를 이끌어 가는 모습에서 작은 실수를 연발하고 있다. 웰 메이드 공포영화의 8부 능선까지 올라갔다가 더 이상 전진하지 못하고 멈춰버린 느낌이다.

<령>은 어여쁜 고등학생 은정(이윤지)이 영혼을 부르는 장난스런 의식에서 시작을 한다. 아무런 의미 없는 모습을 왜 보여줄까 생각했었지만, 잠깐 스치는 이 한 장면은 <령>의 공포에 타당성을 부여해주고 있다. 하지만 그 영혼을 부르는 의식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는 깊게 생각하지 않고 가길 바란다. 그것부터 따진다면 영화 전체를 부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회학과 2학년 민지원(김하늘). 지원은 신비로운 인물이다. 자신의 과거도, 자신의 친구들도 모르는, 이제 막 사회에 던져진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모습을 가진 체 하루하루를 보내는 인물이다. 자신의 과거를 모른다는 것 자체가 큰 공포일수 있다. <령>에서 기억 상실증이 차지하는 중요성은 단순히 자신의 과거를 모른다는 것 이상에 있다. 갑작스런 이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여 현재에서 벗어나기 위해 유학을 결심하지만, 과거의 기억은 올가미처럼 지원을 조이며 다가온다. 알 수 없는 일들과 알 수 없는 사람들이 계속 스쳐지나가면서 차츰 기억을 되살리게 된다. 과거의 기억을 모르는 현재의 착한 지원과 과거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내부의 나쁜 지원이 서로 대립하면서 공포심을 조장해주고 있다.

어렸을 적 '왕따'였던 지원. 당시 유일한 친구였던 수인(남상미). 고등학교에 가서는 상황이 뒤바뀐다. 갑자기 부자가 된(이유는 모름) 지원은 과거의 기억을 지우고 싶어하며, 수인과 멀어지고 앞장서서 '왕따'를 만들어 버린다. 하지만 지원을 너무나도 사랑하고 좋아했던 수인. 이는 마치 <여고괴담 3 : 여우계단>에서 보여지는 공포의 근원과도 비슷하다. 그리고 이러한 공포의 근원을 물과 조화시킨다. 지원과 친했던 고등학교 친구들, 수인을 따돌렸던 그 친구들의 죽음. 그 죽음은 모두 사인을 알 수 없는 체, 물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다. 물론 <령>에서 물이 차지하는 이유는 충분히 존재한다. 자세히 알고 싶다면 영화를 봐야 할 것 같다.

<령>이 정상에 올라가지 못한 몇 가지 이유. 그것은 지원의 집과 어머니를 꼽고 싶다. 유난히 크고 어두컴컴한 지원의 집. <장화, 홍련>과 같이 집을 토대로 하여 일어나는 사건을 가지고서 공포를 주고자 했던 바가 아님에도 이렇게 굳이 설정을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분명  집은 공포를 주긴 한다. 하지만 과도하게 설정된 집은 정작 <령>이 전달하고자 했던 주요한 공포를 다른 곳으로 돌리게 하고 만다. 그리고 또한 지원의 어머니. 마지막 반전을 위한 장치는 훌륭했으나, 너무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닐는지. 등장할 때마다 예사롭지 못한 어머니의 말이나 행동은 언젠가는 한 건 할거라는 예상을 심어주고 만다.

또 한가지는 지원의 과거사가 너무 없다. 지원이 과거에 했던 만행들에 조금만 더 시간을 부여했다면, 좀 더 매끄러운 진행이 되지 않았을까 예상을 해 본다. 지원과 수인의 관계, 그리고 지원이 보여주는 수인의 모습들에 대한 설명을 뒤늦게 해주고 있지만, 돌발적으로 나타나는 지원과 관계되는 사람들의 행동에 타당성을 부여하긴 너무 늦은 시간대라 생각한다.

2004년 여름의 두 번째 공포 <령>. 분명 첫 번째 공포를 안겨줄 <페이스>보단 희망적이다. 두 영화 모두 공포에 초짜 감독과 배우들이 만들어가고 있지만, <령>의 초짜들이 더욱 안정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배우들의 연기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구성 역시 <령>이 앞선다고 판단한다. 아쉬움을 간직한 <령>. 옛말에 "첫 술에 배부르랴?" 라고 했던 것처럼, 초짜에게 기댄 두 번째 공포에 그래도 합격점을 부여해본다.

http://cafe.daum.net/movieandcitizen - 영화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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