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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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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6-22 오후 6:18: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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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쉬리’를 봤을 때, 그런 얘기들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이제 우리나라도 헐리웃에 버금가는 그런 영화를 만들 수 있게 됐다는…관객의 시선을 압도하고, 감동을 선사하는 100% 헐리웃 분위기의 오락영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 말이다. 단지 영화를 하나의 오락거리 또는 산업적 생산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뿐만 아니라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도 잘 만들어져서 성공한 오락영화는 그것만의 즐거움을 관객에게 줄 수 있다. ‘쉬리’는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그런 재미를 선사한 영화였다. 그리고 아마도 ‘옹박’은 태국 사람들에게 그런 영화일 것이다.
불교 국가인 태국의 작은 시골 마을. 불상을 보관하고 사람들이 의식을 진행하는 사원은 무척 성스러운 곳이다. 이 마을에는 태국 고유의 무예인 무에타이를 수련하는 젊은이도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이 마을을 떠났던 한 청년이 그 마을의 수호신 같은 불상의 머리를 훔쳐가는 사건이 일어난다. 불상의 머리를 가리키는 말이 바로 ‘옹박’이다. 이 옹박이 도난당한 이후 이 마을은 가뭄으로 허덕이게 되고, 마을 최고의 무에타이 청년 팅은 그 옹박을 찾아오라는 임무를 띠고 도시 방콕으로 향한다. 이 옹박을 찾기 위해 팅이 악당들과 벌이는 격투가 이 영화의 최대 볼거리고, 영화는 옹박을 다시 찾으면서 뒤도 안 돌아보고 끝이 난다.
그 나라 고유의 문화가 담겨있고, 고유의 무술이 등장하는 이 영화 옹박은 그야말로 태국의 내셔널 시네마가 아닐까 한다. 그래서 우리가 ‘쉬리’를 보고 우리나라만의 역사적 배경을 통한 사건과 인물들의 갈등에 눈시울을 적셨듯이 태국 사람들도 이 옹박을 대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기 때문일까? 태국 사람이 아닌 나의 눈에는 이 ‘옹박’이라는 영화가 다소 유치하게 느껴졌다. 기대했던 만큼 주인공 팅의 무에타이 액션과 CG도 사용하지 않고 와이어 액션도 아닌 100% 리얼 액션은 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그리고 영화는 이 영화의 유일한 볼거리와 자신있는 부분이 그것이기라도 하듯, 매 액션 장면이나 곡예 장면을 두 세 번씩 다시 보여주는 친절함을 제공한다. 하지만, 그 액션 장면을 제외하면 이 영화는 참 유치하고, 참 허술하다. 내러티브는 다 완성하는데 하루도 안 걸린 것 같고, 편집은 방방 뜬다. (우리나라에 공개되는 인터내셔널 버전의 편집은 뤽 베송 감독이 했다고 하는데..그럼 그를 비난해야 하는 걸까?) 그래서 영화를 보면서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하는 부분도 있다. 마치 과거에 한국 영화는 유치해서 못 보겠다고 말했던 시기의 한국 영화를 보는 듯한 그런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무에타이의 달인이라는 ‘토니 쟈’의 액션을 보고 감탄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이고, 일년에 한 두 편 개봉하는 태국 영화를 본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러니까, 이 영화를 기대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이소룡은 죽고, 성룡은 늙었고, 이연걸은 약한 현재에 나온 액션 영웅 ‘토니 쟈’의 액션을 보고자 하는 그 마음만을 갖고 극장으로 향하길 바란다. 그러면 본전은 건졌다는 생각을 하게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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