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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공주>..어머니를 만나다.. 인어공주
lee su in 2004-06-11 오후 3:57:33 992   [2]
난 사람의 마음을 쓰다듬어주는 영화를 사랑한다.
영화적 상상력 테두리보단 그 속에 담겨있는 진심어림에 행복해한다.

<인어공주>는 일종의 착한영화 계열이다.
화려한 액션도 자극적인 대사도 없이, 마치 손자와 외할머니의 진심을 말해주는 <집으로...>의 순박함처럼 잔잔한 에피소드로 2시간 남짓을 무리없이 이끌어 나간다.

하지만 단순히 착한영화로만 정의내리기엔 <인어공주>는 우리에게 크나큰 마음의 선물보따리를 풀어놓는다.

빚보증을 잘못쓴 짐짓 무능해보이는 아버지, 그 아버지로부터 삶의 행복을 느껴본적이 없어보이는 어머니, 아버지와 어머니가 밟은 인생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딸...
특별해 보이지만 특별하지 않을 우리들의 모습에서 이 영화는 시작한다.

일상의 평범함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어느순간 우리를 판타지의 세계로 인도한다.
딸 나영은 뉴질랜드로의 연수를 포기하고 부모님 어린시절의 추억이 고스란이 남아있는 '하리'라는 섬으로 아버지를 찾으러 간다.
하지만 아버지 보다 먼저 맞닥드리게 되는 섬마을 처녀는 바로 20살의 어머니 연순.

우리는 순간적으로 과거로 가는 시간여행을 경험하게 된다.
어찌보면 황당해보이는 이 설정은 놀라우리만치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다가온다.
<빽투더 퓨쳐>처럼 자동차 타임머신을 이용한 것도 아니요, <동감>처럼 햄이라는 무선기기를 이용한 것도 아니지만, 현재의 딸이 과거의 어머니를 만나는 순간은 말할수 없는 짜릿함을 가져다준다.

나영은 20살의 어머니 아니 연순을 바라본다.
20살의 연순은 욕도 잘하고 아무대나 침도 잘 밷는 현재의 어머니의 모습이 아니다.
해녀로 물질을 하면서 씩씩한 생활력을 보여주고, 훗날 아버지가 될 우체부 진국앞에선 한없이 수줍음과 떨림을 간직하고 있는 그녀.

연순과 진국의 젊은 연애담을 보면서 첫사랑의 설렘과 두근거림을 함께 느낀다.
그리고 과거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나영은 잊어버린 부모님의 존재를 깨달아간다.
과거로가는 시간여행이 단지 복고적, 퇴행적 환타지가 아닌 이유는 여기에 있다.

시간의 흐름이라는 것이...
그리고 세월이라는 의미가 우리의 모습을 조금씩 바뀌게 할지라도,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를 나즈막히 속삭이면서 이 영화는 삶의 본질을 꿰뚤어준다.

여전히 현실의 어머니는 현실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지만,
때문에 모녀간에 극적 화해라는 장치없이 현실 그대로 이해하고 넘어가는 장면은 더욱 빛을 발한다.

20살시절 찍었던 사진에 비춰진 아버지의 모습을 묻는 딸의 질문에 "지가 웃것지! 울것어?"라면서 시근퉁한 반응을 보이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세월의 풍파를 느낄 수도 있지만, 얼핏 비춰지는 엷은 미소에서 젊은 시절의 어머니의 모습을 우리는 또 발견한다.
아버지를 사랑하는 어머니의 마음이 읽혀지는 순간이다.

미움과 원망이라는 감정들이 이해와 사랑으로 변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닐 것이다.
이 영화는 어머니와 딸의 화해를 이야기함과 동시에 우리 모두에게도 화해의 손짓을 내미는 따뜻한 진심이 담긴 영화다.


사족..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를 보면서 겪었던 분노가 <인어공주>로 한꺼번에 씻겨지는 느낌이다.
이런 영화를 발견함으로 아직 한국영화는 건강하다는 증거를 보는것 같아 뿌듯하다.

전도연, 전지현..같은 전씨지만...어쩜 그리 다를 수 있을까.
하긴 본명은 왕지현이니 뭐...
1인 2역을 놀라우리만치 자연스럽게 소화하고있는 전도연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연기의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이구나 느끼게 된다.
그에비해 <엽기적인 그녀> 이미지에서 단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전작의 아우라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전지현...안타깝다.
스타와 배우의 차이는 여기서 시작되는 것 같다.

박해일과 고두심의 연기도 나무랄때 없고, 영화 음악가 조성우의 음악과 이루마의 감미로운 피아노 연주도 화면에 잘 녹아흐른다.
그리고 4월 초에 여행때 찾은 제주도 우도의 푸른바다와 초록빛 들판의 풍경을 큰 스크린으로 본다는 즐거움도 나에겐 설레임이였다.

<인어공주>가 이달 30일 <스파이더맨2>와 같은 날짜에 개봉한다던데,
한국영화를 사랑한다면서 <여친소>에만 몰릴것이 아니라 진심이 담긴 <인어공주>를 관람하는 것이 한국영화를 진정 사랑하는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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