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우리나라 영화팬들을 뒤흔들었던 홍콩의 액션영화나 무협영화는 누구나가 그 제목만 들어도 알 정도로 인기가 대단했다. 우리나라에도 많은 팬들을 가진 장국영이나 성룡, 이연걸 등은 그러한 홍콩영화의 인기를 이끌어간 선두주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우리나라에서 홍콩영화들이 하나둘씩 흥행에 참패하면서 우리나라 영화나 헐리웃 영화, 심지어 일본영화에까지 그 자리를 내주고 있다. 물론 항상 같은식의 액션과 어색하고 과장된 스토리의 영화들로써 퇴행길을 걸어 온 홍콩영화들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그런 와중에 홍콩은 물론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한 한 편의 홍콩영화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무간도]이다. 홍콩느와르라는 한때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었던 장르를 전면에 내세우며 홍콩 최고의 배우 양조위와 오랜만에 느와르로 다시 돌아 온 유덕화, 감초같은 조연배우 황추생,증지위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은 [무간도]는 과거 홍콩영화에 대한 향수를 느낀 관객들은 물론 영화팬들이라면 한번 쯤 관심을 가지도록 해주었다. 그리고 1편의 이전 내용을 다루었던 2편과 이제서야 그 완결된 모습을 드러내는 3편은 속편들이 가지는 약점마저도 깔끔하게 덮어주며 다시금 [무간도]가 홍콩느와르는 물론 홍콩영화의 재탄생임을 실감하게끔 해주고 있다.
3편은 진영인이 죽기 6개월으로 거슬러 올라간 시점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화면이 전환되어 때는 진영이 죽은지 10개월 뒤인 2003년이다. 이제는 경찰로써 어느 정도의 입지를 굳히고 살아가는 유건명은 또다시 자신을 위협하는 존재들을 인식하기 시작한다. 진영인의 경찰신분을 회복 시켜주고, 조직의 보스인 한침과 같은 경찰 내 스파이인 동료들 마저 살해했음에도 언제나 유건명은 자신의 존재에 대한 불안함을 감출 수가 없다. [무간도 3 종극무간]은 "종극무간"이란 부제가 말해주듯이 경찰로 살아 남은 유건명의 결말과 진영인의 죽음, 지금껏 [무간도]가 보여준 여러 이야기들에 대한 진실을 모두 벗겨내주고 있다. [무간도3]는 앞서 말했듯이 진영인의 죽음을 기준으로 한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독특한 구성방식으로 이야기를 교묘히 풀어 나가고 있다. 2002년, 삼합회의 보스인 한침은 "심등"이라는 본토인과 거래를 시작한다. 우연히 이유없이 거래자인 심등의 동생을 폭력한 죄값으로 진영인은 닥터리에게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되고, 영화는 1편에서 잠깐 스치듯이 보여주었던 닥터리와 진영인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하게 풀어 나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한침에게 정보를 넘겨 주는 또다른 인물인 "양반장"이 등장하고, 그는 또다시 2003년으로 돌아와 유건명을 위협하는 인물이 된다. 이렇듯 [무간도3]는 전편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캐릭터들의 등장과 함께 1편에서 큰 비중을 두지 않았던 닥터리 라는 캐릭터를 부각시키며 새로운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왠지모를 비밀스러움이 느껴지는 심등과의 새로운 거래를 시작한 한침과 그들을 뒤쫓는 경찰들, 수상한 행동들로 유건명을 위협하는 양반장, 죄책감과 불안감 등으로 자신을 조여가는 유건명, 이렇게 커다란 세 축으로 진행되는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교묘하게 연결시키고, 새로운 캐릭터들의 등장과 그들과 기존의 인물들간의 관계를 깔끔하게 짜맞추면서 영화를 보는내내 긴장감을 놓치지 않게 해준다. 기존의 홍콩영화들과는 확실히 다른 탄탄한 시나리오와 긴장감 넘치는 전개와 깔끔한 연출력을 보여준 [무간도]이기에 완결편인 3편에서 보여주는 또다른 모습의 스토리와 캐릭터들은 다시 한번 놀라움을 금할 수 없도록 해준다. 그리고 다소 지루한감을 느끼게 해주었지만 시종일관 딱딱하고 칙칙한 분위기를 탈피하여 새로운 느낌을 전달해준 닥터리와 진영인의 관계에 대한 설명 역시 [무간도 3]가 보여주는 또다른 재미일 것이다. 어떤 영화던지 전편만한 속편은 없고, 속편이 진행될수록 전편에서 보여지지 않았던 흠집들이 나타날 수 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매번 [무간도]가 진행될수록 그런 편견에 대한 의구심을 감출 수가 없었다. 