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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자와 판타지를 즐겨야 효자동 이발사
bistar 2004-06-22 오후 6:14:42 1320   [2]
  영화는 효자동에서 이발소를 운영하는 이발사 성한모(송강호)와 어머니 김민자(문소리) 사이에서 4.19 혁명일에 태어난 성낙안(이재응)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된다. 성낙안의 부모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되는 내레이션은 매우 개인적인 경험에 대한 것이지만, 그 안에는 대한민국의 격변기가 고스란히 담겨있고 역사의 소용돌이는 곧 개개인의 삶이 되어버린다.
 청와대 담당 이발사로 일하게 되지만 여전히 바보스러울 만큼 순박한 아버지는 권력자에게 질질 끌려 다니고 박대를 당하기도 하지만 그런 권력에 충성한다. 하지만, 그렇게 자신이 충성했던 권력의 모순과 비인간적인 모습을 그의 아들을 통해 직접적으로 경험하면서 권력에 대한 배신감과 불신을 갖게 된다. 간첩으로 몰려 잡혀간 뒤 심한 고문으로 몸도 가누지 못하는 아들을 업고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아들을 치료하려는 아버지의 모습은 권력의 끄나풀을 잡고 그것을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인간과 국민을 돌아보지 못하는 권력자의 모습보다 훨씬 빛을 발하고 거대한 힘으로 느껴지게 한다.

 영화는 풍자와 블랙 코미디, 그리고 판타지라는 요소를 모두 담아내고 있다. ‘레드 콤플렉스’를 드러내는 동네 반장의 모습이라든가, 허세와 비합리적인 모습으로 소시민을 박대하는 권력자들의 모습은 이보다 더한 코미디가 있을까 싶을 만큼 우스워보인다. 한편으로는 한국전쟁 이후 한국 사회에 팽배한 '레드 콤플렉스'라는 공포에 의해 자행됐던 폭압의 시대를 살아냈던 불쌍한 우리의 윗세대와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도 된다. 무지하고 힘없는 성한모나 동네 사람들이 가질 것 다 가진 것처럼 행세하는 권력자보다 더 위대해 보이는 것은 영화가 표현하는 풍자에 의해 가능해진다. 성낙안이 전기 고문을 당하는 장면의 묘사나 성낙안의 병을 치유하는 과정에 나타나는 판타지적 요소는 처음에는 관객을 당황하게 만드는 요소일 것이다. 왜냐하면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드라마라고 생각했던 영화에 이런 요소가 나올 줄이야’라고 생각하는 순간 1년 전 비슷한 방식으로 관객들의 뒤통수를 후려쳤던 ‘지구를 지켜라’가 떠올랐다. 물론 두 영화는 확연히 다르고, ‘효자동 이발사’에 나오는 판타지적 요소는 에밀 쿠스트리차의 영화나 장선우의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을 봤을 때의 느낌과 더 유사하긴 하지만 말이다. 이런 요소 때문일까? 관객이 박장대소하는 부분이 그리 많지 않고, 가끔 웃음의 타이밍을 놓친 관객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당황하게 만들었다고 해서 영화의 판타지적 표현은 절대 이 영화의 단점이 된다거나 실수라고 말할 수 없다. 이런 판타지적 요소는 극의 풍자적인 요소와 블랙 코미디를 더욱 강화하는 역할을 하며, 결과적으로 가슴 찡하게 관객을 울리는 촉매 요소로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성낙안의 고문 장면이 판타지적 요소로 표현됐지만 그 장면이 가슴을 울리고, 온 몸을 부들부들 떨게 한다는 것은 단순히 희화화된 판타지적 표현에 그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통을 당하면서도 웃는다는 설정이나, 고통을 고통으로 느끼지 못하고 실없는 웃음으로 표현하는 것은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관객이 이런 요소를 오해없이 수용한다면 이 영화는 ‘지구를 지켜라’처럼 외면당하지 않을 것이 틀림없을 것이다.

 극의 특징을 배가 시키는 것에 배우들의 연기 또한 빠지지 않는다. 송강호와 문소리는 이 영화를 위해 지금까지 커리어를 쌓아온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순진하고 코믹하며 진지하기도 한 ‘송강호표’ 연기는 이 영화에서도 빛을 발한다. 이제 네 번째 장편영화에 등장한 문소리는 지금까지 맡아온 역할을 총체적으로 조합한 캐릭터를 연기한다. 영화 초반부의 김민자는 [박하사탕]을 떠올리게 하고, 고문 당하고 돌아온 아들을 대하는 어머니의 연기는 아들과 사별한 후 오열하며 산에 오르던 [바람난 가족]을 떠올리게 한다. 억척스런 어머니 역할을 위해 활용한 사투리와 아줌마 퍼머를 한 헤어스타일은 캐릭터를 완성하는 요소이기도 했다. 성낙안을 연기한 아역 배우인 이재응의 연기도 좋았다. 특히 극 전반에 걸쳐 나오는 그의 내레이션은 영화에 대한 집중도를 높여주기까지 한다.

 이 영화를 볼 사람들이라면 영화가 준비한 풍자와 판타지를 통해 아픈 대한민국의 과거를 여유로운 마음으로 돌아보며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자신의 예상과 다르게 진행이 된다고 하여, 맥없는 웃음이 나온다고 하여 영화를 가볍게 설렁설렁 봤다가는 자신의 가슴에 차오를 수 있는 감동을 끝내 느끼지 못하고 극장을 나오게 될 비극이 생길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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