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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화의 "진심"에 귀 기울이면... 인어공주
sisking 2004-07-01 오후 9:53:28 1167   [3]

 

재미있는 영화의 기준은 사람마다 참으로 모호하고 다양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사람에겐 억지스럽더라도 시종일관 웃음을 유발하는 영화가 재미있는 영화라면 또 다른 사람에겐 굳이 웃음이 아닌 다른 뭔가를 얻을 수 있는 영화가 재미있는 영화일 테니까요. 저같은 경우는 하나가 아니라 여러가지를 줄 수 있는 영화가 정말 재미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흔히들 좋은 영화, 잘 만든 영화를 재미있는 영화라고 표현하지는 않지만, 어제 본 <인어공주>는 근래 들어본 가장 재미있는 영화였습니다. 가장, 좋은 영화기도 했고요.

 

줄거리들은 뭐, 여기저기 사이트와 신문에서 너무들 많이 보셨을 테니까 생략하고,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의외라고 생각했던 건 일차적으로 접했던 정보들에서 받은 인상 외에 참으로 가진 것이 많은 영화라는 점이었습니다. "스무살 엄마의 첫사랑을 목격하게 되는 딸의 이야기"라고 하면 당연히 엄마와 딸. 의 이야기 쪽에 더 많은 기대를 하고 가게 마련입니다. 물론 고두심 씨와 전도연씨의 나무랄 데 없이 빼어난 연기 덕분에 저도 영화 보는 많은 시간 동안 늘 마음만 앞서지 행동은 마음의 10분의 1도 표현하지 못해 죄송한 마음 가득한 저희 엄마를 떠올리며 나중엔 손수건 까지 (네;; 사실은 티슈였습니다) 적셨지만 이 영화의 "재미"를 지탱하고 있는 또 하나의 큰 축은, 기대와는 달리 박해일씨와 전도연씨(고두심씨의 과거 모습입니다. 개인적으로 나이를 짐작하기 힘들게 하는 연순 모습의 전도연씨는 근래 본 여배우 연기 중 단연 발군이었습니다)의 "옛날 옛적 섬처녀와 우체부의 사랑이야기"였습니다.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는 어떤 잘 만든 헐리우드 로맨틱 코메디의 로맨스보다도 더 로맨틱하고 귀엽고 그러면서도 한편 가슴 찡했습니다. 그 장면 장면들마다 배어 있는 포복절도하게 만드는 상황의 유머는 두말할 나위도 없고요. (너무 자세히 이야기하면 나름 스포일러가 될 테니 그 코미디는 직접 확인하시란 말밖에 못하겠습니다.) 이 영화를 보시고 많은 분들이 "엄마에게도 로맨스가 있었다"라는 평들을 하시던데, 전 만약 우리 엄마에게 이런 로맨스가 있었다면 정말 부러울 것 같습니다. 영화 속의 두 사람은 어떤 세련되고 잘 나가는 커플보다 더 진하고, 더 애틋하고, 더 알콩달콩한 사랑을 나누거든요. (박해일 씨만 나오면 자지러지는 신음을 내는 여성들의 반응을 보는 것도 재미를 더했습니다, 사실 :)

 

뭐 그렇다고 해서 어머니와 딸 이야기의 축이 약하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닙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근래 나왔던 한국 영화들 중, 특히 크게 성공을 거둔 블럭버스터들 속의 "여성의 부재"가 나름 불편했었던지라 여성의 감성과 이야기를 이렇게 제대로 다룰 줄 아는 영화를 만난 기쁨이 더 크기도 했고요. 엄마도 나와 같은 여자였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그러나 현재는 엄마는 그냥 "엄마" 혹은 "아줌마"라는 것 역시 가감없이 보여주는 이 영화의 구성은, 소리 높여 이야기하진 않지만 세월이란 역시, 사람의 많은 것을 바꿔놓는다 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것 같아 왠지 애잔한 마음이 들기도 했고요.  이 영화의 미덕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합니다. 세상 가장 재미있는 로맨스 이야기를 보여주지만 소란스럽지 않고요, 그저 우리를 그들 사랑 이야기의 주변부에 가만히 앉혀놓고 지켜보게 해주고, 눈물 펑펑 쏟아질 만큼 감동적인 엄마와 딸의 화해를 보여주지만 "너도 엄마를 이해해야해" 라고 억지로 강요하지 않습니다, 나영(딸 역의 전도연)이 엄마의 과거 로맨스를 지켜보는 과정만으로도 서서히 엄마를 이해하고 엄마의 현재를 극복하게 되는 것처럼 관객 역시 그들의 화해를 지켜보는 것만으로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어느새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 거창하지는 않지만 소박한 진실을 "진심"을 다해 말할 줄 아는 영화가 갖는 많은 미덕들이 <인어공주>라는 영화 안에는 담겨져 있습니다. 그 진심에 조금만 귀를 기울이면,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많은 재미들을 다른 분들 역시 느끼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오랫만에, 감정이나 교훈을, 혹은 스케일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많은 것을 안겨주는 영화를 만날 수 있어서 참 좋았던 두시간이었습니다. 게다가, TV와 스크린에 넘쳐나는 가짜 배우들의 홍수 속에서 강약을 조절할 줄 아는 진정한 연기를 보여주는 세 배우의 열연을 지켜보는 마음 역시 매우 행복했고요. 사랑을 시작하는 분들은 남자친구와, 어머니와 싸우신 분들은 어머니와 함께 보시면 정말 좋을 영화. 물론 애인과 권태기에 접어드신 분들이 옛정을 되새기는 용으로 보셔도 좋을 듯 :) 별 네개 반. 현재까지 제가 꼽은 올해 최고의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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