하지만 [무간도]는 어쩌면 속편들이 가질 수 밖에 없는 약점을 매번 색다른 구성과 관객들의 허를 찌르는 스토리들로 깔끔하게 덮어주고 있다. 그런점에서 [무간도 3]는 3편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식상할 수 있고, 지루할 수 있는 영화를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오히려 이전 작품들에서 보여주지 못한 특별한 볼거리와 뚜렷한 주제를 부각시켜 주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무간도]를 본 관객들이라면 제목인 "무간도"의 의미 혹은 영화가 보여주는 이야기와 그 제목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무간도] 1편의 시작과 함께 제목인 "무간도"의 의미가 나온다. "무간도란 불교에서 말하는 18층 지옥 중 가장 낮은 층을 가르키는 말로써 영원히 지속되는 가장 고통스러운 지옥을 말한다."라고 설명하는 제목의 의미는 영화의 완결편인 [무간도 3]로 와서 그 뚜렷한 의미를 드러내 주고 있으며, 그것이 곧 무간도 3편이 가진 가장 큰 의미라고 할 수 있다. [무간도 3]는 유덕화가 연기하는 유건명의 시점에서 모든것이 전개된다고 할 정도로 그의 내면적 갈등과 주변과의 얽힌 관계들을 보여주고 있다. 유건명이 보여주는 정체성에 대한 혼란과 죄책감과 거짓된 삶에 대한 망상 등 경찰이라는 신분으로 살아가지만 그 속에서 유건명이 처할 수 밖에 없는 숙명적 고통이 바로 [무간도 3]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경찰학교 면접 도중 왜 경찰이 되고 싶냐는 시험관의 질문에 착하게 살고 싶어 그랬다는 유건명의 대답을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무간도 3]에서 보여주는 유건명이라는 인물에 대한 설명들은 분명하게 뇌리에 박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유건명의 고뇌와 갈등을 단순하게 드러내기 보다 그를 인간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고, 여러 사건 속에 숨겨진 진실들을 통해 드러내주는 탁월한 시나리오는 왜 [무간도]가 3편에 와서 완결을 지을 수 밖에 없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던져줄 것이다. 즉, [무간도 3]는 "종극무간" 이란 부제 그대로 그동안 전편에서 보여준 의문점들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동시에 "무간도"란 제목이 내포하고 있는 주제를 극명하게 드러내주는 역할을 확실하게 해준다고 할 수 있다.
[무간도 3]가 전편들에 비해 더욱 눈에 띄는 것은 바로 그 이름만으로도 홍콩을 대표하는 여러 배우들의 출연일 것이다. 1편에서 깔끔하게 자연스러운 연기로 영화에 매료되도록 했던 양조위와 유덕화는 두말 할 필요도 없고, [무간도]하면 주연 못지 않게 더욱 기억에 남는 감칠맛 나는 배우들인 황추생과 증지위, 1편에 비해 큰 비중으로 3편에 다시 모습을 비추는 진혜림까지 [무간도]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그야말로 홍콩을 대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거기에 3편에 와서 새롭게 추가된 캐릭터를 연기하는 여명과 진도명의 합류 역시 [무간도 3]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더 높여준다. [무간도]라는 영화를 통해 다시금 영화팬들을 설레이게 했던 양조위와 유덕화는 또다시 그들의 매력을 한것 발휘하고 있다. 특히, 마지막까지 경찰로 남아 점점 자신에 대한 혼란에 빠지게 되는 유건명을 연기한 유덕화는 전편에 비해 훨씬 복잡하고, 불안한 캐릭터를 보여줌으로써 그 어떤 배우들 보다 눈에 띄는 모습을 보여준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진들을 감추고 살아가지만 그 누구보다 진실된 삶을 원했던 유건명이란 캐릭터가 가진 심리적 갈등과 복잡미묘한 내면을 실감나게 표현한 유덕화는 [무간도 3]에서 단연 돋보인다. 그리고 [무간도 3]가 주는 특별한 볼거리 중 하나가 바로 1편에서는 아주 짧게 등장한 정신과 의사 닥터리와 진영인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무간도 3]에서는 진영인과 닥터리가 처음 만나서 최면치료를 하는 모습과 그들이 점차 가까워지는 과정 및 둘 사이의 미묘한 감정들을 비중있게 그리고 있는 그 속에서 보여주는 양조위와 진혜림의 연기는 그 매력을 한껏 더해주고 있다.
앞서 말한 유덕화, 양조위, 진혜림과 함께 독특한 캐릭터로 깔끔한 연기를 보여준 여명도 [무간도 3]에서 주목하게 한다. 사실 여명의 출연에 대해 의구심을 품은 사람들도 꽤 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무간도 3]에 새롭게 추가된 "양반장"이라는 캐릭터는 여명이라는 배우가 가진 새로운 이미지를 볼 수 있도록 해준다. 과거에는 한침에게 정보를 넘겨주면서 현재에 와서는 유건명의 존재를 점차 위협하는 "양반장"이라는 캐릭터는 날카로우면서도 왠지모를 신비감까지 풍기면서 영화에 색다른 호기심을 자극하게 한다. 그러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는 여명은 기존의 멜로적인 이미지와는 달리 냉철하고, 차가운 이미지로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우리에겐 조금은 낯선 배우 진도명 역시 특유의 독특한 카리스마로 [무간도]라는 영화에 색다른 느낌을 더해 준다. 한침과의 새로운 거래를 시작하는 본토인 "심등"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어딘지모를 비밀스러움을 간직한 듯한 느낌마저 주는 진도명의 연기 역시 [무간도 3]를 보는내내 스토리 속으로 빠져들게 해준다. [영웅]의 진시황을 통해 특유의 강렬한 연기를 보여준 진도명은 이번 영화에서도 역시나 그 강렬한 느낌의 카리스마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무간도]는 탄탄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여러 캐릭터들간의 얽히고 설킨 관계들이 백미인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하나하나 성격이 뚜렷한 캐릭터들은 영화를 보는 재미를 더해주고 그들을 연기한 배우들의 깔끔한 연기력은 영화의 수준을 한층 더 높여주는 것이다. 양조위와 유덕화가 보여준 소름 끼칠 정도의 자연스러운 연기와 황추생과 증지위가 보여준 감칠맛 나는 연기들은 [무간도]를 뇌리에서 지울 수 없게 해준 큰 매력이기도 하다.
[무간도]는 1편,2편,3편을 각각이야기 하기 보다 [무간도]라는 영화 한 편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더욱 좋을것 같다. 그만큼 [무간도]는 기존의 홍콩영화들이 가지고 있던 편견들과 틀에 박히 모습들을 신선하게 깨어 버린 영화인 것이다. 그리고 이제 그 완결된 모습을 보여준 [무간도 3]는 여러모로 무간도 시리즈에서 많은 의미를 더해 준다고 할 수 있다. 1,2편을 통해 보여주었던 이야기들을 다시 한번 새롭게 꼬아버리고, 지금껏우리가 알고 있던 진실과 거짓의 틀을 허물며 새로운 진실을 전달하고 시종일관 관객들의 긴장끈을 놓치지 않게 하려는 이야기 구조는 다시한번 놀라움을 감출 수 없게 해주며, 여명, 진도명이라는 배우의 등장과 새로운 캐릭터들, 그리고 단순한 전편의 연장선이 아닌 새로운 스토리의 전개는 3편만이 주는 또다른 재미기도 하다. 무엇보다 [무간도 3]는 [무간도]라는 영화의 시리즈를 완결짓는 만큼 뚜렷한 주제의 전달과 한 편의 이야기를 확실하게 매듭지으며 지금까지 [무간도]를 봐왔던 관객들에게 만족감을 전달해 줄것이다. 그리고 [무간도]의 완결과 함께 다시 선보이게 될 홍콩느와르의 앞날에 대해서도 내심 기대를 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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